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기 공약 리스크

입력
2021.12.22 18:00
30면
구독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이재명(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가가 함께 키우겠습니다' 전 국민 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영입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왼쪽 사진)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20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국가가 함께 키우겠습니다' 전 국민 선대위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이날 신지예 새시대준비위원회 수석부위원장 영입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우리나라 정치에서 보수와 진보의 정책적 차별성은 생각만큼 크지 않다. 분단 상황 탓에 애초에 사회주의 정당 등이 아예 자리를 잡지 못하다 보니, 현실적으론 정치권 전체가 보수화한 가운데 엘리트 기득권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분화해 여야 정당체제를 형성한 게 고작이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각각 진보, 보수의 정체성을 주장하지만, 정책 차별성이 뚜렷한 부문은 대북정책이나 대기업·노동정책, 분배정책 등에 불과하다.

▦ 근년 들어 경제·사회정책에서의 차별성은 더 급격히 희석돼 왔다. 2000년대를 전후해 심각해진 사회 양극화 대응과 복지 확대 요구에 따라 보수는 끊임없이 좌 클릭을 거듭해 왔고, 진보는 중도 확장을 위한 우클릭을 시도하면서 정책목표에서 교집합이 점차 확대된 것이다. 일례로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은 이미 박근혜 정부 출범 이전에 ‘경제민주화’를 정강정책에 넣었고, 박근혜 정부 때 ‘생애주기별 복지’를 모토로 이례적인 복지 확대책을 시도하기도 했다.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양강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번 대선 캠페인에서는 아예 정책 경계선이 소실된 것처럼 보이는 부문도 적지 않다. 이 후보가 고정관념을 넘어 기존 민주당 정권의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으며 기민하게 표심 공략에 나섰다. 기본소득 유보와 '탈원전' 수정부터 보유세와 양도세에 이르는 부동산 세제 감면을 주장하며 이례적인 중도 확장에 나섰다. 그러자 윤 후보 측은 포커판의 ‘받고 더’ 대응책을 가동했다.

▦ 안철수 국민의 당 후보가 거론한 ‘받고 더’ 경쟁은 이 후보가 전 국민 50만 원 재난지원금을 ‘베팅’하자, 윤 후보 측은 한술 더 떠 자영업자 100조 원 보상공약을 내놓는 식 등을 말한다. 부동산정책에서도 윤 후보 측이 종부세와 양도세 보완 공약을 내자, 이 후보는 아예 더 나아가 기존 부동산정책 기조까지 흔드는 다주택자 양도세 감면론까지 내놨다. 양측의 널뛰기 공약에 부동산시장에선 극심한 정책 불확실성에 거래가 아예 결빙되는 기현상까지 빚어지고 있다. 공약이 공해가 되어 시장의 리스크로 대두된 셈이다.

장인철 논설위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