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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증상 ‘난소낭종’, 출산 경험 없는 20, 30대 여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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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인 박모(30ㆍ여)씨는 평소 생리가 28~31일 주기로 규칙적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 3주 만에 생리를 시작하다가 다시 2주로 주기가 줄었다. 산부인과를 찾은 박씨는 “수술해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게 됐다. 왼쪽 난소에 지름 8.5㎝짜리 ‘난소낭종’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난소낭종(卵巢囊腫ㆍovarian cystoma)’은 이전에는 임신과 출산 경험이 있는 여성에게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최근에는 출산 경험이 없는 20~30대 미혼 여성과 청소년에게도 발생하고 있다.
엄지손가락 크기인 난소는 난자와 여성호르몬을 만드는 중요한 장기다. 난소는 한 달에 한 번씩 난자를 만들어 배란한다. 이때 난포가 제대로 성숙하지 못하거나 난포가 배출되지 못하면 난소에 물혹(난소낭종)이 생긴다.
난소낭종은 난소에 생기는 종양 중 가장 많을 정도로 흔하고 대부분 양성이다. 크기가 작을 때에는 별다른 증상도 나타나지 않는다. 문혜성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대개 3개월 이내에 호르몬이 조절되면서 다른 해를 끼치지 않고 없어질 때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난소낭종이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커지면 생리불순ㆍ생리통 등 생리 관련 이상 증상뿐만 아니라 배뇨장애, 배변장애, 오심, 구역, 소화장애, 두통 등도 생길 수 있다.
난소낭종 때문에 난소가 커지면 난소가 꼬이거나 파열될 수 있다. 난소가 꼬이는 ‘난소 염전(卵巢 捻轉ㆍovarian torsion)’이 생기면 갑자기 심한 복통이 생겨 진통제를 먹어도 나아지지 않는다.
난소 염전이 생기거나 난소낭종이 파열되면 복강 내 출혈이나 급성 복통을 일으키므로 되도록 빨리 병원에 가서 응급수술을 받아야 한다.
난소낭종의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여성호르몬 자극에 의한 배란이나 서구화된 생활 습관, 만성피로, 각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호르몬 교란이 관련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젊은 여성에게서 발견되는 난소낭종은 상당수 배란과 관련된 생리적인 물혹일 때가 많다. 난소낭종 크기가 작고 난소낭종 내부의 초음파 음영이 나쁘지 않으며 관련된 불편한 증상이 없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난소낭종은 대개 몇 주에서 몇 개월 이내에 저절로 없어진다. 하지만 난소낭종 크기가 8㎝ 이상이거나, 난소 꼬임(난소 염전) 혹은 난소낭종 파열 우려가 있으면 수술해야 한다. 수술은 복강경, 로봇 수술, 개복 수술 등으로 시행한다.
난소낭종을 조기 발견하면 복강경 수술로 혹만 제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진행됐다면 한쪽 난소를 제거해야 하기도 한다. 또 난소낭종은 재발 가능성이 높기에 눈에 보이는 난소낭종을 제거하는 것보다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난소낭종은 초기에 뚜렷한 증상이 없기에 출혈ㆍ복통 등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을 때는 병이 이미 상당히 진행됐을 때다. 따라서 평소 자신의 몸의 변화를 잘 살피며 정기검진으로 병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최선이다.
특히 난소암 또는 난소 종양의 가족력이 있거나 BRCA 유전자 이상이 있다면 정기검진이 필요하다. BRCA 유전자 이상은 임신·출산 계획이 끝나면 예방적 차원에서 난소 나팔관 적출술을 시행할 수 있다.
진찬희 을지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결혼하지 않았고, 성관계한 적이 없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생리 이상이나 비정상적 신체 변화가 나타나면 산부인과를 찾아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기은영 대전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과거력이 없는 건강한 여성일지라도 자궁 초음파검사를 정기적으로 시행하면 난소낭종이나 난소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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