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기업이 가야 할 길, 디지털 ESG

입력
2021.12.27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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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등장에 앞서 전염성 높은 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을 예견했던 빌 게이츠가 올해 새롭게 꺼내 든 미래 이슈는 바로 '기후재앙'이다. 그는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는 코로나19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고통스럽게 이어질 것"이라 우려하면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 세계가 전례 없는 혁신을 이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1년은 북극의 폭염과 미 텍사스주 한파, 유럽 집중호우와 시베리아 산불에 이르기까지 기후 온난화로 인한 기상재해의 한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올 한 해 기후재앙은 히말라야 오지부터 대도시까지 전 지구적으로 발생했으며, 기상이변과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로 인해 고통을 겪는 인구도 이미 전 세계의 85%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취약계층의 경우, 급작스러운 자연재해에 더욱 무방비로 노출되어 피해가 집중되었다.

이처럼 코로나19와 기록적인 기후재난으로 인해 환경을 보호하고 사회안전망을 더욱 견고히 하는 지속가능한 삶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면서, 기후변화 대응이 글로벌 정책의 최우선 과제이자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급부상했다. 유럽연합(EU)은 탄소배출이 많은 나라의 상품에 추가 세금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CBAM)' 도입을 공식화했으며,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도 이와 유사한 '오염유발국 수입세'를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사회책임투자 관점의 비재무적 성과를 뜻하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가 단순한 환경보호운동 차원이 아닌 기업경영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우리나라 역시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시행하겠다는 목표하에, 2025년부터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사에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2030년에는 모든 상장사로 확대할 방침이다. 국민연금공단도 2022년까지 ESG 투자기준을 적용하는 자산군을 전체의 50%까지 확대하는 등 자본시장 내 투자자들의 요구도 높아지고 있다. 이와 맞물려 MZ세대를 중심으로 소비를 통해 개인의 신념이나 가치를 드러내는 '미닝아웃(Meaning Out)' 문화가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친환경 실천에 대한 보상시스템 등 ESG와 연계한 디지털 마케팅도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국내 30대 그룹이 발표한 환경분야 관련 투자계획은 153조 원을 넘어섰으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ESG를 담아 낸 '디지털 ESG'가 기업경영의 뉴노멀로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 및 고도화를 이루는 한편, 에너지효율화와 탄소저감, 재난대응과 취약계층 지원 등 ESG 경영도 강화하는 것이다. 특히 국내 이동통신 3사와 네이버, 카카오 등 빅테크 기업들은 AI를 활용한 온실가스 감축 및 재생에너지 발전, 중소기업의 중대재해 예방 및 소상공인 지원 등 디지털 기술로 환경과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대선이 3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디지털 ESG를 중시하는 산업 패러다임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차기 정부의 운영체계 역시 전면적인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 부처 간 칸막이와 중첩 기능을 과감히 없애, 신기술 활성화와 기후위기 대응과 같은 범정부 차원의 핵심과제를 추진하는 통합 컨트롤타워를 신설하는 것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똑똑해진 소비자가 기업의 디지털 ESG 활동의 진정성과 혁신성을 따지듯, 똑똑해진 유권자들은 차기 대선 후보들이 정부 차원의 ESG 경영과 상생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에 주목하고 있다.


전승화 데이터분석가·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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