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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 벚꽃할증도 생길 판" 한파·주말 배달료 할증에 자영업자 이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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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비가 한도 끝도 없는데 식당들은 어디에 하소연해야 하나요."
25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엔 가족이 20년 넘게 서울 종로구에서 음식점을 하고 있다는 청원인의 글이 올라왔다. 배달대행업체가 요구하는 할증료가 너무 과하다고 호소하는 내용이었다. 그는 "추워서, 더워서라고 (할증 이유를 댈 때마다) 이해를 하려 해도 (배달비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끝자락까지 왔다"면서 "정부가 배달요금에 개입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배달 할증료가 또 다른 부담 요인으로 급부상하는 분위기다. 대형업체를 필두로 한파, 공휴일 등 갖은 명목을 들어 배달료를 인상하는 통에, 연말연시 코로나19 재확산과 맞물려 영세업자들의 영업난을 가중하고 있다는 것이다.
26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배달대행업체는 한파나 눈, 비, 결빙, 폭염 등 악천후에 의뢰받은 배달 주문에 건당 1,000원 안팎의 할증 비용을 부과한다. 일부 업체는 주말, 크리스마스, 연휴 등 배달 수요가 많을 때 별도의 추가 요금을 받기도 한다. 구체적 할증 기준은 업체마다 달라서 한파의 경우 일부는 영하 5도 이하, 일부는 영하 10도 이하일 때 적용된다.
자영업자들은 배달 할증료가 다른 비용 인상보다 부담스럽다고 토로한다. 할증이 상시적이지 않고 적용 기준도 각양각색이라 음식값에 반영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카레전문점을 운영하는 김영현(63)씨는 "악천후를 포함한 모든 할증요금을 고스란히 가게에서 부담하고 있다"며 "손님에게 돈을 더 내라고 하면 덜 시켜 먹을 테고, 그렇다고 배달을 안 할 순 없어서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앞서 크리스마스 연휴에 대목을 기대했던 자영업자들도 공휴일 및 한파 할증료가 이중으로 붙어 한숨을 내쉬어야 했다. 반찬가게를 운영하는 권정연(53)씨는 "크리스마스 당일엔 이중 할증으로 배달 한 건당 1,500원을 더 냈다"며 "날씨가 많이 춥고 눈비가 올 때 배달료가 오르는 건 이해하겠지만 주말 할증은 과한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벌써부터 '신정 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중랑구에서 양식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박모(32)씨는 "신정(토요일)엔 주말 할증 500원 대신 신정 할증 1,000원을 받겠다는 공지가 왔다"며 "그날 한파라도 오면 총 2,000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말했다. 여러 명목으로 할증이 새로 생기다 보니 자영업자 사이에선 "벚꽃 할증, 낙엽 할증도 생길 것"이라는 자조적 반응도 나온다.
배달대행업체는 배달기사 유치를 위해 요금 할증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대형업체들이 선제적으로 할증료를 받아 기사들에게 지급하다 보니 중소업체들도 경쟁적으로 할증을 도입하는 분위기다. 서울 중구에서 배달대행업체를 운영하는 김두희(35)씨는 "대형업체에서 날씨에 따라 할증을 하자 배달기사들이 그리로 많이 빠져나갔다"며 "우리가 배달료 할증을 해야 기사 영입이 그나마 수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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