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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 더 불린 e커머스 시장, 더 치열해진 출혈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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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에도 코로나19는 경제 전반에 많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코로나에 치인 올 한 해 소비 시장의 변화를 세 차례에 걸쳐 짚어 봅니다.
'더 빨리, 더 싸게, 더 다양하게'.
코로나19가 5년 이상 앞당겼다는 국내 전자상거래(e커머스) 시장은 올해도 팽창을 거듭하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구가했다. 하지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계가 무너지며 치열한 생존 게임이 진행 중이다. 과열 경쟁으로 적자 구조를 면치 못하면서 납품업체나 생산자에게까지 부담이 전가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까지 미칠 악영향이다.
27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들어 10월까지 국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55조9,074억 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거래액(159조4,382억 원)에 육박했다. 블랙프라이데이와 광군제, 크리스마스 등이 몰려 있는 11월과 12월을 포함하면 연간 거래액 증가율은 20%를 넘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20.6%, 지난해 16.7%나 불어나면서 세계 5위 규모로 올라선 e커머스 시장이 올해 덩치를 더 키웠다.
전체 소매판매액 중 온라인쇼핑 상품 거래액이 차지하는 비중도 상승했다. 지난해 연간 26.7%에서 올해 10월까지 28.5%로 높아졌다. 특히 모바일 거래액 비중은 지난해 67.9%에서 72.3%로 치솟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e커머스 시장의 성장이 기대되는 이유"라며 "코로나19로 e커머스에 대한 심리적 장벽이 크게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2025년 e커머스 시장 규모가 270조 원으로 불어나 세계 3위권까지 뛰어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나눠 먹을 파이가 커지면서 선점의 필요성을 느낀 유통업체들은 올해 너나 할 것 없이 공격적인 행보를 보였다. 쿠팡은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했고 신세계는 이베이코리아를 전격 인수했다. 네이버는 e커머스 1위를 굳히기 위해 CJ와 손을 잡았다.
현재 e커머스 시장은 춘추전국시대에 비유된다. 선두 그룹인 네이버(17%), SSG닷컴(이베이코리아 포함해 15%), 쿠팡(13%)을 합쳐도 점유율이 50%에 못 미친다. 11번가(6%)와 롯데온(5%) 외에도 카카오, 마켓컬리, 티몬 등이 중·하위권을 형성하면서 '한 방'을 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1년 뒤를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가 크고 빠르다"라며 "어떤 업체가 언제든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적자는 쌓여간다. 쿠팡은 올해 1~3분기 1조 원 넘는 적자를 냈다. 누적 적자는 4조 원이 넘는다. SSG닷컴은 3분기 영업적자가 382억 원으로 지난해(31억 원) 대비 10배 이상 늘었고, 롯데온은 460억 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적자가 눈에 보여도 경쟁을 멈출 수 없는 '개미지옥'이 된 셈이다.
가만히 앉아서 혜택을 보는 건 소비자다. 경쟁이 심화될수록 가격은 저렴해지고(최저가 보장제), 배송은 더욱 빨라지며(당일 배송), 서비스도 좋아진다(무료 반품).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짐을 나눠 져야 한다는 점이다. 플랫폼뿐 아니라 납품업체와 생산자, 제조업체까지 피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쿠팡은 2017~2020년 '최저가 매칭 가격정책'으로 인한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101개 납품업체에 '갑질'을 한 혐의로 올해 8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33억원가량을 부과받았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쿠팡은 납품업체에 할인비용을 떠넘기거나, '성장장려금' 명목으로 100억 원 넘는 돈을 받아내기도 했다. 마켓컬리 운영사 컬리도 내년부터 매출이 일정 비율 이상 늘어난 납품업체로부터 '판매장려금'을 걷을 예정이다.
과도한 경쟁으로 생산 사이클의 한 고리가 약해지면 피해는 소비자에게 돌아온다. 종국에는 출혈을 감내할 수 있는 대기업만 살아남아 시장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년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는 업체가 많은데, 상장에 성공해도 결국은 실적으로 증명해야 한다"라며 "지금과 같은 '적자경쟁'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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