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쩐의 전쟁'... PGA vs 오일 머니 승자는?

입력
2021.12.24 17:18
수정
2021.12.24 17:53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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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필 미켈슨이 5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인근의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7876야드)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그의 캐디와 포옹을 하고 있다. 찰스턴-AP연합뉴스

미국의 필 미켈슨이 5월 23일(현지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찰스턴 인근의 키아와 아일랜드 골프리조트 오션코스(파72·7876야드)에서 열린 PGA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후 그의 캐디와 포옹을 하고 있다. 찰스턴-AP연합뉴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유러피언투어(현 DP월드투어)로 사실상 양분된 세계 남자 골프계 질서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신흥 세력이 새로운 투어 출범 선언과 함께 아시안 투어에 막대한 자금력을 쏟아 부으며 스타급 선수들을 영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PGA 투어와 유러피언 투어는 상금 규모를 대폭 증액하며 주도권 지키기에 나섰다.

아시안투어는 지난달 “그레그 노먼(호주)이 대표를 맡은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가 2억 달러(한화 약 2,370억원)를 투자, 앞으로 10년간 대회 10개를 새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LIV 골프 인베스트먼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대주주인 회사다.

사우디 자본의 국제 골프계 진입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최근 프리미어 골프리그(PGL) 또는 슈퍼 골프리그(SGL) 등 새로운 골프 리그의 등장이 예고되기 때문이다. PGA 투어와 유러피언투어 중심의 세계 남자 골프계에 사우디 자본을 앞세운 새로운 단체가 나타나 ‘제3의 리그’ 출범을 선언한 것이다. 막강한 오일 머니를 등에 업은 새로운 리그 출범은 스타급 선수들의 유출로 이어져, 국제 골프계 질서는 새로 재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미 더스틴 존슨, 브라이슨 디섐보, 필 미컬슨(이상 미국) 등 세계 톱 랭커들이 지난 2월 PGA 투어 대회 대신 유러피언투어 사우디 인터내셔널 출전을 택한 바 있다. 사우디 대회가 막대한 초청료 등으로 선수들을 유혹한 덕이었다.

특히 올해까지 유러피언투어 대회로 열린 사우디 인터내셔널은 내년부터는 아시안투어 대회로 치러진다. 사우디의 ‘오일 머니’가 새로운 리그 출범에 앞서 아시안 투어에 대대적인 투자를 한 이유는 국제 골프계 진출을 위한 우회 통로로 활용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PGL은 출범 계획을 밝히며 대회 개인전 우승 상금을 400만 달러로 책정하겠다고 공개했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 상금 207만 달러의 2배 가까운 액수로 한화 44억원 이상이다.

결국 PGA도 ‘쩐의 전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내년 플레이오프 상금 규모를 기존 6,000만달러에서 7,500만달러로 대폭 늘리고, 플레이오프 우승자 보너스도 1,800만달러(기존 1,500만달러)까지 키웠다.

유러피언투어는 글로벌 물류회사인 DP월드를 타이틀 스폰서로 영입해 투어 이름마저 ‘DP월드투어’로 개명하고 존재감 키우기에 나섰다. DP월드투어는 이번 시즌에 27개국에서 총 47개 대회를 개최, 역대 최대규모인 2억달러 규모로 치러진다. 내년 시즌 최종전인 DP월드투어 챔피언십 총상금은 900만달러에서 무려 2,000만달러로 두 배 넘게 증액했다.

김기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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