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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의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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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2001년에 개봉되었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드라마로 다시 만들 제작 계획이 무산되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종교적 가치관이나 사회적 통념 등에서 의견이 맞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주인공이 맞춤법 관련해 나눈 재미있는 대화를 기억하고 있었는데, 새롭게 다시 볼 수 없다니 조금은 아쉽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국어 교사를 준비하는 국문과 학생이다. 여자 주인공은 식탁에 수저를 놓으면서, '숟가락'은 'ㄷ' 받침인데, '젓가락'은 왜 'ㅅ' 받침이냐고 묻는다. 젓가락은 'ㅅ' 모양으로 놓을 수 있으니 'ㅅ' 받침이고, 숟가락은 밥을 퍼서 먹을 수 있는 모양으로 'ㄷ'과 닮았다 하여 'ㄷ' 받침으로 적는다고 남자 주인공은 답한다. 현문우답(賢問愚答)이 아닐 수 없다.
'숟가락'은 단어 '술'과 '가락'이 합쳐져서 만들어진 합성어인데, 한글맞춤법 제29항의 '끝소리가 ㄹ인 말과 딴 말이 어울릴 적에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것은 ㄷ으로 적는다'와 같이 두 단어가 결합하여 앞말의 받침이 변화하는 과정을 겪었다. 순우리말인 '술'이란 단어는 낯선 듯하지만, '밥 따위의 음식물을 숟가락으로 떠 그 분량을 세는 단위'란 의미로, "밥 한술 더 뜨고 가"와 같이 사용하는 예가 있다. '술'에 '가늘고 길게 토막이 난 물건의 낱개'를 의미하는 '가락'이 어울렸고, 이후 역사적인 변화를 겪으면서, '술'의 받침 'ㄹ' 소리가 'ㄷ' 소리로 나는 과정을 반영하여 표기에 적게 된 것이다. 설이 있는 달을 의미하는 '섣달'과 여름에 생풀만 먹고 사는 소를 뜻하는 '푿소' 등이 같은 변화를 겪은 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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