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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시대 교실 생활...주인공의 건강함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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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일상을 바꾸어놓은 지 2년, 신춘문예 동화 투고작들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작품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아동문학에서 죽음을 다루는 일은 드물지 않지만 슬픔이나 애도보다 불안과 두려움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많다는 점은 특기할 만하다. 장르로는 동물 판타지 수가 압도적이었는데, 주제의식이 불분명하거나 개연성이 없는 이야기가 아쉬웠다.
인물의 내적 갈등을 주체적으로 해결하기보다 꿈이나 계통 없는 비현실을 통해 손쉬운 해결을 도모해서는 곤란하다. 결국 동화의 성취는 작가가 어린이 독자를 어떻게 바라보는가에 달려 있다. 어린이를 천진난만한 존재로 이상화하지 않으면서도 한 인간으로서 존엄을 인정하고 어린이에게 사회적으로 타당한 목소리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동화 작가의 사명이다. 문학적으로 가치 있고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메시지를 담는 동화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심사위원은 총 213편의 응모작들을 읽고 그중 다섯 편을 본심에 올렸다. 본심에 오른 작품은 '자루를 든 아이에게',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정원이가 웃는다', '아름다운 벨라', '떨어져본 적도 없으면서!'였다. 최종적으로는 '아름다운 벨라'와 '떨어져 본 적도 없으면서!'를 두고 당선작을 가렸다. '아름다운 벨라'는 장애를 가진 유기견이 겪는 고난 서사를 통해 인간중심주의를 고발하고 모든 생명의 소중함에 대해 생각하도록 이끈다. 유기견을 입양한 사람들이 개를 미워하는 과정이 현실적이며 문장 하나하나가 단정하다. 그러나 짧은 단편에 들어가는 장면이 지나치게 많아 서사의 몰입을 방해하는 점이 아쉬웠다.
'떨어져 본 적도 없으면서!'는 소심한 주인공이 회장 선거에 나가 실패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상대적으로 인물의 몰입도가 뛰어나 독자로 하여금 서사에 집중할 수 있게 하며 팬데믹 시대에 교실 생활을 보여주는 이야기라는 점도 반가웠다. 회장 선거 과정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으며 현실적인 결말에 그치지 않고, 한 표에 대한 소중함을 알고 있는 주인공의 건강함이 사랑스럽다. 이상의 논의 끝에 '떨어져 본 적도 없으면서!'를 당선작으로 내놓는다.
새해에는 어린이들이 다른 어린이들과 직접 만나고 소통하며 그 안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삶이 풍요로워질 때 우리 동화도 더 빛날 수 있을 것이다. 당선자에게 축하를 보내며, 다른 응모자들 모두에게도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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