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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폴트옵션 도입에 퇴직연금 '들썩'...1%대 수익률, 이젠 안녕

입력
2021.12.26 09:3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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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자금 축낸다" 지적에 디폴트옵션 실시
연령 맞춰 투자 조정, TDF 수익률 도우미
"한번 선택했다고 끝까지 끌고 가지 말길"

편집자주

친절한 ‘금융+자산’ 설명입니다. 어려운 금융을 알면, 자산 쌓기도 쉬워집니다.

내년 7월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사전 지정한 방식대로 굴리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게티이미지뱅크.

내년 7월부터 퇴직연금 가입자가 별도의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으면 사전 지정한 방식대로 굴리는 디폴트옵션이 도입된다. 게티이미지뱅크.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로 노후 자금을 축낸다는 오명을 듣는 퇴직연금 제도가 내년 7월부터 확 바뀝니다. 쪼그라들거나 현상 유지에 그치고 있는 퇴직연금을 불릴 수 있도록 '디폴트옵션'이란 투자 수단이 도입되는데요.

디폴트옵션을 통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려면 연령에 따라 위험 자산 비중을 자동 조정하는 TDF(타깃데이트펀드) 상품이 유리하다는 조언입니다. 또 최소 5년마다 퇴직연금이 원하는 만큼 쌓이고 있는지 '중간 점검'을 하고 상품 변경 여부를 고민할 필요도 있습니다.

쪼그라드는 퇴직연금, 사실상 마이너스 수익률

2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사적연금 대표 주자인 퇴직연금 시장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266조 원입니다. 퇴직연금 유형별 시장 비중은 △DB(확정급여)형 56.9% △DC(확정기여)형 27.0% △IRP(개인형 퇴직연금) 16.1%입니다.

DB형과 DC형은 회사에 다니면서 들고, IRP는 직장인·자영업자 등이 개별 가입하는 퇴직연금입니다. 회사가 관리하는 DB형은 보수적인 운용으로 수익률이 낮은 대신 안정적입니다. 과거 퇴직금과 비슷하죠.

DC형, IRP는 DB형과 달리 가입자가 퇴직연금을 직접 굴립니다. 가입자가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다 보니 고수익이 예상되지만 현실은 딴판입니다. DC형, IRP 가입자 대다수가 퇴직연금을 일일이 운용하기 어렵다며 주식 위주의 실적배당형 상품보다 수익률이 낮은 예·적금 중심의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DC형만 보면 원리금 보장형 가입 비중이 전체의 79.1%(9월 말)에 달합니다.

원리금보장형 수익률은 지난해 말 기준 DC형 1.69%, IRP 1.27%에 불과했습니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사실상 퇴직연금이 줄어든 셈이죠. 반면 실적배당형 수익률은 DC형 13.24%, IRP 11.95%로 원리금 보장형보다 훨씬 높았습니다.

반전 카드 '디폴트옵션', 내년 7월 도입

디폴트옵션은 이처럼 퇴직연금이 노후 자금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다는 지적에서 비롯됐습니다. 디폴트옵션은 가입자가 별도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증권사·은행 등이 미리 지정해둔 방식으로 퇴직연금을 굴리는 제도입니다.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있는 퇴직연금을 되도록 수익률이 높은 실적배당형 상품으로 유도하려는 의도입니다.

단 가입자가 디폴트옵션을 직접 선택해야 합니다. 디폴트옵션 선택지는 △TDF △장기 가치상승 추구펀드 △머니마켓펀드(MMF) △인프라 펀드 △원리금보장 상품 등 다섯 가지입니다. 원리금보장 상품을 제외하곤 모두 실적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데요. 퇴직연금이 실적배당형으로 재편돼 노후를 책임질 '효자 상품'으로 반전할 가능성도 커졌다는 의미입니다. 디폴트옵션을 먼저 시행한 미국, 호주의 최근 5년 퇴직연금 수익률은 5~7%대에 이릅니다.

5대 디폴트옵션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에서 가장 추천하는 상품은 TDF입니다. TDF는 은퇴 시점이 얼마나 남았는지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재구성하는 상품입니다. 가령 20·30대 사원, 대리의 퇴직연금은 주식 등 고위험 자산 비중을 늘려 공격적으로 운용하고 반대로 40·50대 부장, 임원의 자금으론 채권 등 안전 투자를 하는 식입니다.

TDF는 다른 디폴트옵션과 비교하면 국채 비중을 높여 안정성을 지향하는 MMF나 국가 정책 등에 따른 사회기반시설 사업에 투자해 적당한 이익을 보장하는 인프라 펀드보다 손실 위험이 큰 반면 수익률도 높습니다.

변재일 한화자산운용 WM(자산관리)솔루션운용팀장은 "미국은 2006년 디폴트옵션을 도입한 이후 TDF 시장이 매년 25% 이상 성장했다"며 "현재 10조 원 규모인 국내 TDF 시장은 5년 내 35조 원으로 커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령 따라 투자성향 변해, 5년마다 점검 필요

5대 디폴트옵션 중 하나를 골랐다고 끝이 아닙니다. 각 디폴트옵션 내에서도 고위험, 저위험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 라인업이 있어 꼼꼼한 비교가 필요합니다. 퇴직연금은 길게는 20~30년 가까이 운용하는 상품이다 보니 당장의 손실을 감내할 수 있는 청년 가입자에겐 위험 추구 상품이 상대적으로 적합합니다.

또 주기적으로 증권사·은행이 내 퇴직연금을 잘 굴리고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수입니다. 만약 시장 상황과 비교해 퇴직연금 수익률이 저조하다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거나, 가입자가 직접 운용하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이는 현재 퇴직연금 주류인 DB형에서 DC형으로 옮기고 싶은 가입자에게 적용되는 조언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노후 대비를 더 튼튼하게 하고 싶다면 사적연금을 한 겹 더 쌓는 격인 IRP 가입을 추천합니다. IRP는 DC형처럼 디폴트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등 운용 방법은 비슷한데, 연 700만 원까지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적용받는 등 세제 혜택이 큽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번 선택한 퇴직연금 디폴트옵션을 끝까지 끌고 가겠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수익률이 시장 상황에 걸맞은지 확인하고 연령·소득에 따라 적절한 상품도 다른 만큼 5년 주기로 운용 중인 상품을 따져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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