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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1호 홈플러스 24년 마지막 영업 "섭섭, 뜨거운 안녕"

입력
2021.12.23 17:30

1997년생 전국 최초 홈플러스 24일 폐업
지하 5층 지상 49층 주상복합아파트 예정

전국 1호점인 홈플러스 대구점 2층 푸드코트 매장 일부가 폐업을 하루 앞둔 23일 철거되고 있다. 이곳에는 홈플러스를 기억해 달라는 문구인 'Remember 대구점 Forever!!'가 적혀 있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전국 1호점인 홈플러스 대구점 2층 푸드코트 매장 일부가 폐업을 하루 앞둔 23일 철거되고 있다. 이곳에는 홈플러스를 기억해 달라는 문구인 'Remember 대구점 Forever!!'가 적혀 있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1997년 9월 4일 대구 북구 칠성동에 전국 1호로 문을 연 창고형 할인매장 홈플러스가 24일 문을 닫는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1997년 9월 4일 대구 북구 칠성동에 전국 1호로 문을 연 창고형 할인매장 홈플러스가 24일 문을 닫는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오랫동안 사귄 첫사랑과 작별하는 기분이 들어 영상까지 찍었어요."

전국 최초 창고형 할인매장인 대구 북구 홈플러스가 23일을 마지막으로 영업을 끝내고 24일 폐업한다. 이 매장은 1997년 9월 문을 열어 24년간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23일 오전 10시 홈플러스 대구점은 안내판을 통해 마지막 영업을 알렸다. 1층 매장에 들어서자 텅 빈 진열대가 손님을 맞았다. 계산대와 고객센터에 각각 1명씩 배치된 직원 외 매장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평소 가장 붐비던 지하1층 식품관은 텅 빈 냉장고만 요란하게 돌아가고, 2층 전자제품관은 인부들이 제품을 빼고 있었다.

24년간 함께해온 홈플러스가 폐점을 앞두고 있다는 소식에 지역민들은 아쉬움과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보였다. 1997년 입점과 동시에 입사한 박신규(53)씨는 "전국 140여 홈플러스 매장 중 1호점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폐점을 하니 안타깝다"며 "내일 전 직원과 이곳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예정"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20년 단골인 이구자(78)씨도 "저렴한 물건이 많은 데다 휴식공간도 있어 20여 년을 마실하듯 드나들었는데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시리다"고 말했다. 물건을 환불하러 온 30대 여성은 "오늘이 마지막이라서 급하게 왔다"며 "오늘이 지나면 더 이상 올 수 없다는 생각을 하니까 묘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폐업을 하루 앞둔 23일 홈플러스 대구점 지하 1층 식품관에는 텅 빈 매대가 영업 종료를 실감케 했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폐업을 하루 앞둔 23일 홈플러스 대구점 지하 1층 식품관에는 텅 빈 매대가 영업 종료를 실감케 했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홈플러스 내 물류하역장에는 타 매장으로 이송할 재고품이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홈플러스 내 물류하역장에는 타 매장으로 이송할 재고품이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23일 1층 계산대에는 영업 종료를 알리듯 직원 없이 텅 빈 모습이었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23일 1층 계산대에는 영업 종료를 알리듯 직원 없이 텅 빈 모습이었다. 김채은 대구한국일보 기자


입점해 있던 매장 대부분이 이미 폐업을 했고, 남은 매장들도 부랴부랴 물건을 정리하고 있었다. 매장 입구에 있던 종합가전제품관 직원들은 상품을 박스에 포장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평소 물건을 들여오던 물류하역장은 매장 내 재고를 이동시키기 위해 대형 트럭에 물건을 싣고 있었다.

직원들은 대부분 다음 달 15일을 전후해 홈플러스 타 지점과 소형 매장인 익스프레스 매장으로 출근한다. 24일에는 전 직원이 송별회를 한다.

홈플러스 맞은편에서 20여 년간 화장품 매장을 운영한 박근혜(50)씨는 "홈플러스 때문에 인근 상가가 상생할 수 있었다"며 "대형 주상복합아파트가 들어서더라도 또 다른 상권이 형성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대구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적자 폭이 커지자 폐점을 결정했다. 이곳에는 지하 5층 지상 49층 대규모 주상복합단지가 들어선다.

1997년 문을 연 이래 24년간 지역민들의 생필품을 실어준 5층 주차장은 불이 꺼진 채로 적막만 흐르고 있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1997년 문을 연 이래 24년간 지역민들의 생필품을 실어준 5층 주차장은 불이 꺼진 채로 적막만 흐르고 있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홈플러스 대구점 정문 위에는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홈플러스 대구점 정문 위에는 '그동안 성원에 감사드립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박성현 대구한국일보 기자



대구=김민규 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대구한국일보 김채은 기자,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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