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1일 조수진 최고위원과의 갈등 끝에 선대위 모든 직책에서 사퇴했다. 이미 윤석열 대선 후보와 ‘당대표 패싱’ 논란으로 부딪혔던 이 대표가 끝내 밀려난 셈이다. 봉합되지 않은 권력 다툼이 결국 파열음을 냈다. 윤 후보 중심으로 선대위를 재편할 필요가 절실하다.
표면상으로는 두 사람의 갈등이 공동상임선대위원장·홍보미디어총괄본부장직 사퇴로 이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20일 이 대표가 "윤석열 핵심 관계자(윤핵관)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과 나를 공격하는 보도가 나오니 정리하라"고 지시하자 조 최고위원이 "나는 후보 말만 듣는다"고 반발한 것이 발단이었다. 조 최고위원은 사과했지만 이 대표를 조롱하는 유튜브 영상을 기자들에게 돌렸다. 이 대표는 "거취를 표명하지 않으면 내가 사퇴하겠다"고 벼랑끝 전술을 폈고 반응이 없자 “선대위에서 내 역할이 없다”며 사퇴를 밝힌 것이다. 이날 밤 조 최고위원도 선대위 공보단장에서 물러났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힘 내부의 권력 다툼이 정리되지 않으면서 균열이 표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선대위원장 인선 때는 ‘김종인 원톱’ ‘김병준-김한길 체제’를 놓고 이 대표와 윤 후보가 줄다리기를 했고, 후보 비서실장으로 유력했던 장제원 의원은 ‘비선’으로 지목된 끝에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이 대표는 이날도 “핵심 관계자에 가려 빛 못 보는 의원·당원들이 많다”고 다시금 윤핵관을 겨냥했다. 윤석열 지지층에 영남 기반의 전통 보수, 새로 유입된 2030 남성,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중도가 뒤섞이고 이들을 기반으로 한 상이한 세력이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당대표가 선대위에 불참하는 기이한 상황은 결국 윤 후보가 극복해야 한다. “조 최고위원이 사과하고 오해를 풀면 될 것”이라던 그의 기대는 물 건너갔고 울산 회동 같은 미봉책도 해법이 될 수 없다. 윤 후보 스스로 선대위를 정비해야 한다. 우선 정권교체 너머 추구하려는 가치가 무엇이고, 어떤 지지층을 대변할 것인지 원칙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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