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 당선작 '가루약 눈사람'

입력
2022.01.01 04:30
수정
2022.01.03 12:49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일러스트=신동준 기자


감기는 다 나았니


나는 녹지 않았어


발자국도 나지 않았어


아직 다정한 어른은 되지 못했지만


가끔은 아빠처럼 우체국 커다란 창문 앞에서 잠자고


엄마처럼 기념품 가게에서 일해


너의 청록색 엄지장갑을 심장 자리에

넣어두는 걸 깜빡했는데도, 오늘은 춥지 않더라


무려 스무 날 전 네가 내 볼에 붙여주었던


귤껍질에서는 보물상자 냄새가 나


가끔 크게 웃고 있어


네가 생각나면

전율리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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