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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통상 최대 화두 '인-태 경제프레임워크'

입력
2021.12.28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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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국제 통상에서 최대 화두는 미국이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ndo-Pacific Economic Framework: IPEF)가 될 전망이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0월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제안한 구상으로 그 기원은 트럼프 행정부 당시 거론되었던 인도-태평양전략에서 비롯된다. 물론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체는 없다. 하지만 최근까지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 볼 때 지금까지의 무역협정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개념의 지역 협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성격 자체가 기존의 무역협정과 다르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는 경제통상과 안보개념이 어우러진 전략협정이다. 따라서 논의 내용과 시각도 경제적 이익뿐만 아니라 국가안보적 관점이 추가된다. 예를 들어 공급망 안정성을 논의하더라도 경제 효율에 기초한 공급망 구축방안 이외,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을 함께 논의한다. 당연히 첨단기술의 수출이나 기술 투자도 안보 관점에서 검토한다. 따라서 기존 협상보다 타협이나 절충이 더욱 복잡해진다.

다루는 의제도 기존 무역협상의 의제보다 훨씬 다양하다. 반도체를 포함해 국가안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상품의 공급망 안정화는 물론 미래의 성장엔진인 디지털무역의 표준과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의 통제를 다룬다. 지구적 과제인 저탄소문제와 청정에너지도 IPEF의 논의 대상이다. 노동자의 권익과 민주적 가치도 논의주제에 녹아 있다. 따라서 상품과 서비스 시장 개방 위주의 기존 무역협정과는 성격이 전혀 새로운 개념의 협정인 셈이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는 미국을 중심으로 민주주의 가치에 기반을 둔 국가끼리의 협정이라는 점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의 실천적 수단일 수도 있다. 안보 측면에서 미국의 대중 견제책으로 쿼드(QUAD)가 있으나, 현실적으로 유효한 수단은 공급망 안정화와 첨단기술의 통제일 것이다. 미국을 위시한 동맹들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를 디지털무역의 표준으로 만들 경우 중국의 디지털무역협정 가입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 지난 7월 G7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일대일로 대항책으로 합의한 대개도국 인프라 투자도 이 프레임워크를 통해 구체화시킬 수 있다. 미국이 여기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는 우리나라에게 좋은 기회가 된다. 환태평양경제공동체협정(CPTPP)의 지각 가입을 만회하면서 공급망 안정화를 추구할 수 있음은 물론 디지털무역의 국제표준을 만드는 주역이 될 수도 있다. 첨단 기술의 개발과 보호, 저탄소사회로의 이행에도 도움이 되며, 인프라 투자확대를 통해 우리 기업의 진출도 기대할 수도 있다. 머뭇거리는 사이 일본이 치고 나갈 경우 우리의 기대이익이 축소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우리가 논의 과정에 소극적으로 임해 그 전체 틀이 미국의 입맛대로만 짜여질 경우 중국과의 관계에서 우리의 운신 폭이 대폭 제한될 수 있다.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전체의 협상 틀과 구조, 세부주제 및 운용방향을 제시하면서 협상을 선도해 나가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다행히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의 구체적인 모습은 내년 초 본격 논의를 시작하여 내년 말 쯤 드러날 전망이다. 현 정부와 차기 정부의 치밀한 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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