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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영업하고 과태료 내렵니다" ... 코로나 2년에 '방역 전선' 곳곳 균열

입력
2021.12.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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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던 지난 9월 7일 서울 강남구 한 유흥주점이 영업 제한 시간 이후 불법 영업을 하다가 경찰에 단속됐다. 수서경찰서 제공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 중이던 지난 9월 7일 서울 강남구 한 유흥주점이 영업 제한 시간 이후 불법 영업을 하다가 경찰에 단속됐다. 수서경찰서 제공

"유흥주점 중 절반 이상은 지금도 9시 이후에 영업하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서울의 한 유흥업소 관계자가 전한 최근 업계 분위기다. 그는 "단골 고객 위주로 사전에 예약을 받고 문을 닫은 뒤에도 비밀 통로를 이용하는 등 철저하게 보안을 유지한다"며 "설사 적발돼 벌금을 내더라도 불법 영업을 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금 100만 원 받아 봐야 월세·인건비 등 고정비만 감당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는 "업주들이야 그렇다 쳐도 접객원, 이른바 '아가씨'들은 일이 끊기면 수입이 아예 없는데, 이렇게라도 벌어야 하지 않겠냐"며 "공무원이 불법 영업 업소에 다니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유흥주점 불법 영업… 파티룸·숙박업소도 '사각지대'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피로감 탓에 사회적 방역 곳곳에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8일부터 다시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도입된 지 채 나흘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방역 정책이 먹히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당장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시 도입된 18일 제주와 부산에선 영업시간 제한을 어긴 유흥업소들이 적발됐다. 연말 특수를 노린 파티룸이나 스키장 주변 숙박업소에서도 규정 인원을 초과해 손님을 받는 불법이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세 명씩 나눠서 입장하면 인원 파악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에어비앤비 등 숙박 공유 플랫폼은 관리·감독이 허술해 사회적 방역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 지침 거부한 카페 체인점 "주변 상인들 응원"

이 때문에 식당·카페·호프집·실내체육시설 등 불법 영업마저도 쉽지 않은 '선량한'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유흥업소처럼 몰래 영업할 수도 없고, 백화점·대형마트 등 방역 패스 혜택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에 강화된 방역 조치가 시행 중인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 한 카페 출입문에 정부 영업제한 조치를 거부하고 24시간 영업을 강행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인천=연합뉴스

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에 강화된 방역 조치가 시행 중인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 한 카페 출입문에 정부 영업제한 조치를 거부하고 24시간 영업을 강행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인천=연합뉴스

이 때문에 아예 대놓고 24시간 영업을 선언한 카페까지 나왔다. 인천에 본사를 두고 전국 14개 직영점을 운영하고 있는 더노벰버라운지는 송도국제도시점 등 5개 영업점 출입문에 '본 매장은 앞으로 정부의 영업시간 제한 지침에도 24시간 정상영업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안내문에는 "지난 1년간 누적 적자가 10억 원을 넘었다. 과태료보다 직원 월급이 더 급하다. 방역지침 거부에 너그러운 이해와 용서, 그리고 많은 이용을 부탁드린다"는 내용이 담겼다.

관할 지자체인 인천 연수구청은 부랴부랴 이 카페를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조치했지만, 분위기는 묘하다. 영업시간 제한 거부에 동참하기로 한 경기 성남의 판교운중점 관계자는 "손실이 너무 커 본사 뜻을 따르기로 했다"며 "고객 대부분이 응원하겠다고 했고, 주변 상인들도 동참하고 싶다는 분들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자영업자 단체인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 15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광장에서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 여당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부산=뉴스1

자영업자 단체인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합이 15일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광장에서 코로나 피해 실질 보상 촉구 정부 여당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부산=뉴스1


22일 자영업자 광화문 시위 ... "예측가능한 사회적 방역 절실"

자영업자들의 반발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피해 자영업 총연대'는 '자영업 눈물을 외면한 정치인, 정책을 결정하는 공무원의 출입을 금함'이라는 스티커를 제작해 각 가게 앞에 붙이기로 했다.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코로나19 확산의 원인을 오롯이 자영업자에게 떠넘기는 몰염치한 행동에 언제까지 침묵하길 바라나"라며 22일 서울 광화문에서 영업제한 철폐를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다.

김윤 서울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는 "정부는 제 역할인 병상과 의료인력 확보도 제대로 못한 채 '병상 가동률 90%' 운운하며 위기 상황만 고조시키다 보니 결과론적으로 방역 부담을 자영업자에 떠넘긴 것"이라며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예측 가능한 사회적 방역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2주 단위로 노심초사해야 할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준 기자
임명수 기자
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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