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기 유족 "윗선은 없고 실무자만 조사... 책임 떠넘기자 감당 못한 듯"

입력
2021.12.22 16:16
수정
2021.12.22 17:16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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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기 동생, 취재진에 억울함 호소
"숨진 유한기, 책임질 수 없기에 숨져"
"회사, 책임 피하려고 형에게 떠넘겨"
"검찰 지난 9일 조사 때 강압수사 했다"

지난 21일 오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사무실로 구급용 이동 침대가 들어가고 있다. 뉴스1

지난 21일 오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이 숨진 사무실로 구급용 이동 침대가 들어가고 있다. 뉴스1

“누가 봐도 윗선은 없고 실무자만 조사하니까 본인이 감당하지 못한 듯합니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관련한 수사를 받던 중 숨진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의 유족들은 22일 낮 12시 30분쯤 빈소가 마련된 분당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취재진에게 이같이 말했다. 빈소에는 A씨 등 김 처장의 형제와 김 처장 부인과 자녀 등이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문기 처장의 동생 A씨는 “형은 (성남도시공사에서) 실무자였을 뿐”이라며 “부서장이라 하더라도 위의 결정권자가 (결정)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무자로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란 입장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회사가 중징계에 이어 손해 발생 땐 소송을 한다는 것이 형에게 가장 충격이었던 것 같다”며 “이런 상황에서 밑에 직원은 모른다고 하고, 위에 사람 중 한 명은 고인(유한기 전 개발사업본부장)이고, 한 명은 수감(유동규 전 기획본부장)돼 있는데 결국 그 책임은 자신한테 가니까 그런(극단적인 선택)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그러면서 “회사 측이 책임 회피를 위해 (중징계와 형사 고발 등의 방법으로) 부서장이었던 형에게 대외적으로 책임을 떠넘기려고 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유족들에 따르면 김 처장은 숨지기 하루 전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은 지난 9월 성남도시개발공사 비공개 자료를 대장동 의혹 핵심 인물로 공사에서 함께 일했던 정민용 변호사에게 열람해 준 사실이 드러났고, 이 때문에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성남도시공사 측은 이에 대해 △징계가 아닌 향후 열릴 인사위원회에 소명을 준비하라는 요구서를 전달했고 △형사 고발이 아닌 성남시의회 행정사무감사 결과에 따른 고발 검토 요구가 있어, 이를 검토하는 단계였다는 입장을 유족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들은 앞서 숨진 유한기 전 본부장을 언급하며 형의 억울함을 재차 호소했다. A씨는 “검찰과 경찰, 회사 감사실 등이 개인 하나를 두고 이렇게 조사할 수 있느냐”며 “윗분들은 조사 과정에 아무도 안 나왔지만 현직 실무자에게만 너무 압력을 가했기 때문에 본인이 감당하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한기 본부장이 돌아가셨지만 (형이) 그분 얘기를 하면서 ‘그분이 왜 돌아가셨겠냐, 단 하나, 책임질 수 없기에’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특히 김 처장이 지난 9일 조사 상황을 설명하면서 검찰이 강압수사를 했다고 주장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말은 참고인인데 거의 피의자 조사였다는 게 형의 설명”이라며 “검찰은 (대장동 아파트) 용적률 올려준 것을 묵과하고 '왜 이렇게 받았느냐', '그만큼 이익 남은 거 공사가 하도록 해야 했는데 왜 안했느냐', '뭘 받았느냐'고 형을 다그쳤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어 “검찰에서는 강압수사 안 했다고 하지만 강압이라는 게 옛날처럼 고문하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당사자가 아니라 대변하지 못하지만 형의 억울함과 이 정권 이 나라 이 현실 이런 것들이 다 원망스럽다"며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가족들과 상의해 추후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김 처장은 전날 오후 8시 30분쯤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옥 1층 사무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부인이 실종신고를 한 직후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숨져 있는 김 처장을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김 처장의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시신 부검을 의뢰했다.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다.

김 처장은 유동규 전 본부장과 함께 대장동 사업협약서에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아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아왔다.

임명수 기자
서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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