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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82톤... 남산이 짊어진 '약속 자물쇠'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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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공원에 오르면 '약속' 자물쇠가 무수히 많습니다. 지난 21일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내려 팔각정 방향 산책로를 걷다 보니, 양옆 난간에 자물쇠가 빽빽하게 매달려 있었습니다. N서울타워 야외 전망대(루프테라스) 난간에도 다양한 재질과 모양의 자물쇠가 마치 따개비처럼 다닥다닥 채워져 있었죠. 이도 모자라 루프테라스엔 '자물쇠 트리'까지 등장했는데요, 이 또한 이미 '만석'입니다. 가족 또는 연인들이 저마다 소중한 약속, 계획, 바람들을 적은 자물쇠는 지금 이 순간에도 하나둘씩 늘어 가고 있습니다.
그땐 반드시 지키고 싶었던 약속들, 이제는 잊힌 약속들, 이 무수한 약속의 무게는 얼마나 될까요? 자물쇠가 매달린 난간 길이만 산책로와 루프테라스 합해서 약 200m에 달하고, 자물쇠 트리도 5개나 되는 만큼 정확한 수치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추산은 가능하죠. 지난 2018년 4월 안전성검사를 진행한 한국구조물진단연구원의 윤재진 박사는 남산공원 일대를 점령한 자물쇠의 총 무게를 약 82톤으로 계산했습니다.
윤 박사는 먼저 자물쇠가 걸린 난간을 기준으로 1㎥당 무게를 약 400㎏으로 가정했습니다. 1㎥의 공간에 자물쇠를 채웠을 때 무게는 700㎏이었습니다. 난간은 납작한 형태지만, 자물쇠가 매우 촘촘하게 결박된 점 등을 감안해 400㎏으로 추정한 겁니다. 루프테라스에 설치된 난간의 길이가 대략 100m, 케이블카 쪽 산책로 난간 역시 100m이므로, 여기에 매달린 자물쇠의 무게만 약 80톤에 달합니다. 여기에 5개의 자물쇠 트리를 개당 400㎏씩 총 2톤으로 치면, 남산공원 일대의 자물쇠 무게는 총 82톤가량으로 추산할 수 있습니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자물쇠, 그 엄청난 무게를 버텨야 하는 난간과 덱, 계단 등 시설물은 안전상 문제가 없을까요? N서울타워를 위탁 운영 중인 CJ푸드빌의 박선현 과장은 "보다시피 자물쇠의 양이 어마어마하고, 개수나 무게도 가늠하기 힘들다"면서, "주기적으로 전문기관에 의뢰해 구조안전진단을 받아 그 결과에 따른 보강 작업을 실시한다"고 전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점검 당시 안전성 및 사용성 유지 평가를 받았고, 내년 초에 안전진단을 받을 예정이라고 합니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여파로 탐방객이 크게 줄어 약간의 여유가 생긴 점은 그나마 다행입니다.
자물쇠 대다수가 철 재질이라 풍화작용에 의해 녹이 슬고 때가 끼면서 환경과 미관상 좋지 않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엔 철재 자물쇠 대신 화려한 색상에 녹이 슬지 않는 플라스틱 자물쇠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멀리서 보면 꽃길처럼 보이기도 하고, 설치 미술작품으로도 보이는 이유죠.
그렇다면, 이 남산의 자물쇠는 언제부터 시작됐을까요? 여러가지 '설'이 있지만, 남산공원 토박이에게 답을 듣는 게 가장 정확할 것 같네요. 팔각정 앞에서 1964년부터 즉석 기념사진을 찍어 온 노 사진사는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대략 2000년 초반부터 조금씩 걸리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다 2005년 야외 전망대에서 대대적으로 공사가 진행됐고, (지금의) 루프테라스 일부 공간에 자물쇠가 다시 늘기 시작하더니 2010년엔 이미 루프테라스를 거의 다 채울 정도로 많아졌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과연 '명물이냐 흉물이냐' 논란이 있긴 하지만, 남산에 자물쇠를 채우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전해지는 한, 가족의 행복을 기원하는 애틋한 발걸음이 이어지는 한, 남산의 자물쇠 무게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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