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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박근혜, 8년 악연이 뒤바꾼 '정치적 갑을관계'

입력
2021.12.24 19:30
수정
2021.12.24 19:3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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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정농단' 사태 수사 장본인
중앙지검장 땐 형집행정지 거부
朴 메시지, 지지율 위협 가능성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온수동에 있는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시설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4일 서울 온수동에 있는 고아권익연대를 찾아 시설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을 감옥에 넣은 장본인이 과거 그가 이끌던 당의 대선후보가 됐고, 대통령은 대선 목전에서 풀려났다. 24일 단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 특별사면은 박 전 대통령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정치적 갑을관계’를 완전히 바꿔놨다. 4년 전 박 전 대통령을 겨누던 칼이 마치 부메랑처럼 윤 후보를 위협하는 형국이 된 것이다.

두 사람의 악연은 2013년 시작됐다. 윤 후보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그해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의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다. 이명박 정부가 2012년 대선 승리를 목적으로 온라인에서 조직적으로 댓글 등을 조작한 사건이다. 수사를 담당한 윤 후보는 두고 두고 회자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정권 차원의 수사 외압을 폭로한 대가로 검찰 핵심부에서 밀려났다.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꺼져가던 윤 후보의 검사 생명을 극적으로 소생시켰다. 그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팀장으로 발탁된 뒤 박 전 대통령 측근들을 줄줄이 구속시켰고, 2017년 3월 탄핵의 근거를 마련한 1등 공신이 됐다.

악연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윤 후보가 2019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일할 때 박 전 대통령의 형집행정지 요청에 퇴짜를 놓은 것. 박 전 대통령은 2019년 허리통증이 악화돼 외부 진료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두 차례에 걸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윤 후보는 이날 “전문가들이 집행정지의 사유가 안 된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발을 뺐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 열성 지지자들은 “그때라도 형집행을 멈췄으면 건강이 이토록 나빠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윤 후보를 향해 강한 적의를 보인다.

8년간 지속된 구원의 굴레는 정계 입문 6개월 차에 불과한 윤 후보가 단숨에 보수정당의 대선후보로 부상할 수 있는 원동력이기도 했다. 정권에 항명한 올곧은 검사 이미지를 만들어 준 이가 박 전 대통령이었고, 시간이 흘러 문재인 정부에 같은 이유로 반기를 든 윤 후보는 어느덧 보수세력의 구세주가 됐다.

박 전 대통령 사면은 두 사람의 질긴 악연의 시효를 연장시킬지도 모른다. 대구ㆍ경북(TK) 지역은 그간 윤 후보의 절대 우군이었지만, 이번 사면으로 유권자들이 기억에서 윤 후보의 과거를 새삼 들추게 됐다는 분석도 있다. 혹여 윤 후보를 비난하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가 나오기라도 하면 보수 분열을 가속화시켜 지지율에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장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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