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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의 용광로 선대위에선 '갈등'이 끓는다... 3각 권력투쟁

입력
2021.12.23 04:30
수정
2021.12.23 11: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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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핵관 vs 이준석 힘겨루기는 평행선
김종인 vs 김한길·김병준도 일촉즉발
'위기 해결사' 역할 자처 않는 윤석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전북 완주군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내 수소연료 충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22일 전북 완주군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내 수소연료 충전소를 방문한 자리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와 조수진 최고위원의 충돌은 하나의 현상에 불과하다. 물밑에서 끓고 있던 세력 간 불협화음이 두 사람의 싸움을 계기로 폭발할 조짐이다. 윤석열 대선후보가 만든 용광로 스타일의 선거대책위원회가 시너지를 내기보다 갈등의 토양으로 작용한 탓이다.

갈등 전선도 복잡하다. 이 대표와 '윤핵관'으로 불리는 윤 후보의 핵심 측근 그룹이 가장 요란하게 충돌했다. 선대위를 거푸 헤집어놓은 이 대표의 안티 세력도 점점 커지고 있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김병준 상임선대위원장 등 2김(金)도 여전히 불편한 관계다.

총체적 난국이지만, 윤 후보가 사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뛰는 모습은 22일에도 보이지 않았다.

전선 ①윤핵관 vs 이준석

갈등의 한 축은 윤핵관 그룹과 이 대표의 힘겨루기다. 권성동 사무총장, 장제원 의원, 윤한홍 당무지원본부장 등이 사실상 공인받은 '윤핵관' 그룹. 조수진 최고위원도 '범윤핵관'으로 꼽힌다. 이 대표는 이들이 윤 후보의 눈과 귀를 가려 대선 전략을 엉클어놓는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 측 김철근 정무실장은 22일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상세한 보고를 받지 못하거나 편향된 주장이 가미된 보고를 받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는 사진용 화해 제스처를 종종 취하곤 했지만, 줄곧 긴장 관계였다. 이에 이 대표가 자신의 정치적 미래를 도모하기 위해 자꾸 싸움을 거는 것이란 시각이 있다. 국민의힘 당헌상 대선후보가 대선일까지 '당무우선권'을 쥐지만, 이 대표는 윤 후보 측이 당을 장악하게 내버려둘 생각이 없어 보인다.

권 사무총장은 "윤핵관이라는 게 뭘 의미하는지, 실체가 있는 건지 답변하기 부적절하다"고 일축했다. 양측의 갈등이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이란 뜻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얘기하고 있다.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여성기자협회 창립 60주년 기념식에서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얘기하고 있다. 뉴스1


전선 ②친이준석 vs 반이준석

국민의힘 안팎에선 이 대표를 향한 불만도 터져나오고 있다. '젊은 정치 고수'인 이 대표의 계산된 압박 때문에 '정치 초보'인 윤 후보의 리더십 위기가 부각되고, 결국 정권교체 가능성이 뚝뚝 떨어진다는 위기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22일 TBS라디오에 나와 "이제 겨우 선대위가 중심을 잡으려는데 온 천하가 떠들썩하도록 만드는 건 처음 보는 일"이라며 선대위를 뛰쳐나간 이 대표를 비판했다. 윤 후보와 가까운 5선의 정진석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정권교체의 대의를 위해 작은 이익은 내려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에 대한 비토 정서가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과 얽혀 있다는 해석도 있다. 이 대표는 광역자치단체장 후보를 전부 경선으로 뽑고 공직 후보자를 자격시험을 거쳐 선출하겠다고 예고했는데, 당내 반발이 상당하다. 이 대표 임기는 2023년 6월까지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힌 이준석 대표와 회동한 후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국민의힘 총괄선대위원장이 22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상임선대위원장 사퇴 의사를 밝힌 이준석 대표와 회동한 후 기자들을 만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전선 ③김종인 vs 김한길·김병준

수면 아래엔 더 큰 뇌관이 있다. 윤 후보가 선대위 지휘부로 띄운 '김종인·김한길·김병준 삼각편대'는 한 번도 합을 맞춘 적이 없다.

김종인 총괄위원장과 윤 후보 직속인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장 사이엔 고압전류가 흐른다. 김 총괄위원장은 21일 CBS라디오에서 "김한길 위원장과 아직 만나본 적도 없다"고 했다. 녹색당 출신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를 김한길 위원장이 영입한 데 대해서도 김 총괄위원장은 "영입 발표 이후에 알았다"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 총괄위원장이 김한길 위원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상하관계는 아니다"라며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이라고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북대학교에서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총체적 위기… '해결사' 자처 않는 윤석열

대선을 77일 앞두고 국민의힘이 집안싸움에 허우적거리지만, 윤 후보는 느긋해 보인다. 윤 후보는 22일에도 "김 총괄위원장에게 모든 걸 일임했다"며 한발 물러나 있었다. '이 대표가 선대위에 복귀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윤 후보는 "정치인으로서 그 결정을 번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3자처럼 답했다.

대선후보는 김종인이 아닌 윤석열이다. 윤 후보가 사태의 키를 쥐고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선의 서병수 의원은 22일 페이스북에서 "지금 이 당은 이명박의 한나라당도 아니고 박근혜의 새누리당도 아니고 싫건 좋건 윤석열의 국민의힘"이라며 "모든 책임은 온전히 대통령 후보 본인에게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라"고 직언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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