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 더 복잡해져”…박근혜 사면에 中 매체들 훈수

입력
2021.12.26 13:33
수정
2021.12.2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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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대통령 사면, 대선 영향에 中 촉각
야당 분열, 민주당 반사이익에 무게 실어
민주당 이탈표, 코로나 물타기용 반론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7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 내외와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년 뒤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이 2014년 7월 한국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 내외와 서울 성북동 한국가구박물관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2년 뒤 한미 양국은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청와대 제공


박근혜 전 대통령을 향한 중국인들의 관심은 각별하다. 한때 자서전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 팬카페도 생겼다. 탄핵 이후에는 사면 시점을 놓고 관측이 무성했다.

반면 2016년 7월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으로 불만도 쌓였다. 그보다 2년 전 한국을 찾아 박 전 대통령 면전에서 사드 반대 입장을 밝힌 시진핑 주석은 체면을 구겼다. 이후 한중 관계는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갑갑한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처럼 애증의 대상인 박 전 대통령 특별사면 소식에 중국 매체들이 다시 들썩였다. “직접적 원인은 건강악화 때문(리톈궈 중국사회과학원 연구원)”이라며 청와대의 설명에 겉으로는 수긍하는 제스처를 취했다. 동시에 정치적 유불리를 둘러싼 다양한 해석을 내놓으며 내년 한국 대선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한국 대통령이 국민통합을 내세워 전임 대통령들을 사면한 전례가 있기는 하나, 대선 직전에 사면권을 행사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일단 더불어민주당이 반사이익을 챙길 것이라는 주장에 좀 더 무게를 실었다. 신화통신은 26일 “이번 사면 결정은 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온건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고, 신랑왕은 “전직 대통령 사면을 대선 이슈로 부각시키려던 윤석열 후보의 전략을 문재인 대통령이 가로막았다”고 해석했다. CCTV는 “국민의힘 지지세력에 균열을 가져와 국정농단 의혹 수사를 주도한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했다. 뤼차오 랴오닝성 사회과학원 연구원은 “한국 집권당의 관대함과 인도주의 정서를 보여줘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호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달리 한쪽 진영에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신징바오는 “이번 결정에 따른 정치적 파장이 간단치 않다”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이 사면에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고 전했다. 리자청 랴오닝대 교수는 “윤석열 후보에게 감점요인이기는 하나 대선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인터넷 매체 왕이는 “한국의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에 따른 여론의 불만을 다른 이슈로 돌리기 위한 의도가 깔렸다”고 꼬집었다. 논란이 많은 박 전 대통령 사면 카드를 꺼내야 할 정도로 한국 대선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 개인의 처지에도 중국 매체들의 시선이 쏠렸다. 환구망은 “부모를 잃고 미혼에 남편도 자녀도 없어 남은 가족은 동생들뿐인 상황”이라고 했고, 텅쉰왕은 “사면에도 불구, 탄핵으로 인해 전직 대통령 처우를 회복할 수 없어 비서나 운전기사, 사무실을 제공받지 못하는 신세”라고 전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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