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무역·반도체·조선 등 경제 성과 강조
소중한 성과 안 보고 욕만 한다며 불만
국민, 현재 성과보다 나라 앞날 더 걱정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현 정부에서 나타난 ‘경제적 성과’에 대해 부정하고 비하하는 사람들을 잇따라 공박하고 있다. 지난 6일 열린 무역의 날 기념식에선 “소중한 성과마저도 부정하고 비하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국민의 자부심과 희망을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개탄했다.
앞서 문 대통령은 11월 21일 ‘국민과의 대화’를 두고 정부 성과를 ‘자화자찬’했다는 비판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다음 날 라디오인터뷰를 통해 “문 대통령은 (대화에서 거론된 성과가) 역대 정부의 성취가 쌓여 온 것이자, 국민이 이룬 성취라고 했다”며 “그것마저도 폄훼한다면 국민이 이룬 일을 폄훼하는 것”이라고 공박했다.
성과들이 나타난 건 사실이다. 올해 무역은 연중 최단기 1조 달러 달성을 넘어 연간 무역액도 1조2,500억 달러로 사상 최대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수출액도 6,400억 달러를 넘어 사상 최대치에 이를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세계 1위를 지키고, 조선 세계 1위를 재탈환한 것도 긍지를 느낄 성과라 할 만하다.
하지만 국민적 성과마저 폄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청와대의 주장은 온당치 않아 보인다. ‘자화자찬’이라는 비아냥을 넘어 온라인 댓글엔 “그게 너희가 이룬 성과냐”는 등의 야유가 들끓었지만, 그런 반응은 국민 성과에 대한 폄훼라기보다는, 성과를 현 정부의 공인 것처럼 어물쩍 숟가락을 얹는 듯한 행태에 대한 불쾌감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문 대통령이 국민적 성과를 내세우는데 대한 여론의 반감은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우선 “그게 너희가 이룬 성과냐”는 댓글처럼, 내세워지는 성과를 현 정부의 공으로 여기지 않는 국민이 많다는 현실이다. 또 하나, 문 대통령이 폄훼를 개탄했다는 기사에 붙은 댓글 등을 보면, 네티즌 상당수는 현 정부에 대한 비판을 ‘국민적 성과를 부정하고 비하하기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식으로 몰아붙인 데 대한 반발이 매우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요컨대 ‘갈라치기’에 대한 거부감인 셈이다.
하지만 비판의 기저에 작동하는 가장 묵직한 국민적 인식은 지금은 당장의 성과에 자족할 만큼 한가한 상황이 결코 아니라는 일종의 위기감일 가능성이 높다. 애써 밝게 보자면, 우리 경제 규모는 지난해에 이미 세계 10위로 올라섰고,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이탈리아를 넘어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리 국민은 세계 1등국이 됐다며 환호했던 과거 일본과 달리, 지금을 번영의 지속과 쇠락의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감하며 ‘실패하지 않는 선택’을 위해 정신을 잔뜩 벼려야 할 상황이다.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국내 주력산업기반이 해외직접투자를 통해 계속 해외로 유출되는 반면, 투자 유입은 크게 못 미쳐 부가가치나 일자리 창출 역량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2000년대 초만 해도 5%대에 달했던 잠재성장률이 최근 2%로 떨어진 현실이 우리 경제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여기에 현 정부 들어 GDP의 50%에 육박할 정도(이미 100%를 넘었다는 분석도 있다)로 폭증한 국가부채, 한계에 이른 공적연금, 해결책이 안 보이는 인구지진 문제 등을 감안하면 막연한 낙관이 되레 비정상으로 느껴질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차기 대선전마저 최악의 진흙탕 싸움으로 치닫는 와중에 문대통령이 아무리 긍지니 자부심이니 듣기 좋은 소리를 해봐야 곱게 들릴 리가 만무하다. 대통령과 청와대는 이제라도 국민의 걱정을 잘 헤아려 “대통령이 소상공인 지원금을 100만 원으로 올렸다”느니, “대통령 입술이 부르텄다”는 허튼소리보다 나라의 미래를 염려하는 차분하고 굳건한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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