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탄소 열쇠는 재생에너지...달성 때까지 기존 원전 충분히 활용해야"

입력
2021.12.23 04:30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기후위기 분과>
③에너지 믹스: 재생에너지와 원전

편집자주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은 내년 대선을 맞아 한국일보가 전문가들과 함께 우리나라 당면 현안에 대한 미래 지향적 정책대안을 모색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정치 외교 경제 노동 기후위기 5개 분과별로 토론이 진행되며, 회의 결과는 매주 목요일 연재됩니다.

<탄소중립 위한 에너지 믹스 주요 제안>

1. 에너지 믹스 대원칙: 재생에너지가 중심

2. 원전 정책
-급격한 탈원전으론 2050년 탄소중립 목표 실현 난망
-원전 몇기 없앤다 식보단 재생에너지 확충 속도에 따라 원전 계획 조절해야
-기존 원전 최대 활용, 신규 건설(신한울 3, 4호기 포함)은 자제

3. 기술적 대응
-에너지저장기술: 재생에너지 핵심 요소, 연구개발 및 투자확충
-전기화 촉진: 화석연료 직접 사용보다 전기로 바꿔 사용
-건물부문 탄소중립: 단열 기준 강화로 냉난방 수요 억제
-수송부문 탄소중립: 전기차 수소차 적극 확대


탈탄소와 에너지 전환은 동전의 양면이다. 화석연료에 계속 의존하는 한 탄소중립은 불가능하다. 2030년까지 탄소배출을 2018년 실적 대비 40% 감축하겠다는 정부의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는 야심 차고 전향적으로 보이지만, 달성을 위해선 복잡하고 힘겨운 에너지 전환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한국일보가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한국사회의 핵심 과제들에 대한 해법 모색을 위해 마련한 '대한민국 지속 가능 솔루션' 프로젝트 기후위기분과 3차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화석연료 의존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비중을 늘려나가는 '에너지 믹스(Energy Mix)'를 하루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 믹스의 최대 논란은 역시 원전이다. 원전에 안주할수록 재생에너지 확대 노력이 힘들어지는 만큼 의도적으로라도 원전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지만, 재생에너지가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고 에너지저장기술 등을 구축할 수 있을 때까지 원전의 역할은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기후위기분과 위원장)는 "재생에너지가 연착륙할 때까지 가동 중인 원전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신규 건설을 자제하는 단계적 감축이 가장 이상적인 플랜"이라고 말했다. 김영산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서서히 원전에서 벗어나는 것이 방향성은 맞지만 에너지 전환을 위한 일종의 보릿고개를 넘으려면 원전이 역할을 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17일과 이달 13일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된 회의에는 홍종호 교수, 김영산 교수 외에 권필석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장, 박지혜 변호사 겸 기후솔루션 이사,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창만 한국일보 지식콘텐츠부 부국장이 참석했다.

13일 서울 중구 한국일보 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기후위기분과 제3차 회의에서 위원들이 대담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홍종호 교수=기후위기분과 세 번째 회의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2050 에너지 믹스 및 수급방안에 대해 논의하겠다. 우선 권필석 소장께서 탄소중립 중요성과 실현가능성, 그리고 전환(전력), 건물, 산업, 수송 등 각 분야별 에너지 수급 구성과 기술적 제도적 과제 등을 설명해주시기 바란다.

홍종호(58)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미국 코넬대 경제학 박사,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 고영권 기자


재생에너지 확대와 효율 향상의 두 축

권필석 소장=탄소중립을 위해선 기술적으로 크게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에너지 공급부문에서 재생에너지가 크게 늘어나야 하고, 소비부문에서 전기화 및 효율 향상이 필요하다.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 재생에너지 전력발전은 750테라와트아워(TWh) 이상이다. 재생에너지 필요 설비용량으로 환산하면 500~600기가와트(GW)가량이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간 최소한 17~18GW를 설치해야 한다. 태양광이 현재 연 3~4GW 설치되고 있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다.

전기화(석유 석탄 등 연료를 직접 사용하지 않고 전기로 바꿔 사용하는 것)는 매우 중요하다. 전기화는 각 부문의 배출 의무를 전력 부문으로 전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수요 쪽에서 효율 향상도 이뤄나가야 한다.

건물부문의 탈탄소화 전략은 건물의 외벽, 창문 등 단열 기준을 강화해 냉난방 수요를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신축뿐 아니라 기존 건물에도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그린리모델링 제도를 확대해야 한다. 전기화는 히트 펌프를 사용하면 효율이 향상돼 (가스 같은) 난방에너지 사용이 줄어들게 된다. 또한 열저장장치와 히트 펌프를 결합하면 잉여전력 발생 시 전력을 열로 변환해 저장할 수 있게 되어 잉여전력 문제도 해소된다.

권필석(47)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한양대 전기공학과·덴마크 올보대학 energy planning 박사, 탄소중립위원회 에너지혁신분과 전문위원. 고영권 기자

정부의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르면 수송부문의 에너지소비량(419TWh) 가운데 99% 이상이 화석연료를 사용한다. 이 화석연료를 전기나 그린수소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탈내연기관화를 통해 2050년 146.5TWh로 줄인다는 게 정부 시나리오인 만큼, 전기차와 수소차의 빠른 보급이 가장 중요하다. 에너지 효율면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차에 비해 훨씬 좋다. 석유연료로 1KWh당 1㎞를 달린다고 가정하면 전기차는 1KWh당 6, 7km를 갈 수 있다.

반면 산업부문의 탈탄소화 전략은 보다 복잡하고 까다롭다. 산업부문에서는 석유같은 화석에너지가 연료로서뿐만 아니라 원료로서도 사용되고 있다. 원료로서 사용되는 화석에너지를 탄소무배출 물질로 대체하려면 연구 개발의 시간이 필요하다. 산업부문의 정부안을 보면 2018년 대비 2050년 에너지사용량이 1,729TWh에서 1,620TWh로 불과 6.3% 줄어든다. 이에 비해 독일은 20% 줄인다. 전력화로 자연스럽게 산업부문의 에너지 효율이 향상될 여지가 있을 텐데 그런 부분을 제대로 반영한 결과인지 의문이다.

탄소중립 시나리오 정부안

종합해보면 가장 중요한 이슈는 첫째 재생에너지를 많이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건물 수송 부문의 인프라도 많이 바뀌어야 한다. 건물에서 가스난방을 규제할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다. 셋째, 재생에너지의 큰 변동성에 대응하는 유연성 기술의 발전이 중요하다. 무엇보다 에너지저장장치로서 배터리에 많은 연구개발이 필요하다. 수소 부문에서 앞서가려 욕심부리기보다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고 싶다.

산업부문의 더딘 노력

홍종호 교수=산업계에서 탄소중립위원회에 ‘탄소배출량을 당장 줄일 수는 없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한다. 산업부문 탈탄소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불만인데, 사실은 산업부문이 전환, 건물, 수송에 비해 속도가 더디다.

박지혜 변호사=시간이 조금 필요한 것일 수는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인구당 철강 생산량은 전 세계 평균의 10배가 넘는다. 대부분 수출용이다. 또 석유제품을 원료로 쓰는 산업을 전환하는 것은 장소를 옮겨 생산한다거나, 30년 뒤쯤 아예 다른 산업으로 전환할지에 대한 문제다보니 시간이 필요한 건 맞다. 다만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연구가 산업부문 자체 연구나 데이터에 너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홍종호 교수=결국 탄소가격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에 달린 문제 같다. 7월 나온 IMF 보고서는 탄소의 사회적 비용을 선진국에서는 75달러로 해야 한다면서 중진국은 50달러, 개도국은 25달러로 차등 부과하자고 제안했다. 배출권 거래제를 통해서든, 탄소세를 통해서든 탄소에 대한 가격이 매겨지기만 한다면 기업 입장에서도 신규 기술을 개발하거나 산업을 접거나 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김영산(59)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서울대 경제학과·미국 UCLA 경제학 박사, 전력거래소 비용평가위원회 위원. 고영권 기자

김영산 교수=탄소배출권거래제 자체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존하는 제도다. 시장이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에서는 그 제도도 잘 작동하지 않는다. 현재 산업부문 시나리오를 보면 정부가 세부목표를 세우고 산업부문에 달성의무를 부과한다는 것인지, 아니면 정부가 거시정책을 폈을 때 산업부문이 그렇게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인지 명확하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정부가 일일이 산업별로 구체적인 감축량과 방안을 결정하고 지시하기보다는 정부가 전체적인 목표와 거시적인 정책을 세우고 산업 부문이 스스로 가장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감축을 실행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고 적응 인프라를 구축해주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본다.

'대한민국 지속가능 솔루션' 기후회의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고영권 기자


에너지믹스의 주축은 재생에너지

정혁 교수=탈탄소 목표를 높게 잡는 것은 별문제가 없다. 핵심은 에너지 믹스다. 탄소시나리오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전력 부문의 탈탄소화를 어떻게 할 것인가인데, 원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홍종호 교수=2030년까지 탄소를 44%를 줄이는 안이 있을 정도로 더욱 강화됐다. 그렇다면 과연 이 목표를 어떻게 달성해 나갈 것인지, 원전 비중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가 현재 한국 사회의 뜨거운 감자다. 어차피 전력원은 몇 개 없다. 3대 전통 에너지인 석탄, 가스, 원전 그리고 재생에너지인데 이들을 어떻게 믹스할 것이냐다.

권필석 소장=외국의 시나리오를 봐도 2050년 에너지 믹스에서 재생에너지가 메인이라는 점은 확실한 사실이다. 그런데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모두 출력을 조절할 수 없는 경직성 자원이다. 무릎 사이에 도가니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듯 전력의 수요공급을 맞추려면 바로 켜고 끌 수 있는 유연성 자원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가 많아지는데 원전까지 많으면 유연성 자원을 별도로 많이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은 일이다.

원전 역할 부정할 수 없어

정혁 교수=경직성 관점에서 접근했는데, 탈탄소 관점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큼 속도 조절이 되느냐다. 탈원전이라는 것도 원전을 없애는 방향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진행하느냐는 속도의 문제다. 한 번에 원전을 없애자는 식은 무리가 있고, 원전 사용을 줄이는 속도의 문제 역시 탈탄소 목표 시기 안에 완수하자는 것인지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탈원전을 주장하는 많은 그룹은 한 번에 다 없애자는 이미지가 강하고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면서 원전을 줄여나가는 병존 가능성은 말하지 않는다. 전력 공급이 공급량과 공급 안정성 면에서 어떻게 될 것인지 시나리오가 정확히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탈원전을 말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생각이다.

김영산 교수=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이전에는 다들 원전 르네상스가 온다고 했다. 기후변화가 심각해지면서 대안으로 원전을 많이 짓자는 얘기가 나왔던 것인데,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여론이 완전히 바뀌었다.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공통점은 탄소가 안 나온다는 점과 경직성이다. 다른 점은 원전은 고장나지 않는 이상 출력을 예측할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는 예측이 불가능하고 변동성은 더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원전이 인구밀집지역에 모여 있어 서서히 원전에서 벗어나는 것이 방향성은 맞다. 문제는 속도다. 우리는 2050년까지 탄소 배출을 줄여야 하는 굉장히 긴급한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 재생에너지가 비싸기 때문에 필요에 비해 공급이 못 따라가고 있다. 또 재생에너지를 늘린다 해도 이를 소화할 만큼 계통(송배전망)이 발전하지 못한 상태다. ‘에너지 전환 보릿고개’라고 부를 수 있는데, 원전이 이 보릿고개를 넘겨주는 역할을 해줘야 한다.

홍종호 교수=재생에너지를 빠르게 확대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을 수 있는 상황에서 탈탄소가 너무나 시급하고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따라 원전이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겠다는 말씀으로 들린다.

정혁 교수=에너지 경직성 문제에 대한 해법은 에너지저장 기술진보가 관건인데 원전을 운용하는 동안 에너지저장 기술을 발전시키는 시간도 벌 수 있다. 원전을 전환기의 에너지원으로 봐야 한다. 너무 급격히 줄이면 재생에너지 전환과 탈탄소를 모두 놓칠 위험이 있다.

권필석 소장=그런데 2030년에도 원전 비중이 여전히 23%다. 2020년대 중반까지 원전을 짓고 지금 수준을 유지하다가 2050년에도 7, 8기가 운용되기 때문에 급격히 줄인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혁 교수=원전 사용 비중의 적정성을 단순히 전력 비중 기준으로 보지 말고, 탈탄소화 과정에서 필요한 전력 공급량과 안정성 확보 면에서 어떻게 될지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나갈 수 있는 속도의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에너지 전환 비중 자체를 성과지표로 삼을 것이 아니라, 다양한 전환 과정 시나리오하에서 에너지 공급량과 안전성, 그리고 탄소감축량, 이 두 가지 결과 변수를 성과지표로 보는 접근이 필요하다.

박지혜(43) 기후솔루션 변호사,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서울대 법학 박사, 녹색법률센터 운영위원. 고영권 기자


원전 추가 건설은 무리

박지혜 변호사=지금 짓고 있는 발전소의 설계수명 60년을 모두 허용했을 때 완전한 탈원전은 2084년이다. 설계 수명을 다 쓰고 마치는 스케줄이라면 사실상 브리지 역할을 가정한다고 볼 수 있고, 그 정도의 활용은 사회적으로 수용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건설에만 10년이나 소요되고, 10년이라는 기후위기 대응의 골든타임을 원전 짓기에 허비할 순 없다. 영구핵폐기물 문제까지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사회적 인식도 중요하다. 만약 원전을 내 집 옆에 짓는다고 한다면 사람들이 ‘재생에너지라는 실현가능한 대안이 존재하는데 내가 왜 그런 리스크를 부담해야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겠나.

홍종호 교수=지난 10월 글래스고 기후변화협약 총회에서 인도 대표의 강한 반대로 ‘탈석탄(phase out)’이 ‘단계적 감축(phase down)’이라는 완화된 표현으로 바뀌었다. 이번 정부의 가장 큰 전략적 실책은 ‘탈원전’ 표현을 쓴 것이라고 생각한다. 탈원전은 2023년과 2025년에 원전을 전부 없애는 독일이나 대만에서 쓰는 표현이다. 60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줄이는 우리나라는 전형적인 ‘단계적 감축’이다. 정부의 기후변화정책이나 원전정책에서 용어 하나하나가 매우 중요한데, 적절하지 않은 용어 선택으로 국민은 물론 전문가까지 오해하고 있다.

원전을 새로 짓는 것은 현실적이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차기 정부에서 신한울 3, 4호기 건설을 재개하겠다고 한다면 우리 사회가 겪을 혼란과 분란은 이전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한울 1, 2호기와 신고리 5, 6호기가 가동되면 우리나라 원전은 최대 28기까지 늘어난다. 그 상태에서 전력수급에 문제가 없다는 전제하에 확대된 재생에너지가 전력을 충당해주면서 자연스럽게 수명이 다한 원전을 줄여나가는 것이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발생하는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이후 수명이 다한 원전의 연장 여부는 재생에너지의 확대 속도에 맞춰 고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창만 부국장
송은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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