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서 '지배종' 된 오미크론… 백악관은 "전면봉쇄 계획 없어"

입력
2021.12.21 09:21
수정
2021.12.2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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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신규 확진자 73% 오미크론 감염
50개 주 가운데 45곳에서 변이 확진 확인
수도 워싱턴 비상사태 선포, 발빠른 대응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시민들이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길게 줄 서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미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확산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미국 내 신규 확진자의 70% 이상이 새 변이 ‘오미크론’에 감염되면서 어느덧 미국 내 지배종으로 자리잡았다. 연말ㆍ연초 연휴 시즌을 앞두고 감염자 폭증 우려도 커지고 있다. 빠른 확산세 속에 각 도시는 신년 행사 취소 검토에 들어갔고, 수도 워싱턴은 비상사태까지 선포했다. 백악관은 일단 ‘전면봉쇄’ 계획에는 선을 그었다.

20일(현지시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이제 오미크론 변이가 미국 내 코로나19 새 지배종이 됐다고 밝혔다. 이달 1일 미국에서 새 변이 확진자가 첫 보고된 이후 19일만이다. CDC에 따르면 지난주 현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가운데 73%가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 변이 비율은 불과 일주일 만에 6배 이상 늘었다. 미국에서만 지난주 65만 명 이상이 새 변이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50개 주(州) 가운데 45곳에서 변이 확진자가 나왔다. 6월 이후 델타 변이가 지배종으로 자리잡으면서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신규 확진 사례의 99.5%를 차지했지만, 이달 들어 오미크론 변이가 이를 압도한 셈이다.

변이 확산과 함께 미국 내 코로나19 상황도 연일 악화하고 있다. 이날 하루 평균 신규 확진자 수는 전주 대비 10% 늘어난 13만499명을 기록했다. 미 보건부 집계 기준 전체 중환자실 병상 가동률은 거의 80%까지 치솟은 상태다. 중환자 다섯 명 중 한 명은 코로나19 확진자다.

설상가상 6,000명이 탑승한 미국 대형 유람선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지 크루즈 업체 로열캐러비언이 운영하는 ‘심포니 오브 더 시즈’ 유람선에서 최소 48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전했다. 감염자 98%는 백신 접종을 맞은 상태에서 돌파 감염이 됐다. 확진자 중 부스터샷(추가접종)까지 맞은 사람이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 측은 “유람선 운항 중 코로나19 감염자들을 선내에서 신속하게 격리했다”며 “모든 환자는 증상이 없거나 경미한 증상을 보였다”고 밝혔지만, 폐쇄된 공간 특성상 추가 감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17일 미국 LA 할리우드&하이랜드 행사장에서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퍼포먼스를 구경하고 있다. LA=AFP 연합뉴스

17일 미국 LA 할리우드&하이랜드 행사장에서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퍼포먼스를 구경하고 있다. LA=AFP 연합뉴스

미국의 주요 도시들은 발 빠르게 방역 조치 강화에 나섰다. 수도 워싱턴은 이날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뮤리얼 바우저 시장은 “이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행정적 수단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확산을 막기 위해 6개 액션 플랜을 가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워싱턴은 21일부터 내년 1월 31일까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에 들어간다. 코로나 백신을 맞은 시 공무원들은 부스터 샷도 맞아야 한다. 시 보건당국은 코로나19 검사 센터를 확대하고 시민들에게 무료로 신속 항원 검사 키트를 제공하기로 했다.

미국 카운티 중 가장 인구가 많은 LA카운티는 다운타운 그랜드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새해맞이 카운트다운 오프라인 행사를 온라인 행사로 전환하기로 했다. 뉴욕시 역시 부활이 예고됐던 타임스퀘어 연말 제야행사를 취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전 세계에서 100만 명 넘게 모이는 만큼 자칫 ‘슈퍼 전파’ 행사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다만 백악관은 봉쇄 등 국민들의 발을 묶는 조치보다는 백신 접종 독려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튿날로 예정된 바이든 대통령의 코로나19 관련 연설 방향을 설명하면서 “백신 접종의 이점, 접근성 제고와 검사 확대를 위한 조처 관련 개요를 설명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백신 미접종자가 유발하는 입원과 사망이 많을 것이라는 냉혹한 경고를 할 것이라며 “겁주려는 게 아니다. 미접종자가 처한 위험을 분명히 하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봉쇄 정책에는 거리를 뒀다. 그는 “우리는 1년 전과 매우 다른 지점에 있다”면서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초기와 달리 현재 2억 명이 넘는 미국인이 백신 접종을 완료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백신 접종’이라는 보호장치를 마련한 만큼 전면 봉쇄에 나설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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