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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리링'과 '딩동'이 운명 가를 백신 패스…기대와 걱정 분위기 엇갈리고

입력
2022.01.01 16:00

정부 3일부터 만료된 방역패스 '경고음'
"별 도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실제 자영업자들
일부 누리꾼 반발 "시민 고려 못한 방침"
중대본, "경고음" 대신 "딩동"으로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 이틀째인 지난달 14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 QR 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 이날도 일부 QR코드 전자증명 서비스와 질병관리청의 '쿠브(QOOV)' 앱 접속에 장애가 발생했다. 고영권 기자

방역패스 의무화 시행 이틀째인 지난달 14일 서울 시내의 한 식당에서 시민들이 백신 접종 QR 코드 인증을 하고 있다. 이날도 일부 QR코드 전자증명 서비스와 질병관리청의 '쿠브(QOOV)' 앱 접속에 장애가 발생했다. 고영권 기자

정부가 3일부터 유효기간이 만료된 QR코드를 스캔할 경우 경고음이 울리게 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누리꾼과 자영업자들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방역당국의 경고음 시스템을 두고 인권 침해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는 이들과 자영업자를 위한 현실적 대책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방역패스 유효기간 6개월 지나면 QR코드 스캔 시 '경고음'

정부가 3일부터 유효기간이 지난 방역패스를 QR스캔할 시 경고음이 울리게 하겠다는 방침에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부가 3일부터 유효기간이 지난 방역패스를 QR스캔할 시 경고음이 울리게 하겠다는 방침에 누리꾼들이 반발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방역당국은 지난달 22일 코로나19 방역패스에 6개월의 유효기간을 두고 만료된 방역패스를 스캔할 시 경고음을 울리겠다는 방침을 알렸다. 방역패스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식당 및 카페 등 실내 다중이용시설이나 감염취약 시설에서 방역패스(접종증명·음성확인제) 확인을 의무화한 제도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시설관리자가 '경고음'을 통해 유효 기간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서 방역패스 확인 절차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손님들의 접종 내역 확인에 대한 부담을 오롯이 져야 했던 자영업자들은 이에 대해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해왔다.

중앙방역대책본부 고재영 위기소통팀장은 비대면 브리핑에서 "QR코드 스캔 시 유효기간 내에 한해 접종 완료자라는 음성 안내가 나갈 것"이라며 "유효기간 만료 후엔 경고음이 나와서 시설관리자가 음성 안내로도 유효기간 만료를 알 수 있어 일일이 확인하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근본적 대안 안돼"

지난달 16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고객이 백신패스 QR코드 체크를 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18일부터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4인까지로 전국에 걸쳐 동일하게 축소 적용하고, 식당과 카페의 경우, 접종완료자로만 4인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뉴스1

지난달 16일 대전 서구에 위치한 식당에서 고객이 백신패스 QR코드 체크를 하고 있다. 정부에 따르면 18일부터 사적모임 허용 인원을 4인까지로 전국에 걸쳐 동일하게 축소 적용하고, 식당과 카페의 경우, 접종완료자로만 4인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뉴스1

한 누리꾼은 경고음의 도입이 방역패스를 관리하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큐알 찍고 접종 기간 6개월 안 지난 거 맞는지 (종업원, 알바들이) 확인하기 힘들다고 하니 좋을 것 같다"는 글이 올라왔고, 다른 커뮤니티에서도 "자영업자들 그나마 확인하기 편해지겠네. 당사자들도 패스 기간 끝난 걸 바로 알 수 있다"(결혼=새우********)며 자영업자의 편의를 증진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현장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명동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는 50대 홍모씨는 "평소 손님들이 (방역패스를 인증하지 않고) 그냥 들어와서 앉고 하다 보니 계속 말을 해야 하고 인력도 부족하니 다행이다 싶다면서도"면서도 "경고음이 나게 해도 식당 내부가 시끄러워서 얼마나 도움이 될까 모르겠다"고 말했다.

40대 식당 종업원 서모씨는 "소리(경고음)가 들리면 확인하는 게 조금은 낫겠다"면서도 "솔직히 정부에서는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고 하는데 현실적으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가게가 지키는 게 아니라 손님 개인이 지켜야 하는데 (영업장에 책임을 지우니) 머리가 아프다"고 안타까워했다.


누리꾼 "지나치다" VS "감수해야"

정부의 경고음 방침에 대해 누리꾼들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정부의 경고음 방침에 대해 누리꾼들의 생각이 엇갈리고 있는 모습.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일부 누리꾼들은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지나친 것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경고음이 아니라 폰에 알림을 주는 수준이 돼야지 (만료 사실을) 모르고 있던 사람이면 많이 민망할 것 같다"며 "업주분들을 위하는 것도 좋지만 깊은 고민이 없어 보인다"(닥*)고 비판했다. 방역패스도 개인의 의료 정보라며 이를 존중하지 못한 대응이라는 누리꾼도 있었다. 공공장소에서 경고음을 통해 개인의 백신 접종 여부가 공개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그 외 "시선 집중되고 진짜 민망하겠다"(@BAND*****), "사람 많은 식당에서 유효기간이 지난 QR코드를 찍으면 주변 사람들이 벌레 보듯이 보겠다, 공개처형 아니냐(ultra****)"며 경고음으로 인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당사자에 대한 낙인을 찍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다른 누리꾼은 "정확하게 알려주기 위한 거면 안내 멘트를 하나 더 하면 된다"고 목소리를 냈다.

해당 논란을 두고 한 커뮤니티에서는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고음 방침에 대해 한 누리꾼이 "방역 패스를 해도 확진자만 늘어나는데 이젠 범죄자 취급까지 한다"(인생**)며 글을 올리자 "범죄자 취급이 아니라 조심하자는 것"(세종***),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게 상식이다. 백신 안 맞을 자유를 누리고 싶으면 백신 패스로 인한 불편함은 감수해야 한다"(개구리***)며 날을 세우는 모습도 보였다.


방역당국, 경고음 대신 "딩동" 소리 적용하기로

27일 서울 시내 한 식당 입구에 방역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27일 서울 시내 한 식당 입구에 방역패스 시행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중앙방역대책본부는 해당 논란을 인지한 듯 유효기간이 지난 방역패스에 부여했던 '경고음'을 '딩동' 소리로 변경했다. 27일 발표된 보도자료에 따르면 QR코드 인식 시 유효한 증명서는 '띠리링' 소리와 함께 '접종완료자입니다'라는 음성안내가 나온다. 유효하지 않은 경우 '딩동' 소리만 나올 예정이다. 방역당국은 "시설관리자는 딩동 소리가 나오는 경우 미접종자의 예외(PCR 음성확인, 코로나19 완치자, 18세 이하 등)에 해당하는지 확인하고, 방역패스 미소지자에게 시설 이용 불가를 안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세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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