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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에도…새해 클래식 공연, 화려한 라인업만 같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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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명현 클래식 평론가가 한국일보 객원기자로 활동합니다. 경기아트센터에서 근무 중인 그는 공연계 최전선에서 심층 클래식 뉴스를 전할 예정입니다. 오페라에서 가수가 대사를 노래하듯 풀어내는 '레치타티보'처럼, 율동감 넘치는 기사가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2021년이 끝난다. 공연장엔 송년 공연들이 이어지고, 각 예술단체들은 2022년 라인업을 공개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여전하다. 2022년의 공연들은 성사가 불투명하다. 이제 관객도 알고, 공연기획자도 알고 있다. 결코 아무것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겨울철 코로나19의 확산세는 더욱 거세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가 늘어나고, 공연업계는 다시 얼어붙고 있다. 크게 예상을 벗어나지 않았다. 국경도 닫혔다. 외국인 상임지휘자를 가진 오케스트라는 연말 공연에 차질이 생겼다. 서울시향의 연말 공연은 부지휘자 윌슨 응이 대신했고, KBS교향악단의 경우 마침 한국에 들어와 있었던 정명훈 지휘자가 대신 지휘봉을 들었다.
모든 게 '데자뷔'처럼 느껴진다. 데자뷔는 최초의 경험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본 적이 있거나 경험한 적이 있는 듯한 느낌을 뜻한다. 일종의 기시감이다. 정말로 딱 1년 전과 같은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공연들이 무사히 열릴 수 있을지 관객들의 우려가 높아지고, 서울시향은 시즌 첫 정기 공연으로 장송곡인 모차르트 '레퀴엠'을 연주한다.
2021년도 다 계획이 있었다. 20대 마에스트로 클라우스 마켈라가 오슬로 필하모닉과 함께 한국 데뷔공연을 치렀을 것이고, 다니엘 바렌보임은 피아노에 앉아 귀하디귀한 베토벤 음악을 들려줬을 것이다. 2021년은 코로나로 한 해 미뤄진 베토벤 250주년을 기념해야 했으니깐. 코로나19가 존재하지 않는 다른 평행우주의 2021년은 그렇게 흘러갔다.
어려운 시기지만 꿈만 같이 진짜로 실현된 공연들도 있었다. 11월, 빈 필하모닉이 극적으로 한국 땅을 밟았다. 리카르도 무티와 빈의 음악가들은 이 땅에 아직 아름다움이 남아 있음을 증명했다. 천상의 아름다움이 잠시 지상에 스친 것만 같았다. 12월에는 게르기예프와 마린스키 스트라디바리우스 앙상블이 러시아 한파를 몰고 한국에 방문했다. 이들은 하루에 2회 공연을 소화하며 숙련된 오케스트라의 표본을 보여주었다. 게르기예프가 리아도프 '마법의 호수'를 지휘할 쯤엔 롯데콘서트홀 옆 석촌호수에 마법에 걸렸다. 우리 모두가 마법처럼 코로나19가 없었던 세계에 온 것만 같았다.
또 4월에는 예술의전당이 주최하는 교향악축제가 많은 관객들을 맞이했다. 약 한 달간 21개의 국공립‧민간 오케스트라가 참여한 대형 축제였다. 코로나 시기 보기 드문 행사였다. 심지어 축제에 참여하기 위해 격리를 무릅쓰고 포디움에 오른 외국인 지휘자들도 있었다. 당시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와 멋진 호흡을 보였던 다비트 라일란트는 코리안심포니의 상임지휘자가 되어 2022년 새로운 항해를 준비하고 있다.
내년에도 라인업은 화려하다. 우리의 전설 속에만 존재했던 마우리치오 폴리니가 내년 5월 한국에 처음으로 방문할 예정이다. 실물을 영접할 수 있는 기회다. 주빈 메타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한국에 오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오케스트라는 롯데콘서트홀로 최초 내한할 계획이다.
이들이 무대에 무사히 오를 수 있을지 아무도 알 수 없지만, 공연기획자들은 여전히 분주하다. 관객들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정성껏 밥을 짓고, 여기저기서 귀한 재료도 공수한다. 음식들의 다양한 식감을 고민하고, 가장 맛있어 보이는 플레이팅까지 신경 쓴다. 날짜를 세며 손님맞이 준비를 한다. 끝내 다 차린 밥상을 내지 못하는 건 그다음 문제다. 클래식 팬들도 여전히 설렌다. 핸드폰에 스케줄을 적어 넣으며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기다림이 즐겁다.
예로부터 사악한 것들을 모두 걷어낸다는 호랑이의 해가 다가온다. 2021년의 데자뷔에서 벗어나고, 모두의 기대와 희망을 배신하지 않는 2022년이 올 수 있을까? 부디 관객들의 달력이 무사히 지켜지고, 코로나19는 물러가길. 범 내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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