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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에서 치질도 아닌데 피가 섞인 변을 본다면…

입력
2021.12.23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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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암, 식습관 서구화 등으로 벌써 ‘암 발생률 2위’

작장에 암이 발생하면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이 나타날 수 있기에 암을 의심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작장에 암이 발생하면 대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변이 나타날 수 있기에 암을 의심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김모(48)씨는 얼마 전 화장실에서 볼일을 마치고 나오다 깜짝 놀랐다. 변기 안의 물이 빨간 색으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특별한 통증도 없었고 치질도 없던 그는 서둘러 병원을 찾아 검사한 결과, 대장암의 일종인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직장은 대장 중 항문에서 15㎝ 이내로 곧게 뻗은 부위인데, 항문과 가까워 이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혈변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 때문에 치질로 여겨 방치하다가 김씨처럼 뒤늦게 대장암 진단을 받는 사람이 없지 않다.

이석환 강동경희대병원 소화기외과 교수는 “피가 묻어나는 혈변, 검은 변, 잦은 복통,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나면 대장암을 의심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대장암(직장암, 결장암)은 벌써 위암에 이어 국내 암 발생률 2위에 올랐다(국가암등록통계ㆍ2021년 기준).

◇50세 넘으면 3~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해야

대장암 발병 원인은 식습관 같은 환경적 요인과 가족력으로 구분한다. 대장암의 80% 정도는 동물성 지방 등 포화지방이 많은 음식을 자주 먹거나 비만ㆍ흡연ㆍ음주 등 나쁜 생활 습관 때문이다.

대장암 발생률과 관련 있는 원인 가운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열량 섭취, 식습관, 운동, 흡연, 과음 등이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대장암의 66~75%는 식습관과 운동으로 예방할 수 있다.

대장암의 대부분은 양성 종양(선종성 용종, 선종)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악성으로 변해 생기므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한 용종절제술을 받으면 암을 원천적으로 없앨 수 있다.

정기검진으로 대장의 양성 종양을 미리 제거함으로써 대장암 발병을 줄일 수 있다. 또 직장 수지(手指) 검사와 직장 내시경 검사, 대변 잠혈 반응 검사 등도 대장암의 조기 검진과 예방에 유용한 검사법이다.

40세가 넘으면 누구나 대장암에 걸릴 위험에 노출된다. 이전에 대장 선종성 용종ㆍ염증성 장 질환이나 유방암ㆍ난소암ㆍ자궁내막암 등을 앓았거나, 가족 중 대장암이나 대장 선종, 대장 용종증 환자가 있거나, 지방 섭취가 많고 섬유질 섭취가 적으면 대장암 고위험군이다.

대한대장항문학회는 50세가 넘으면 3~5년 주기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기를 권하고 있다. 최근 대장암 환자의 9%가 40대 이하 젊은 층에서 발생하는 만큼 가족력이 있거나 흡연자 등 고위험군이 아니더라도 40~45세에 한 번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대장암은 사망률이 높지만 검진으로 조기 발견하면 5년 생존율이 80%에 가깝다. 아직 암이 대장에만 국한돼 있으면 5년 생존율은 96%로 높지만 다른 장기로 퍼지면 5년 생존율이 19.3%로 크게 줄어든다.

대장암을 예방하려면 평소 육류 섭취를 줄이고 섬유질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해야 한다. 음주ㆍ흡연은 되도록 삼가고 규칙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50세가 넘으면 정기적으로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특히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이라면 40세 이후에는 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지웅배 고려대 안산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암이 항문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직장암 수술은 항문을 최대한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로봇 수술하면 정확도 높아져

대장암은 암 전이 부분을 절제하는 것이 근본적인 치료법이다. 수술로는 개복 수술과 복강경 수술, 로봇 수술이 시행된다.

개복 수술은 악성 종양이 발생한 부위를 절개해 수술을 진행하는 방법이다. 복강경은 배에 작은 절개창을 뚫고 카메라와 수술 기구 등을 넣어 수술하는 방법이다. 1990년대 후반부터는 복강경 수술이 주를 이뤘고,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로봇 수술이 시도되기 시작했다.

로봇 수술은 집도의가 수술 부위를 확대해 확인하고 로봇 팔로 수술을 진행하는 수술법이다. 사람의 눈과 손으로만 진행했던 기존 복강경 수술보다 장기ㆍ혈관ㆍ신경 등 구조를 더 정확히 확인하면서 수술할 수 있다. 또한 5~8㎜ 굵기의 로봇 손을 몸 안에서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어 수술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민병소 연세암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는 “대장암은 수술 부위가 잘 보이지 않는 직장에 주로 발생하므로 시야를 충분히 확보하고 정교한 수술이 가능한 로봇 수술을 시행하면 항문 기능 손상 등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대장암 수술 후 합병증은 종양을 떼낸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장 내 내용물이 장 밖으로 새는 문합(吻合) 부위 누출, 장 내 내용물이 정체되는 장폐색 등이 대표적이다.

문합 부위 누출의 경우 직장암 수술 후 주로 발생하며, 빨리 재수술해야 한다. 장폐색을 예방하려면 수술 다음날부터 보호자와 함께 걷는 연습을 하면서 장기 운동을 촉진하는 것이 좋다.

대장암 수술 후 반드시 인공 항문(장루)을 부착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그럴 경우는 적다.

인공 항문은 임시 장루와 영구 장루로 나뉜다. 임시 장루는 수술 부위가 잘 아물지 않아 문합 부위가 누출돼 장 내용물이 샐 때 사용하면서 치료를 진행한다. 반면 암이 항문 근처에 있거나 괄약근까지 퍼졌다면 불가피하게 영구 장루를 사용하게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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