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강화' 비판한 심상정 "창작 자유는 역사의 상처에 겸허해야"

입력
2021.12.23 16:45
수정
2021.12.23 17:43
구독

"엄혹한 전두환 시대 재평가 시도에 비애"
'K콘텐츠' 친숙한 해외 네티즌도 트윗 퍼 날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선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3일 오후 제주도의회 도민카페에서 제주선대위 출범 기자회견을 열어 발언하고 있다. 제주=뉴시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21일 '민주화 운동 폄훼'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JTBC 드라마 '설강화'를 공개 비판했다. 특히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 겸손해야 한다"는 표현은 한국 대중문화 콘텐츠를 주목하는 해외 네티즌의 공감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심 후보는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위터를 통해 '설강화'에 대한 의견을 밝히는 글을 올렸다. 그는 "얼마 전 전두환의 죽음에 부쳐 '전두환의 시대가 과연 끝났는지 우리가 끊임없이 성찰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렸다. 드라마 설강화 논란을 지켜보며 기우가 아닌 현실임을 깨달았다"며 "전두환 재평가에 이어 엄혹한 전두환 시대까지 재평가하려는 시도에 비애를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등장인물의 설정을 들어 "운동권에 잠입한 간첩, 정의로운 안기부, 시대적 고민 없는 대학생, 마피아 대부처럼 묘사되는 유사 전두환이 등장하는 드라마에 문제 의식을 못 느낀다면 오히려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전두환 국가전복기의 간첩조작, 고문의 상처는 한 세기를 넘어 이어지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피해자들이 살아 있다"는 점을 들었다.



심상정 후보 트위터 캡처

심상정 후보 트위터 캡처


심 후보는 "엄혹한 시대에 빛을 비추겠다면, 그 주인공은 독재정권의 안기부와 남파간첩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위해 피와 땀, 눈물을 흘렸던 우리 평범한 시민들이 돼야 한다"며 "이미 '오월의 청춘'이라는 훌륭한 선례가 있다.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서 겸허해야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심 후보가 언급한 KBS 드라마 '오월의 청춘'은 올해 5월 방영된 드라마로, 광주 민주화 운동이라는 역사적 상황에 휘말린 젊은 연인의 이야기를 그리며 호평을 받았다. 많은 네티즌은 '오월의 청춘'이 역사에 충실했다는 점을 들어 '설강화'의 대조 사례로 삼아 왔다.


"그들이 거짓으로 우리 역사 재가공하려 들면 어떨지 상상해 보라"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트윗을 인용한 해외 네티즌의 트윗. 트위터 캡처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의 트윗을 인용한 해외 네티즌의 트윗. 트위터 캡처


특히 '창작의 자유는 역사의 상처 앞에 겸허해야 한다'는 표현은 현재도 트위터에서 많은 해외 네티즌의 주목을 받아 여러 언어로 인용 번역되고 있다. 한 포르투갈어 이용자는 이 문구를 인용하고 "맞다. 우리 서구인의 입장에서 우리가 알지 못하는 고통에 휘말리는 것은 너무나 둔감한 일"이라며 "그들이 거짓으로 우리의 역사적 상처를 재구성하려고 하면 얼마나 어처구니없을지 상상해 보라"고 썼다.

한 터키어 이용자 역시 해당 문구를 인용한 후 "오월의 청춘을 좋은 사극의 예로 제시한 것도 귀한 말이다. 봤다는 기억을 잊고 다시 보고 싶을 정도의 드라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JTBC는 3월 이후 "드라마의 내용은 실제와 무관하다"는 점을 들어 '설강화'를 향한 비판에 대응하고 있지만 드라마가 실제 방영된 후로 비판은 수그러들기는커녕 더 거세졌다.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는 "역사적으로 너무 무책임하고 명백한 왜곡 의도를 지닌 드라마"라고 지적했고 이한열기념사업회 역시 "당시 청춘을 바친 시민들에 대한 모욕 행위"라고 밝혔다.

JTBC는 21일 "설강화는 권력자들에게 이용당하고 희생당했던 이들의 개인적인 서사를 보여주는 창작물"이라며 "설강화에는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간첩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인현우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