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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 빨리" 재촉에 둘 중 하나는 사고… '아슬아슬' 청년 라이더들

입력
2021.12.26 15:32
수정
2021.12.26 16:09

5개 플랫폼 배달 종사자 설문조사
음식점·고객·대행업체 모두 배달 재촉
플랫폼사 안전점검 위반도 수두룩
고용부 "사고 감축 대책 업계와 마련 중"

음식 배달플랫폼에서 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 중 절반이 교통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재촉을 받은 경험자일수록 사고 경험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한 배달기사가 눈을 맞으면서 목적지를 찾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음식 배달플랫폼에서 배달 일을 하는 사람들 중 절반이 교통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배달 재촉을 받은 경험자일수록 사고 경험 역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지난해 12월 한 배달기사가 눈을 맞으면서 목적지를 찾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19가 촉진한 비대면 시대, 음식 배달플랫폼 시장이 확대되자 전업이든 부업이든 배달기사(라이더)로 뛰어드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산업의 급성장이 안전한 일터까지 담보해주진 못했다. 상당수 사업장이 안전 점검 의무를 무시하고 있었고, 특히 경력이 짧은 20대 이하 청년들은 교통사고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었다.

배달기사 47% 교통사고 경험… 재촉할수록 위험↑

배달 종사자 연령 비율(단위: 10%)
고용노동부

26일 고용노동부가 배민 라이더스, 쿠팡이츠, 바로고, 생각대로, 부릉, 슈퍼히어로 의 5개 배달플랫폼에 등록된 배달 종사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배달 중 교통사고를 경험한 사람이 약 47%(2,620명)로 집계됐다. 사고 경험자 수는 종사 비율이 가장 높은 30, 40대가 많지만, 연령대별 사고 경험 비율은 20대 이하가 전체 1,119명 중 610명, 55%로 제일 높았다.

연령대별 사고 경험(단위: 명)
고용노동부

주목할 부분은 "빨리 오라"는 재촉 경험과 사고 경험이 같이 상승한다는 점이다. 배달 재촉을 당한 적이 있다는 종사자 중 사고 경험 비율은 50.3%인 반면, 재촉을 경험한 적이 없는 경우 사고 비율이 23.0%다. 2배가 넘는 차이다.

이들이 서두르란 압박을 받은 곳은 음식점(4,189명·중복 집계), 주문고객(3,772명), 지역 배달대행업체(1,690명), 배달플랫폼사(1,558명) 순으로 나타났다. 재촉 방법도 각양각색이다. 음식점은 음식 빨리 받으러 오라고, 배달대행업체는 배달 중 빨리 이동하라고 전화를 걸었다. 고객은 평가 점수를 낮게 매기는 식으로 재촉했다. 플랫폼사는 앱 화면에 배달 시간을 노출시켜 종사자들을 압박했다.

헬멧 검사, 이륜차 점검도 뒷전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쓰는 헬멧. 뉴시스

배달의민족 라이더들이 쓰는 헬멧. 뉴시스

올해 1~10월 사이 배달플랫폼 종사자 중 16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2017년 2명에서 2018년 8명, 2019년 7명, 2020년 17명 등으로 급증 추세다. 배달 종사자의 안전을 위해선 재촉 같은 무리한 요구를 자제하는 것뿐만 아니라 플랫폼사의 정기적인 안전조치 점검도 중요하다.

하지만 고용부 점검 결과, 전국 17개 플랫폼 중 12곳이 산업안전보건법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안전보건법은 플랫폼사가 △배달 종사자에게 적합한 안전모가 있는지 확인하고 △안전보건 교육을 제공하며 △비정상 작동 이륜차 탑승을 금지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위반 사항 가운데는 종사자가 도로교통법 기준에 부합하는 안전모를 갖췄는지 확인하지 않은 경우가 10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륜차 정비 상태 확인 미이행이 3건, 안전운행 및 산재예방 정기적 고지 위반도 2건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적발 내용에 따른 과태료를 부과하고 시정을 요구하는 동시에, 배달종사자 사고 감축을 위한 종합 대책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전한 배달에 필요한 조치를 담은 안전 협약을 플랫폼사들과 체결하고 업계가 이를 이행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배달 종사자 안전의식 제고, 재촉이나 무리한 요구 개선을 위한 캠페인 등 세부방안도 협의 중이다.

안경덕 고용부 장관은 "배달플랫폼 산업의 경우 플랫폼업체와 배달대행업체, 음식점주, 주문 고객, 종사자 본인 등 플랫폼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이 종사자 안전에 영향을 준다"며 "종사자가 늘어 건강한 일자리 조성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이용자의 인식과 행동에 변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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