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대위 직책 던졌지만 "윤석열 승리 돕겠다"… 이준석의 '줄타기 정치'

입력
2021.12.23 09:30
3면
구독

21일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거대책위 직책 사퇴를 발표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만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오대근 기자

21일 상임선대위원장 등 선거대책위 직책 사퇴를 발표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롯데호텔에서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만난 뒤 호텔을 나서고 있다. 오대근 기자

초유의 당대표 '셀프 선대위 이탈' 사태로 시험대에 오른 이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만이 아니다. 이준석 대표도 "자기 정치만 한다"는 당과 지지층의 거센 비판을 받으며 리더십 위기를 맞았다. 이 대표는 이를 의식한 듯, 당대표로서 윤 후보의 승리를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김종인표 선대위 쇄신'을 외곽 지원하면서 내홍을 폭발시킨 책임을 최소화하려는 이 대표의 줄타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퇴 다음 날 외부 행사서 '후보 메신저' 자처

현 상황에서 이 대표가 상임선대위원장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사퇴 다음날인 22일 이 대표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오찬 후 취재진과 만나 "선대위 복귀는 얘기하지도 않았다"고 일축했다. 동시에 측근의 '입'을 빌려 '윤핵관(윤 후보 측 핵심 관계자) 정리'를 촉구했다. 김용태 최고위원이 "'파리떼'를 제거하지 않으면 역사에 죄를 짓는다는 생각으로 이 대표가 사퇴를 결정한 것 같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다만 윤 후보를 직접적으로 겨냥한 비판은 삼가고 있다.

이 대표는 오히려 이날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 축사에서 "윤 후보가 앞으로 언론계에 진정한 성평등 문화가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전해왔다"고 했다. 선대위에서 사퇴한 후에도 윤 후보와 긴밀히 소통하고 있음을 은연중에 부각한 것이다. 향후 역할에 대해서도 "당대표로서 할 수 있는 것과 (후보와 선대위) 요청이 있는 것에 대해서는 하겠다"고 했다.

당내 "몽니" 비판도... 선대위 "기다리겠다"

이는 당내 이 대표에 대한 불만 기류와 무관치 않다. 지난 3일 '울산 대회동'으로 선대위 인선을 둘러싼 갈등을 봉합한 지 3주도 안 돼 당대표가 판을 뒤엎은 것은 경솔하다는 지적이다. 한 중진의원은 "선대위 운영에 문제가 많지만, 대표가 직을 던진 것은 몽니이고 자기 정치를 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이 대표 책임론이 제기될 가능성도 크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이 이날 "이 대표의 정치적 미래도 내년 대선을 어떻게 마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한 이유다.

다만 이 대표가 윤 후보 중심으로 한 정권교체에 힘을 보태겠다는 의지를 밝힌 만큼 당장은 아니어도 선대위에 복귀할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사실상 모든 당무가 후보와 선대위로 넘어간 상황에서 당대표 역할은 상당히 제한적이다. 무엇보다 이 대표가 가진 2030세대 소구력과 상징성을 대선 과정에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선대위 관계자는 "이 대표가 겸임했던 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 후임은 찾지 않고 있다"며 "당분간 비워두고 기다릴 계획"이라고 했다.

강유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