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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상공개 피의자 10명 '사상 최다'… 절반이 스토킹·교제 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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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은 여성, 청소년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가 들끓은 해였다. 특히 잔혹한 범행으로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혀 재판 전 피의자 신분임에도 얼굴, 이름 등 신상정보가 공개되는 일이 속출했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신상정보가 공개된 피의자는 총 10명(9건)으로 2010년 제도 도입 이래 가장 많았다. 직전 최고치는 지난해 8명이었다. 이들 10명 가운데 스토킹 중이거나 예전에 교제했던 여성과 그 가족을 살해한 피의자가 절반을 차지했다. 이런 살인 사건의 상당수는 명백한 전조가 있었는데도 피해자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의 부실 대응 논란을 불렀다. 다른 3명은 강력범죄 전과가 있었던 살인 피의자들로 당국의 출소자 관리에 허점을 드러냈다. 온라인상에서 미성년 대상 성범죄를 저지른 피의자 2명도 신상이 공개되면서 또 다른 'n번방 사건'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현실을 보여줬다.
올해 첫 신상공개 대상자는 3월 서울 노원구 아파트에 침입해 피해 여성과 그의 어머니, 여동생을 살해한 김태현(25)이었다. 김태현은 온라인 게임에서 만난 피해자가 1월 말 연락을 차단하자 공중전화, 타인 명의 휴대폰, 메신저 등을 이용해 연락을 시도하는 등 스토킹을 지속하다가 급기야 살인까지 저질렀다.
김태현은 앞서 다른 여성에게 자신의 신음 소리를 녹음한 파일을 반복적으로 보내 성폭력처벌법 위반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었다. 이는 전형적인 스토킹 행위여서, 스토킹처벌법 시행(올해 10월)이 좀 더 앞당겨졌더라면 김태현이 보다 강력한 처벌을 받고 재범을 자제했을 거란 지적도 나왔다. 김태현은 10월 1심에서 살인·절도·특수주거침입 등 5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검찰과 김태현 측이 모두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되고 있다.
7월엔 '제주 중학생 살인 사건' 피의자 백광석(48)과 김시남(46)의 신상이 공개됐다. 이들은 백광석과 한때 사실혼 관계였던 여성의 집에 침입해 여성의 중학생 아들을 살해했다. 과거에도 옛 연인들을 폭행한 전력이 있던 백광석은 여성의 이별 통보에 앙심을 품고 5월부터 수시로 집에 찾아가 협박했다. 경찰은 여성과 아들을 7월부터 신변보호 대상에 편입했지만 범행을 막지 못했다. 백광석과 김시남은 1심에서 각각 징역 30년, 27년을 선고받았다. 이들과 검찰 모두 항소한 상황이다.
10월 스토킹처벌법 시행 후에도 참극은 반복됐다. 스토킹 단계에서 가해자 신병 확보가 미흡하다 보니 살인으로 번지는 화근이 됐다. 11월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서 경찰의 신변보호를 받던 전 여자친구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김병찬(35)은 피해자를 1년간 스토킹하며 다섯 차례 경찰에 신고당하고도 구속되지 않았다. 범행 열흘 전 법원이 접근 금지를 포함한 잠정조치를 내리자 김병찬은 오히려 앙심을 품고 피해자를 살인했다. 검찰은 이달 16일 김병찬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보복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달 10일엔 이석준(25)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이석준은 흥신소에서 얻은 주소로 전 여자친구의 서울 송파구 집에 찾아가 흉기로 그의 어머니를 살해하고 남동생을 중태에 빠뜨렸다. 이 사건도 전조가 있었다. 피해자 아버지가 사건 나흘 전 당시 지방에 있던 딸이 집에 감금된 것 같다고 신고한 것. 경찰은 현장에서 이석준이 피해자와 함께 있는 걸 확인하고도 긴급체포 요건 미달을 이유로 돌려보내고 피해자를 신변보호 대상에 등록하는 데 그쳤다. 경찰은 17일 이석준을 보복살인, 살인 예비 등 7개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8월엔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훼손 전후로 여성 2명을 살해한 강윤성(56)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첫 피해자는 돈을 빌려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두 번째 피해자는 채무 변제를 독촉했다는 이유로 각각 목이 졸렸다. 성폭행, 강도 등 전과 14범이었던 강윤성이 가출소 4개월 만에 흉악범죄를 저질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법무부는 전자발찌 착용자 관리 대책을 급히 내놓기도 했다. 검찰은 9월 강윤성을 강도살인, 사기 등 7개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이달 4일 인천에서 중년 여성과 시신유기 공범을 잇따라 살해한 권재찬(52) 또한 강도살인 포함 여러 전과가 있는 우범자였다. 하지만 그에게 적용됐던 강력범죄 출소자 정보수집 기간은 지난해 2월 종료된 상태였다. 경찰 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피해 여성이 금품을 뺏기고 숨진 직후 권재찬을 범인으로 의심하는 신고를 받은 뒤 다름 아닌 권재찬 본인에게 전화해 행적을 물은 사실이 드러난 것. 경찰은 '고위험 전과자에게 섣불리 수사 개시를 알려 추가 살인을 불렀다'는 비판을 감수해야 했다. 권재찬은 이달 14일 강도살인 및 사체유기 혐의로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앞서 5월엔 인천의 노래주점에서 술값 문제로 실랑이하던 손님을 살해하고 유기한 허민우(34)의 신상정보가 공개됐다. 그는 과거 폭력조직 ‘꼴망파’에서 활동하며 다수의 폭행·상해 전과가 있었고, 이번 범행 당시에도 범죄단체 가입·활동 등 혐의로 집행유예가 선고돼 보호관찰을 받던 중이었다. 허민우는 이달 2심에서 살인과 사체훼손 혐의로 징역 30년에 벌금 300만 원, 전자발찌 10년 부착 명령을 받았으며 이 형은 상고 없이 확정됐다.
온라인을 넘나든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도 끊이지 않았다. 6월엔 이른바 '남자판 n번방' 사건의 피의자 최찬욱(26)의 신상이 공개됐다. 그는 2016년부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성이나 성소수자로 가장해 남자 아동·청소년에게 접근해 알몸 사진을 찍어 보내라고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수법으로 피해자 70명가량을 상대로 성착취물 6,954개를 제작했고 이 중 14명의 영상은 SNS에 유포했다. 또 범행 과정에서 알게 된 초등학생 2명을 다섯 차례 유사 강간하고, 다른 초등생 1명을 강제 추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최찬욱은 이달 23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은 직후 항소했다.
피해자가 아동·청소년 포함 1,300여 명에 이르는 '몸캠피싱' 피의자 김영준(29)도 같은 달 신상이 공개됐다. 김영준은 소개팅 애플리케이션 등에서 여성 행세를 하면서 영상통화 상대 남성의 몸이 찍힌 영상을 녹화해 유포 및 판매했다. 일부 피해자에 대해선 영상 유포를 구실로 협박해 강제추행을 시도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아동·청소년성보호법상 음란물 제작 및 배포, 강제추행 미수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영준에게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5년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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