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태종 이방원'과 '옷소매'는 왜 '설강화'와 다를까

입력
2021.12.23 11:35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대중의 비판을 받고 있다. JTBC 제공

'설강화'가 역사 왜곡 논란으로 대중의 비판을 받고 있다. JTBC 제공

최근 드라마의 역사 왜곡 논란이 다시 화두에 올랐다. 역사를 콘텐츠로 다룰 땐 사료와 상상력의 적절한 배합이 요구된다. 드라마틱한 서사를 위해 '픽션'이라는 프레임으로 사실에 어긋난 이야기를 해선 안 된다는 소리다.

지난 3월 이후 또다시 드라마 역사 왜곡을 향한 대중의 공분이 이어지고 있다. JTBC 새 드라마 '설강화 : snowdrop'(이하 '설강화')는 민주화 운동 폄훼, 안기부 및 간첩 미화 등으로 논란에 휩싸였다. 조현탁 감독은 앞서 진행된 제작발표회에서 "논란이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방송으로 확인해달라"고 강조했으나 첫 방송 이후 더욱 거센 비판에 부딪혔다.

군부 정권을 다루면서도 "창작물"이라 설명한 JTBC의 공식 해명문도 성난 민심을 달래지 못했다. 오히려 '설강화'에 대한 불매 운동에 불을 지핀 모양새다. 이는 시대의 피해자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현주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은 한 라디오를 통해 "피해자들이 아직 고통 속에 살고 있는데 드라마가 역사적 고증과 진실을 바탕으로 하지 않는다면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태종 이방원'이 충실한 고증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KBS1 제공

'태종 이방원'이 충실한 고증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KBS1 제공

이 가운데 KBS1 '태종 이방원'과 MBC '옷소매 붉은 끝동'(이하 '옷소매')은 탄탄한 고증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두 작품 모두 실존 인물과 실록에 기록된 내용을 토대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먼저 '태종 이방원'의 경우 이방원이 잔혹한 군주였다는 역사적 시선을 인간적인 면과 잘 아우르며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연출을 맡은 김형일 감독은 작품에 대해 "실존 인물, 실록에 기록된 내용, 그리고 철저한 고증을 바탕으로 제작을 이어가고 있다. 이방원의 정서적인 입장에서 가족 간의 갈등을 다루는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태종 이방원' 연출진은 연구와 자문을 빠짐없이 확인하며 역사적 인물에 대한 해석을 마쳤다. 고증에 대한 자신감이 높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극 중간 자막을 이용한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도 신뢰감을 높였다. SBS '조선구마사'가 태종이 양민을 학살하는 장면을 담으며 역사 왜곡 논란에 휘말렸던 것과 정반대의 행보다.

'옷소매 붉은 끝동'이 역사적 고증을 디테일하게 잡아내며 몰입감을 더했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스틸컷

'옷소매 붉은 끝동'이 역사적 고증을 디테일하게 잡아내며 몰입감을 더했다. MBC '옷소매 붉은 끝동' 스틸컷

'옷소매'는 원작 자체가 이미 역사적 고증을 완벽하게 해냈다. 원천 소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도 과하지 않게 설정을 비틀었다. 드라마 '옷소매'를 집필한 작가는 이미 '계백'으로 역사 드라마 경험을 쌓은 바 있다. 퓨전사극이라는 장르를 내세웠지만 역사관을 충실히 따르면서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했다.

실제 역사에서도 의빈 성씨는 세손의 승은을 거절했고 이후 정조의 후궁이 되는 것을 또 다시 거절한 인물이다. 이를 토대로 '옷소매'는 궁녀의 삶을 조명하면서 주체적인 여성상을 그린다.

여기에 '옷소매'는 소품과 배경적인 부분까지도 고증을 확실히 살려냈다. 머리장식인 첩지와 호칭법을 사실에 기반해서 담았고 사극이라는 장르에 충실했다.

'옷소매'의 소품팀은 "철저한 고증을 위해 연출 감독님과 첫 미팅 때부터 고민을 많이 했고, 새로운 미장센을 보여 주기 위한 노력도 필요했기 때문에 더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다"면서 꾸준한 연구를 고백했다.

이처럼 디테일한 고증이 '태종 이방원'과 '옷소매'의 흥행 비결이다. 대중의 높아진 기준점을 맞추면서도 작품 고유의 역량을 발휘했다. 그간 다양한 작품들이 사소한 디테일을 놓쳐 지탄을 받았기 때문에 세심하게 신경 쓴 두 작품은 더욱 각광을 받고 있다.

우다빈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