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잘못 인정했지만 사실관계 설명은 미흡 '반쪽 사과'

입력
2021.12.27 04:10
수정
2021.12.27 09:19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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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근무이력·수상경력 14쪽 자료로 해명
"부풀리거나 잘못 기재했지만 허위는 아냐"
재직 기간과 당시 직책에 대해선 답변 안 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허위 이력 기재' 논란에 결국 고개를 숙였다. 김씨는 7분여 동안 진행된 대국민 기자회견과 14쪽짜리 설명 자료를 통해 그동안 제기된 각종 의혹 대부분에 대해 "부정확한 기재였다"며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일부 의혹에 대해선 여전히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히지 않았다.

"대체로 부정확하게 기재" 고개 숙여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씨가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자신의 허위 이력 의혹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열기 전에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한호 기자

김씨는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일과 학업을 함께하는 과정에서 제 잘못이 있었다. 잘 보이려 경력을 부풀리고 잘못 적은 것도 있었다"고 사과했다.

김씨는 별도로 배포된 설명자료를 통해선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을 9가지로 분류한 뒤 '부정확한 표기였다' '오인할 수 있는 표기를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송구하다'고 답했다. 설명자료는 국민의힘에서 김씨에게 사실관계를 확인한 뒤 제작했다.

"학력 오인할 수 있는 표기 잘못된 것... 송구"

김씨와 국민의힘이 잘못된 표기라고 인정한 학력은 모두 3가지다. 김씨는 ①초·중·고 근무 이력 ②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박사과정(정부지원 BK21사업프로젝트) ③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 학위 등에 대해 부정확한 표기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김건희씨 대학교원 지원서류상 경력과 해명. 그래픽=김대훈 기자

김건희씨 대학교원 지원서류상 경력과 해명. 그래픽=김대훈 기자

김씨는 2004년 서일대 시간강사 이력서에 '광남중 교생실습'을 '광남중 근무'라고 적었다. 2013년 안양대 이력서에는 '영락여상 미술강사'를 '영락고 미술교사(2급 정교사)'라고 표기했다. '교생실습'을 '근무'로 적고, 학교 이름은 혼동한 것이다.

학력 오기(誤記)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김씨는 서일대 이력서에 '국민대 테크노디자인대학원 박사과정(정부지원 BK21사업프로젝트)'이라고 적었지만, 교육부는 김씨가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테크노디자인대학원이 BK21 프로젝트사업 일환으로 설립된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인데, 본인이 수행한 것처럼 읽힐 수 있어 부정확한 기재였다"고 했다.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석사 학위 표기도 잘못됐다고 인정했다. 김씨는 안양대 시간강사 이력서 학력에 '서울대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석사', 국민대 비전임교원 임용지원서에 '서울대학교 경영학과 석사'라고 적었다. 해당 학위의 정확한 명칭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경영학과(EMBA) 경영전문석사'이다. 국민의힘은 "사업과 학업을 병행하느라 학계 체계에 익숙하지 않았고, 오인할 수 있는 표기를 한 것은 잘못된 것으로 송구하다"고 했다.

다만 뉴욕대(NYU) 연수에 대해선 서울대 GLA(Global Leader Association) 6개월 과정에 포함된 해외연수프로그램을 다녀온 게 맞다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후보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이력 논란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윤 후보는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하며 "과거 제가 가졌던 일관된 원칙과 잣대는 저와 제 가족, 제 주변에 대해서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뉴스1


수상경력, 전시회 이력은 반박

김건희씨 대학교원 지원서류상 경력 실제 경력 비교. 그래픽=송정근 기자

김건희씨 대학교원 지원서류상 경력 실제 경력 비교. 그래픽=송정근 기자

김씨는 수상 경력과 전시회 이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2006년 대한민국 애니메이션 수상을 제외한 2004년 수상 경력 등을 잘못 적었다고 했다. 회사 수상 경력을 그대로 옮겨 쓰며, 마치 개인 수상인 것처럼 표기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부사장 재직 과정에서 회사 홍보 포트폴리오에 있던 내용을 그대로 기재한 것"이라며 "'산학 겸임교원' 지원이라는 생각에 회사 수상 경력을 그대로 썼는데, 단체 수상을 명기했어야 했지만 그러지 못해 송구하다"고 답했다.

김씨는 삼성미술관에서 진행됐다는 기획전 참여 사실에 대해서도 적극 해명했다. 기획 단계에서 정해진 전시명(portrait)과 장소를 이력서에 잘못 기재했을 뿐, 작가로 참여한 사실은 틀림 없다는 것이다. 실제 전시회 명칭은 'Humanscape.com展'이었고, 전시 장소는 삼성미술관이 아닌 '삼성플라자 갤러리'였다.

언제 어떤 직책으로 근무했는지 불분명

김씨가 이날 여러 차례 고개를 숙였지만, 여전히 해소되지 않는 의혹도 있다. 2006년 김씨가 시간강사가 아닌 겸임교원으로 지원서를 내기 시작한 한국폴리텍대와 수원여대와 관련한 해명이다. 김씨는 '산업체 경력자'를 뽑는 겸임교원 지원 조건을 맞추기 위해 한국게임산업협회와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기획이사 재직증명서를 제출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06년 12월 수원여대에 제출한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재직증명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06년 12월 수원여대에 제출한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재직증명서. 권인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하지만 김씨는 이날도 실제 근무 기간과 당시 직책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김씨가 폴리텍대와 수원여대에 제출한 두 회사의 재직증명서 입사일자는 1년 이상 차이가 난다. 또 수원여대에 제출한 재직증명서에 따르면, 김씨는 이들 기관이 설립되기 전부터 근무했다는 모순이 발생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06년 6월 한국폴리텍대에 제출한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재직증명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 제공

윤석열 국민의힘 배우자 김건희씨가 2006년 6월 한국폴리텍대에 제출한 에이치컬쳐테크놀러지 재직증명서.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실 제공

교육계에선 고등교육법이 개정되기 전이지만, 겸임교원 채용 조건이 통상 '산업체 근무 3년 이상 경력자'이고 교육부 지침까지 있었다는 점에서 김씨의 이력서 기재내용에 의구심을 표했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당시 수원여대 겸임교원 임용 세칙에 '산업체 3년 근무' 조건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한림성심대와 서일대 시간강사, 에이치테크놀로지 기획이사 경력으로도 자격 요건을 갖춘 상태였다는 것이다.

김씨는 "(수원여대 지원) 당시에는 교수님 추천을 받아 (겸임교원) 위촉이 사실상 결정돼 있는 것으로 알았다"며 "자격 요건을 맞추기 위한 것은 아니었으나, 경력을 돋보이고자 했던 마음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재직 기간이 부정확하게 부풀려 기재된 점에 대해선 사과하면서도, 재직증명서를 위조한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또 게임산업협회 비상근 기획이사 근무 이력의 경우, '무보수 비상근직'으로 상시적 활동이 없었음에도 그럴듯한 경력으로 기재한 것은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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