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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서 왔는데 문 왜 열어두나"… 한파에 '환기 방역지침'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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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추워요. 문 좀 닫아주세요."
서울 기온이 한낮에도 영하 7도에 불과했던 26일, 강남역 인근 카페 직원이 낮 12시 환기를 위해 출입문을 개방하자, 손님들은 연신 "춥다"를 연발하면서 벗어둔 외투를 껴입었다. 문을 닫아달라는 원성도 들리더니 급기야 한 손님이 출입문을 도로 닫고 제자리로 돌아왔다. 그는 "밖이 너무 추워 가게로 들어왔는데 문을 열어놓으면 누가 좋아하겠냐"고 말했다.
강추위가 본격화하면서 식당, 카페 등 실내 시설을 수시로 환기하라는 방역지침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하루 3번 이상 출입문과 창문을 열어 가게 내부에 새 공기가 들어오게 하라고 권고하지만, 점주들은 손님들의 불편 호소나 난방비 증가 우려 등을 들어 지침 준수에 소극적인 자세다. 전문가들은 실내 환기가 감염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이 된다면서, 추위로 문을 열기 어렵다면 고성능 공기청정기 설치 등 대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방역당국은 다중이용시설을 상대로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실내 환기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질병청은 지난 10월 '슬기로운 환기 지침'을 발표하고 창문과 출입문을 개방하는 맞통풍 방식으로 하루 최소 3회, 매회 10분 이상 자연 환기할 것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런 지침이 무시되는 분위기다. 25일 찾아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소재 50석 규모 카페는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 한 번도 출입문이나 창문을 열지 않았다. 이곳에서 공부하던 취업준비생 신유미(25)씨는 "대형 카페보단 소규모 카페에서 환기 지침이 더 지켜지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강남역 인근 80석 규모 카페는 열고 닫기가 가능한 창문이 하나도 없고 공기청정기도 설치돼 있지 않아 환기 지침을 이행할 수 없는 환경이었다. 유일한 환기 통로인 출입문도 영업시간 내내 닫혀 있었다. 직원 박모(31)씨는 "손님들이 추워 해서 최대한 안쪽 자리로 안내하고 있다"면서 "따로 문을 열어두고 있진 않지만, 손님들이 오가면서 환기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게들은 환기 지침을 따르지 않는 이유로 추운 날씨와 손님 불평을 든다. 서울 강남구 소재 도넛가게 직원 임모(30)씨는 "손님이 적은 시간에 되도록 환기를 하려 하고 있지만, 추위를 호소하는 목소리가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논현역 부근 국밥집 직원 신예찬(26)씨도 "주기적으로 문을 열어두고 있지만 손님들이 닫아달라고 요구하면 들어줄 수밖에 없다"며 "늘어나는 난방비도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방역에 보탬이 될 만큼 성능이 좋은 공기청정기를 새로 구비하기엔 비용 부담이 크다는 볼멘소리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방역에 있어 환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추운 날씨 탓에 쉽지 않겠지만 환기는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중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정부가 현행 권고 수준인 환기 지침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되 지원책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도 나온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업소가 창문을 열지 못할 상황이라면 미세입자를 대부분 걸러낼 수 있는 헤파 필터 청정기 등을 의무적으로 비치해야 하고, 정부도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며 "시민 상대로 환기 지침에 대한 홍보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석 교수도 "자영업자들이 환기 지침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정부가 공기청정기 설치 지원 등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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