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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선에 등장하다... 이재명보다 윤석열에 '타격'

입력
2021.12.24 21:10
수정
2021.12.24 21:1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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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진행된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앉아 있는 모습. 배우한 기자

19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에서 진행된 매헌 윤봉길 의사 순국 89주기 추모식에서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서로 다른 곳을 보며 앉아 있는 모습. 배우한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은 대선을 약 2달 앞두고 터진 '폭탄'이다. 지역과 진영 등이 복잡하게 얽힌 이슈인 만큼,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속단할 수 없다. 다만 박 전 대통령과 '악연'인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마음이 무거워진 것은 분명하다. '박근혜'라는 이름의 재등장은 보수진영을 궁지에 몰았던 '검사 윤석열'의 과거를 불러냈다.

촛불민심 반발 속 이재명 '프레임 전환' 효과

당장의 사면 비판론은 더불어민주당에 부담이다. 특히 '촛불 민심'의 이탈 여부를 주시해야 한다. 전직 대통령 사면은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지 못했다. 지난달 27~29일 채널A·리서치앤리서치의 여론조사에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찬성(39.2%)과 반대(43.7%) 의견은 팽팽하게 엇갈렸다. 같은 조사에서 핵심 촛불 세대인 3040세대는 과반이 사면에 반대했다. 문 대통령의 결정에 실망한 진보 표심이 대선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선후보를 찍지 않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다만 민주당과 이재명 대선후보는 사면의 직접 타격권에서 다소 벗어나 있다. 사면이 문재인 대통령의 '독자적 결단'으로 알려지고 있는 만큼, 민주당의 공동 책임론으로 즉각 번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 매몰돼 다투기보다는 미래를 향해 힘을 합치자”는 메시지를 냈다. 용서와 화합은 여론, 특히 중도층 민심이 좋아하는 소재로, 사면 비판론이 급격히 확산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박 전 대통령에게 연민을 품은 대구·경북(TK) 민심이 이 후보에게 마음을 여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정부·여당의 코로나19 방역 책임론이 커지는 시점에 사면은 프레임 전환 효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 10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17년 10월 10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박근혜의 '입'이 윤석열 '미래' 흔든다

윤석열 후보 입장에선 상당한 부담이다. 윤 후보는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에서 정통 보수 당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윤 후보와 국민의힘의 악연보다 정권교체라는 당위가 중요하다는 게 당원들의 결정이었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활성화되지 않은 변수였다. 사면·복권으로 자유의 몸이 된 이상, 박 전 대통령의 '입'이 '정치인 윤석열'의 미래를 흔들 수도 있는 구도가 됐다.

박 전 대통령의 법률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당분간 신병 치료에 전념한 뒤 빠른 시일 내에 국민 여러분께 직접 감사 인사를 드릴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박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냥 '침묵'하진 않겠다는 뜻이다.

박 전 대통령이 윤 후보를 향해 지지 또는 용서의 메시지를 내면 보수층이 윤 후보를 중심으로 다시 한 번 강하게 결집할 것이다. 반대로 응징 메시지를 발신하면 윤 후보에게 상당한 악재가 될 것이다. TK를 중심으로 한 보수층에서 박 전 대통령의 영향력은 미약하게나마 남아 있다.

박 전 대통령이 '오버'해도 문제다. 탄핵 참사를 사과하지 않은 채 선거에 과도하게 개입하려 하면, 중도층과 진보층의 탄핵 재심판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 타격은 윤 후보가 고스란히 입게 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박 전 대통령이 곧바로 정권 교체 등을 이야기하면, '국정농단'이라는 부정적 기억이 되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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