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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줌은 터질 듯 마려운데 나오지 않으면…

입력
2021.12.24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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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 요폐, 치료 늦으면 콩팥 기능 영구 손상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오줌이 마렵지만 나오지 않는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급성 요폐 환자가 늘어난다. 게티이미지뱅크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오줌이 마렵지만 나오지 않는 증상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급성 요폐 환자가 늘어난다. 게티이미지뱅크

K(58)씨는 요의(尿意)를 느껴 화장실을 찾았지만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그로부터 1시간 반쯤 뒤 다시 화장실에 갔지만 이번에도 실패였다. 얼마 후 아랫배가 살살 아리더니 참을 수 없이 아프기 시작했다. 오줌보는 터질 것 같은데 아무리 해도 소변이 나오지 않았다. 계속되는 통증에 견디지 못한 K씨는 응급실을 찾았고, ‘급성 요폐(尿閉)’ 진단을 받았다.

요즘처럼 기온이 뚝 떨어지면 K씨처럼 오줌을 누지 못해 병원 응급실을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급성 요폐는 소변이 마렵지만 소변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는 것을 말한다. 보통 중년 및 노년 남성에서 관찰된다. 이는 해당 연령대에 흔한 전립선비대증과도 연관이 있다. 대한비뇨기과학회에 따르면 남성 급성 요폐 환자의 70%가량이 전립선비대증을 앓고 있었다.

◇방광이 풍선처럼 빵빵해져

급성 요폐는 소변을 보려고 해도 요도가 막혀 소변을 볼 수 없는 상태다. 방광이 수축하는 힘이 일시적으로 장애를 일으켜 아무리 힘줘도 소변이 나오지 않는다.

이로 인해 방광에는 소변이 점차 차오른다. 보통 남성의 방광은 400~500㏄의 소변을 담는데, 요폐가 생기면 1,500㏄까지 부풀어 오르기도 한다. 방광이 3배 이상 부풀면 아랫배가 볼록하고 탱탱하게 만져지며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전립선비대증은 급성 요폐의 흔한 원인이다. 비대해진 전립선이 요도를 압박하면 소변 줄기가 약해지고, 소변 횟수가 평소보다 늘거나, 잠자다가 깨 화장실을 가거나, 소변이 제대로 배출되지 않는다. 특히 전립선에 의해 압박된 요도가 제대로 이완되지 않아 갑자기 급성 요폐가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전립선비대증 환자가 감기약을 먹었어도 급성 요폐가 생길 수 있다. 감기약에 든 항히스타민제와 교감신경흥분제가 방광 근육 수축력을 떨어뜨리고 소변이 나오는 길인 방광 입구와 전립선 평활근을 수축시켜 입구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전립선암이나 요도 협착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고, 복용 중이던 전립선비대증 약물을 중단했을 때나 전립선 수술 후 일시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심한 변비나 당뇨병 등도 급성 요폐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치료 늦어지면 콩팥 기능 손상

급성 요폐를 방치하면 방광 근육 수축력이 없어져 방광 기능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로 인해 방광 내 압력이 올라간다. 방광 내 압력이 상승하면 방광 내 혈류가 줄어 산소가 부족한 허혈 상태가 되고 조직도 손상될 수 있다. 방광 기능 저하 및 변성이 올 수 있다.

또한 콩팥의 오줌 배출 기능을 떨어뜨려 요관ㆍ콩팥이 늘어나는 수신증이 생길 수 있다. 악화하면 콩팥 기능이 영구적으로 손실될 수 있다. 이 밖에 요로감염이나 방광결석 등이 생길 수 있기에 적극적으로 치료해야 한다.

우선 급성 요폐가 생기면 통증을 줄이기 위해 응급처치로 소변을 뽑아준다. 이후 요도로 도뇨관을 밀어 넣어 인위적으로 소변을 배출한다.

대개 급성 요폐가 일어나면 방광 근육이나 점막이 손상된 상태이므로 1~2주 정도 도뇨관을 삽입한 채 방광에 쉬게 하고 소변을 정상적으로 볼 때까지 기다린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전립선비대증 약을 함께 복용하면 도뇨관을 제거한 후 정상적인 배뇨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방광 수축력이 저하됐다면 방광 수축력을 높이는 약 등을 전립선비대증 약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전립선암ㆍ방광결석ㆍ요도협착 등 치료 가능한 원인 질환이 있으면 해당 질환 치료를 병행해야 한다.

◇소변, 참지 말고 즉시 누는 습관을

급성 요폐가 생기면 매우 당황스럽고 고통스럽기에 예방이 중요하다. ‘소변을 오래 참으면 병이 된다’는 말이 있듯이 소변을 억지로 참지 말아야 급성 요폐를 에방할 수 있다.

귀찮더라도 요의를 느끼면 소변을 곧바로 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소변을 오랫동안 참다가 정작 소변을 보려고 하면 요도를 압박하는 방광 근육이 잘 풀리지 않아 급성 요폐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소변을 참지 않는 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과민성 방광 등으로 소변이 얼마 없는 데도 방광이 예민해 자주 화장실을 찾는다면 소변을 참았다가 보는 것이 증상 호전에 도움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이런 증상을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므로 비뇨의학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과음도 급성 요폐 원인이 될 수 있다. 유대선 을지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보통 술을 많이 마신 상태에서 잠들면 소변이 늘어나 방광이 갑자기 심하게 팽창해 새벽에 아랫배가 아파서 깨어도 소변을 보지 못할 때가 많기에 적절한 음주 습관을 가지는 것이 좋다”고 했다.

전립선비대증 환자의 경우 적극 치료하는 것이 급성 요폐 예방의 지름길이다. 감기약을 먹을 때도 주의해야 한다. 감기약을 처방받기 전에 반드시 전립선비대증 치료 중에 있음을 알려야 한다.

감기약을 먹을 때에도 전립선비대증 약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외에 이뇨 작용이 있는 커피ㆍ홍차ㆍ콜라 등 카페인이 든 음료도 자제해야 한다.

평소 다양한 채소를 골고루 섭취하는 등 건강한 식습관을 유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 온수 좌욕은 전립선과 회음부 근육을 이완해 주고 혈액순환을 촉진하기에 급성 요폐 예방에 효과가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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