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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백신 접종 미적지근하던 트럼프, "부스터샷 맞았다"

입력
2021.12.21 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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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감' 느낀 지지자들은 거센 야유 보내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 피닉스=AP 연합뉴스

지난 7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미국 피닉스에서 열린 집회에서 지지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미소를 짓고 있다. 피닉스=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맞았다고 밝혔다. 그가 줄곧 코로나19 백신 효과에 부정적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그의 ‘변심’에 실망한 지지자들은 거센 야유를 보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텍사스주(州) 댈러스에서 폭스뉴스 앵커 출신 빌 오라일리가 진행하는 ‘히스토리 투어’ 행사에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오라일리가 “트럼프와 나는 모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고 밝히자 청중들 사이 야유가 쏟아졌다. 그는 맞은 편에 앉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부스터샷도 접종했느냐”고 물었고, “그렇다”는 답이 나오자마자 지지자들의 비난 목소리는 더욱 커졌다. 이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팔을 가로저으며 “하지마, 하지마”라고 외쳤다. 또 “‘소수의 청중’들이 야유를 한 것뿐”이라며 당시 상황을 평가절하했다.

텍사스는 미국 내 보수의 아성으로 통한다. 이날 청중들의 거센 항의는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적극 지지하지 않았다. 올 초 생존해 있는 모든 미국 전직 대통령들이 백신 접종 독려 광고를 찍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여기서 빠졌다. SNS에서는 백신 회의론을 표명한 적도 있다.

올해 1월 백악관을 떠나기 전 몰래 백신을 맞긴 했지만, 미국 내 백신 회의론자 대부분이 자신의 지지층이란 사실을 감안해 그간 접종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백신 접종 의무화 조치에도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한데다, 지난 9월에 일간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는 “(부스터샷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아마 안 맞을 것 같다”는 발언도 했다. 그랬던 그가 세 번째 접종 사실까지 밝히자 강한 실망감을 드러낸 셈이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른바 ‘초고속 작전’을 통해 화이자, 모더나, 얀센 등 미국 백신 3종 개발 발판을 만든 인물이다. 그 역시 꾸준하게 이를 자신의 업적으로 선전하고 있다. 이날 집회에서도 “내가 백신을 개발해 세계적으로 수천만 명의 생명을 지켰다”고 자랑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경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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