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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빼라" 일괄 통보에…코로나 중환자 210명 중 22명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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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방역당국이 시행한 코로나19 중환자 전원 명령 방침을 두고 의료계 반발이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방역당국은 부족한 중환자 병상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라고 거듭 설명하고 있지만, 중증도가 아닌 감염력 기준으로 일괄 통보하다보니 현장 의료와도 맞지 않고 관련 서류작업만 크게 불어났다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24일 보건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지난 20일 전원 명령서를 받은 210명 중 98명이 병상을 옮겼거나 옮길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코로나19 증상 발현이 21일 이상된 환자들이다.
중수본은 국내외 연구 문헌을 검토하고 전문가 의견을 수렴한 결과 증상 발현 20일이 지나면 코로나19 감염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코로나19 중환자 병상에서 내보내고, 이를 거부할 경우 치료비에 과태료 부담까지 안기겠다고 결정했다.
이스란 중수본 환자병상관리반장은 "최근 중환자 병상 부족이 심각해져 상황을 보니 70일 넘게 있는 환자들도 있어 전원 명령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중환자실 상황을 한 번도 모니터를 못 했다"고 말했다. 관리 공백이 컸다는 얘기다.
더 큰 문제는 210명 중 22명이 전원 명령서를 받은 후 사망할 정도의 중증 환자였다는 점이다. 이는 전원 명령이 감염력에만 초점을 맞춰 '21일 이상 환자'에게 일괄적으로 전달된 탓이다. 물론 의료진이 판단하기에 상태가 나빠 전원이 불가능한 경우, 이에 대한 근거 자료를 내고 연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장 의료진들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우리 환자 1명도 전원 명령서를 받은 다음 날 숨졌다"며 "감염력이 없어졌다는 이유만으로 격리 해제를 할 순 없다"고 말했다. 심각한 중환자의 경우 20일이 지났다 해도 일반 중환자실로 옮기는 5~10분 내에도 숨질 수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중환자가 갈 수 있는 일반 중환자실을 적극 알선해준다고 하지만, 전혀 맞지 않는 경우도 나온다. 정형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공의료위원장은 "한 상급종합병원의 80대 코로나 중환자에게 요양병원으로 가라고 안내한 적이 있다"며 "일반 중환자실도 아니고,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다보니 의료진에겐 또 하나의 업무가 추가됐다. 바로 '격리치료 연장을 위한 소견서' 작성이다. 이러저러한 사유로 지금은 병상을 뺄 수가 없다고 설명해야 한다. 210명 중 66명이 이 절차를 밟고 있다.
현장 의료진이 보기에 이건 원래 불필요한 절차다. 엄중식 교수는 "중환자실은 세균 감염 가능성이 높은 위험한 공간이기 때문에 의료진이라면 필요한 치료가 끝난 환자를 최대한 빨리 빼내려 한다"며 "20일 이상 중환자실에 있으면 그럴 만한 이유가 있는 것인데 굳이 또 이유를 적어 내라는 게 지금 정부의 조처"라고 말했다. 이어 "환자 한 명이라도 더 봐야 하는 의사를 소견서 작성에 매달리게 하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지적했다.
형평성 문제도 나올 수 있다. 이스란 반장은 "전원 명령은 일회성으로 시행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한 번씩 중간에 모니터링을 통해 꼭 필요한 경우에는 다시 전원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앞으로 병상 확보 작업이 원활해져 어느 정도 병상이 추가되면 이번 210명만 전원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예 이 참에 정부가 중환자 입·퇴실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염호기 인제대 서울백병원 호흡기내과 및 중환자관리의학과 교수는 "정부가 의료 현장과 중환자 보호자들의 얘기를 들을 생각은 안 하고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가이드라인만 인용해 본말이 전도된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럴 바엔 의료계가 주장하는 중환자실 입·퇴실 기준을 하루빨리 적용하는 편이 낫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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