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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고래 보호소 예산은 0원…바다쉼터 좌초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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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물으면 정부가 답한다'는 철학으로 시작된 청와대 국민청원은 많은 시민들이 동참하면서 공론의 장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말 못하는 동물은 어디에 어떻게 억울함을 호소해야 할까요. 이에 동물들의 목소리를 대신해 의견을 내는 애니청원 코너를 시작합니다.
제주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 호반그룹이 소유한 돌고래 공연업체 퍼시픽리솜(옛 퍼시픽랜드)에서 살고 있는 큰돌고래 '태지'(22세 추정∙수컷)입니다. 제가 지난 여름 제주 돌고래체험시설 마린랜드에 있는 큰돌고래 '화순이'를 구해달라고 호소한 이후 애니청원에 두 번째 등장하게 된 이유가 있습니다. 이달 초 내년도 정부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는데 그중 해양수산부가 추진 중인 돌고래 바다쉼터(보호소) 관련 예산이 전액 삭감됐다는 소식을 들어서입니다.
해수부는 내년 예산을 제출하면서 '돌고래 바다쉼터 타당성 조사 용역과 기본 계획 수립을 위한 예산' 2억 원을 포함시켰는데 이 예산이 기획재정부에 의해 전액 삭감됐습니다. 내년 정부 예산은 총 608조 원으로 '초슈퍼예산'으로 불리고, 이 가운데 해수부 예산은 6조4,000억 원인데 우리 돌고래를 위한 예산은 한 푼도 배정되지 않아 시민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은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바다쉼터의 필요성이 제기된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전시에 동원되어 온 수족관 속 고래류는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 평균 수명을 살지 못하고 잇따라 사망했고, 현재 남은 고래류는 22마리에 불과합니다. 바다쉼터는 야생 적응이 어려운 돌고래나 저처럼 일본 와카야마현 다이지 앞바다에서 잡혀 원서식지로 가기 힘든 큰돌고래들에게 꼭 필요한 공간입니다.
동물보호단체 동물자유연대는 "너른 바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평생 좁은 콘크리트 수조에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을 받아 온 고래에게 바다쉼터는 부족하나마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설명합니다.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도 "해외에서 수입해온 개체들은 한국 해역으로 방류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바다에 쉼터를 만들어 내보내는 게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며 "예산 미반영으로 바다쉼터 조성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동물들을 위한 예산은 어떨까요. 동물자유연대가 내년도 농림수산식품부의 동물복지 예산을 따져본 결과 동물보호의 필요성을 알리는 TV 광고제작과 지상파 송출 등 대중매체 예산이 9억6,000만 원에 달합니다. 반면 유실·유기동물의 구조·보호비 지원을 위해 책정한 예산은 8억4,000만 원인데요, 이는 마리당 7만 원에 불과하죠. 동자연은 동물보호소에 입소하는 동물 25%가 자연사하는 상황에서 보호수준을 높이기 위한 예산보다 더 많은 돈을 홍보에 우선 사용하는 게 적절한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는데 이에 동의하는 바입니다.
반가운 소식도 있습니다. 충남 서천군 사육곰 생크추어리(보호시설) 조성을 위해 9억 원의 예산이 편성됐다고 하고요. 전북 정읍시의회는 내년도 소싸움 관련 예산 3억2,100여만 원을 편성했다가 지역 시민과 녹색당, 동물단체의 반발로 이 중 7,000만 원을 삭감하기도 했는데요. 녹색당은 2019년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진행하지 않았던 소싸움 관련 예산이 편성된 것 자체는 아쉽지만 싸움소 육성지원비, 대회 진행비 등을 깎은 것은 성과로 보고 있는데 이에 동의합니다.
어려움에 처한 동물의 삶을 현실적으로 나아지게 하기 위해서는 동물복지를 위한 예산 확보가 필요합니다. 우선 당장 정부는 돌고래를 위한 바다쉼터 조성에 힘써 주세요. 나아가 편성된 예산도 진정 동물을 위한 분야에 우선 쓰일 수 있도록 신중히 검토해주시길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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