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폐기물 95% 줄일 수 있다는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개발 재개될까

입력
2021.12.24 20:30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원이 사용후핵연료를 고온에서 재활용하는 '파이로프로세싱' 기술을 실용화하는 실험시설인 '프라이드(PREIDE)'를 로봇 팔을 이용해 원격 조정하고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사용후핵연료 처리는 모든 원자력 발전국에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원자력 발전을 지속하는 한, 큰 부피의 독성 강한 폐기물을 지하 임시 시설에 저장하는 형태의 현재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 한계에 도달할 수밖에 없어서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핵폐기물 양을 5% 수준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을 1997년부터 개발해왔지만, 현재는 '사실상 멈춤' 상태다. 탈원전 기조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기술 개발을 지속하는 게 경제적으로, 기술적으로, 환경적으로 적절한지 다시 판단해봐야 했기 때문이다.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적정성 검토위원회의 결과에 따라 20년간 8,000억 원을 투입한 기술 개발이 중단될 수도, 지속될 수도 있게 된 셈이다.

사용후핵연료 95%를 재활용할 수 있는 '파이로-SFR 기술'

파이로프로세싱 과정. 그래픽=강준구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4일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 연구개발 적정성 검토위원회가 '파이로-소듐냉각고속로(SFR)' 기술 연구개발 추진 권고안을 담은 검토보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2083년까지 가동될 국내 원전에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기술로 쓰이기에 해당 기술이 적절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이로-SFR 기술은 파이로프로세싱과 SFR로 구성된다. 파이로프로세싱은 사용후핵연료의 부피를 20분의 1로 줄이고, 발열량은 100분의 1로, 방사능 반감기는 기존 30만 년에서 300년으로 줄일 수 있는 기술이다. 사용후핵연료를 섭씨 500도 이상 고온에서 녹인 뒤 전기분해를 통해 우라늄 등 핵물질을 분리하고, 이는 SFR에서 핵연료로 재활용하면서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기존 다른 나라에서 활용하던 습식 재처리 기술에 비해 핵무장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1997년부터 시작된 파이로-SFR 연구가 전환점을 맞은 건 2017년이다. 기술 지속성이나 환경 영향, 경제성 등을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이듬해 사업 재검토가 시작됐고, "2020년까지 연구개발을 수행한 뒤, 이후 추진 여부는 한미원자력연료주기공동연구(JFCS) 결과 등을 바탕으로 다시 판단할 것"이란 결론이 내려졌다. 한미공동연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개발 과정이 중단된 채로 약 3년이란 시간이 흐른 것이다.

검토위 "파이로-SFR 기술 연구 계속해야... 경제성은 아직 불확실"

한국원자력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있는 소듐냉각고속로(SFR). 한국원자력연구원 제공

이날 제시된 검토위 보고서는 10년간의 JFCS 공동연구 결과를 정리한 'JFCS 10년 보고서'와 '2018년 재검토위 보고서' 등을 토대로 9명의 전문가들이 작성했다. 파이로-SFR 연계 시스템이 '기술성, 안전성, 핵비확산성' 면에서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로 적정하다는 게 핵심이다.

다만 경제성에 대해선 '불확실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JFCS 10년 보고서 상의 가정과 통계 등이 추정치에 불과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직접 처분 방식과 비교해 파이로-SFR 방식이 △더 경제적인지 △사회·환경적 영향 면에서 우위에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에 보고서는 정부가 경제성 분석과 사회·환경 영향 분석을 지속해야 한다고 권고했으며, 다양한 가정을 반영한 시나리오 분석을 통해 객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무총리가 위원장인 원자력진흥위원회는 27일 해당 권고안을 토대로 향후 연구개발 추진 방향에 대한 심의를 거칠 예정이다. 다만 기술의 실증 및 상용화 여부까지는 아직 검토되지 않는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일단 원천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미국과의 공동연구를 마무리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향후 사용후핵연료 관리와 관련한 국내 정책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실증·상용화 연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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