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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 12월 28일 집단 탈옥, 경찰관 총기 탈취…교도소 비리 불거진 전주교도소 탈옥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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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DB 속 그날의 이야기. 1954년 6월 9일부터 오늘날까지, 한국일보 신문과 자료 사진을 통해 '과거의 오늘'을 돌아봅니다.
1990년 12월 28일 낮 12시 20분 충북 청원군 대청호 주변에 총성이 울려 퍼졌다. 한 발, 두 발, 연이어 여섯 발의 총성이 더해졌다. 대청호 위로는 총알이 스치며 짧은 물결을 만들었다. 두 명의 사내가 쓰러졌고, 이들을 포위한 경찰들이 재빠르게 달려들었다. 쓰러진 이들은 전날 전주교도소를 탈주한 박봉선과 신광재였다.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쏜 박씨는 현장에서 숨졌고, 왼쪽 가슴에 총을 쏜 신씨는 병원으로 옮기던 중 사망했다. 이들과 함께 탈옥했던 김모군(당시 17세)은 직전에 체포돼 화를 면했다.
(※ 1990년 12월 29일 자 한국일보 지면 보러 가기 ☞ www.hankookilbo.com/paoin?SearchDate=19901229 링크가 열리지 않으면 주소창에 URL을 넣으시면 됩니다.)
3인의 탈주범은 전북 완산구 평화동 전주교도소 기결 1사 하층 25방에 함께 수감돼 있었다. 이들은 27일 새벽 4시 30분 탈옥을 감행했다. 감방 화장실 창문에 설치된 쇠창살(길이 1m, 직경 2㎝) 2개를 쇠톱으로 자른 뒤 사물을 얹어 놓는 나무선반(길이 2.5m, 폭 20㎝, 두께 3㎝)을 가지고 감방을 탈출, 20m 떨어진 곳에 있는 4.5m 높이의 담에 사다리를 놓고 탈옥했다. 담 밖에는 2중 철조망이 처져 있었고 제1, 2 감시초소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으나 이들의 탈옥을 눈치채지 못했다.
교도서를 빠져나온 이들은 택시를 탈취해 대전까지 이동했다. 이곳 식당에서 검문 나온 경찰에 상해를 입히고 실탄 6발이 장전된 38구 경리벌버권총을 빼앗았다. 탈옥범들은 승합차를 훔쳐 신탄진까지 달아난 뒤 검문에 걸리자 차를 버리고 야산으로 도주, 다시 대청호에서 고기잡이 목선을 타고 800여 m 떨어진 맞은편 기슭으로 건너갔다.
경찰과 대치 중 박씨가 "먹을 것을 주면 자수하겠다"고 말하자 경찰이 "한 명을 보내주면 갈전으로 함께 나가 음식을 가져오겠다"고 하였다. 탈옥범들은 김군을 보냈고, 경찰은 그를 곧바로 고무보트에 태워 연행했다.
낮 12시 20분께 경찰헬기에서 경고 방송이 나오는 가운데 검거조가 권총을 겨누며 서서히 접근했다. 순간 앉은 자세의 박씨가 머리에 권총 한 발을 발사, 자살했으며 신씨도 권총을 주워 왼쪽 가슴에 총을 쏘았다. 경찰도 신씨를 향해 동시에 여섯 발을 발사, 한때 사살설이 있었으나 먼저 자살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한국일보 보도를 종합하면 박봉선 등은 감방 안에 돈은 물론 형사 위장용 수갑까지 감춰놓고 4개월 전부터 치밀하게 탈옥을 계획했다. 이들은 재소자가 소지할 수 없는 각목과 못을 확보, 감방 선반을 사다리로 만들었고, 쇠톱으로 쇠창살 2개를 끊었다. 교도관들의 눈을 피해 쇠창살을 자르기 위해서는 최소한 1개월가량이 걸리는데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은 평소 교도관들의 감시 근무가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같은 달 3일 전주교도소 교도관 3명이 110만 원을 받고 재소자에게 담배 400갑을 건네주고 특별 면회를 시켜주면서 면회 내용까지 허위 기재한 비리가 적발돼 구속됐었다. 이 같은 사실은 탈주범들의 교도관 매수 가능성을 뒷받침해 주었다.
이와 함께 '범죄와의 전쟁' 이후 재소자들이 늘어나 수감 정원이 1,600명인 전주교도소가 당시 1,781명을 수감, '정원 초과'된 점도 사건 발생의 간접요인으로 지적됐다.
이 사건으로 교도관 3명이 구속됐고, 파면 면직 14명을 포함 모두 34명이 징계를 받았다. 하지만 탈주범 박봉선 등이 탈옥에 사용한 쇠톱과 탈주자금 등의 출처, 탈옥사건에 대한 교도관들의 관련 여부와 구조적 비리는 밝혀내지 못해 검찰 수사의 한계성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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