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출산' 남편 "정부가 함께한다더니... 죽을 때까지 고통 못 잊어"

병원 찾아 헤매다 구급차에서 출산한 산모의 남편
"부부 동반 확진에 아내만 홀로 구급차로 보내"
"'병원 없다'는 말이 사형선고처럼 무서워"
"산모와 아이 건강... 아이는 할머니 댁에 맡겨져"

1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전담 병원인 서울 중랑구 서울의료원에 도착한 구급차에서 환자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출산이 임박했는데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병상 부족으로 인해 병원을 찾아 헤매다 결국 구급차 안에서 출산한 산모의 남편 A씨는 "'대한민국 정부가 여러분과 끝까지 함께한다'는 (전화 안내) 멘트에 정말 그런지, 괴리감이 들었다. 외롭고 아무도 함께하는 것 같지 않았다"는 심경을 밝혔다.

A씨는 2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아내가 진통으로 실려갔을 당시) 보건소에 100번, 1,000번은 전화했는데 연결도 안 되고 항상 마지막 안내멘트가 나온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먼저 "나도 확진자이기 때문에 자택에서 자가격리 중"이라며 "아내는 평택의 병원에서 격리 치료를 받는 중이고 아기는 (코로나19 검사 결과) 음성이 나와 친할머니 댁에 맡겨졌다"고 전했다.

그러나 아내의 출산이 임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아직도 아찔하기만 하다. A씨 설명에 따르면 경기 양주에 사는 이들 부부는 16일 나란히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증상이 없어 재택치료를 신청했고, 아내는 당시 임신 39주 2일째 만삭 산모여서 바로 병상 배정을 신청한 뒤 기다렸다. 그런데 17일 오후 11시쯤 아내가 진통을 시작해 급히 구급차를 불렀는데, 전담 병원의 잔여 병상을 찾지 못해 아내는 결국 18일 새벽 구급차에서 출산했다.

A씨는 "(병실 배정이 안 돼) 답답해해도 (병상배정팀은) '병상이 없으니 2, 3일 정도 걸릴 수 있으니 최대한 기다려달라'는 답변만 해 저희가 '그 사이에 진통이 오고 아기가 나오면 어떻게 하냐'고 물으니까 '구급대원을 불러라'라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병원 없다'는 말만... 사형선고처럼 무서워"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임산부를 호송하다 구급차에서 분만을 도와 화제를 모은 경기 양주시 광적119안전센터를 방문해 구급차에서 분만도구 키트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스1

이어 "문의를 수도 없이 했다. 진통이 온 순간에 신고하고, 또 배정팀에 전화했다. 일단 구급차에 신고했는데 '우리가 갈 수 있는 병원이 도대체 있는 거냐'라고 했는데도 일단 '병상이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아이를 낳아야 하는데 병원이 없다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거냐면, 정말 사형선고와 같다. 그 말만 되풀이하는데 얼마나 무섭겠나"라고 회상했다.

이후 구급대에서 16곳 병원에 연락을 했지만 모두 "포화상태라 확진자 병상이 없다"며 이송을 거부했다. 다행히 서울의료원 측으로부터 "병상은 없지만 응급조치와 아기의 상태를 봐 주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응급처치를 마친 뒤 A씨와 아기는 병상이 있는 경기도 평택의 병원으로 옮겨졌다.

A씨는 "보건소로부터 '옮겨진 병원은 산모와 아기를 위한 병원이 아니다'라는 말을 들었다. 아내는 당일 새벽에 구급차에서 출산을 하고 아기를 혼자 돌봐야 했다"며 "그 몸에 어떻게 아이를 돌보겠나. 그건 정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고통일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산모와 신생아들이 제대로 된 보호와 치료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씨 아내의 구급차 출산이 알려지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21일 임신부 확진자의 분만을 위한 '특수 병상'을 별도 지정하기로 결정했다.

박민식 기자 bemyself@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