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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주도, 라이더도 "쿠팡이츠·배민1이 낫다"... 단건배달 대세에 심화된 출혈경쟁

입력
2021.12.20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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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배민 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지난 10월 서울 강남구 배민 라이더스 남부센터에 배달 오토바이가 세워져 있다. 뉴시스

'단건배달(한 건당 한 집만 배달하는 방식)' 시장 경쟁이 과열되고 있다. 갈수록 음식을 빨리 받고 싶은 고객이 증가한 데다, 고객 응대와 배달대행업체 관리 등 부수적인 업무를 줄이고 싶은 업주들도 늘어나면서다. 여기에 치열해진 경쟁으로 더 높은 수수료를 챙길 수 있는 배달원(라이더) 사이에서도 단건배달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업체 간 출혈경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19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단건배달인 '쿠팡이츠'와 '배민1' 서비스 비중이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강남 3구 지역의 경우 쿠팡이츠 시장 점유율이 45%까지 늘었고, 6월 본격 서비스를 시작한 배민1은 서울 내 단건배달 비중이 3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배달비 지불에 익숙해진 고객들이 배달료를 몇 천 원 더 내더라도 빠르게 음식을 받아볼 수 있는 단건배달에 큰 만족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가게 장사와 배달을 병행하는 업주의 경우 단건배달로 배달 채널을 줄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쿠팡이츠만 이용하는 서울 영등포구의 한 음식점 점주는 "단건배달이 수수료가 높긴 하지만, 라이더 배차부터 고객 응대까지 플랫폼이 전담하기 때문에 가게 입장에선 신경 쓸 일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며 "(매장 내) 홀 영업이 바쁜 가게는 단건배달을 선호할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단건배달 주문이 많아 배달 거리가 짧은 서울 강남 3구 지역에서는 자영업자들에게 쿠팡이츠나 배민1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고 귀띔했다.

올해 5월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스1

올해 5월 서울의 한 대학가에서 배달 라이더들이 음식을 배달하고 있다. 뉴스1

쿠팡이츠와 배민1의 경쟁으로 '귀한 몸'이 된 라이더 입장에서도 단건배달로 받을 수 있는 수수료가 훨씬 큰 경우가 많다. 특히 폭설이나 폭염 등 기상 상황 악화로 라이더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지는 경우 플랫폼 측에서 배달료로 많게는 건당 2만~3만 원대까지 주는 데다, 정해진 업무를 수행할 경우 많게는 10만 원가량을 추가로 챙길 수 있어서다. 최근 프로모션으로 건당 배달료가 높아지면서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배달로 하루 30만 원 이상을 벌었다"는 인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단건배달 시장 경쟁 격화는 전체적인 배달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 기본적으로 단건배달의 경우 필요한 라이더 수가 많기 때문에 출혈을 감내하면서까지 기존 배달대행 업체에서 라이더를 빼오게 되고, 라이더가 부족해진 배달대행 업체에선 배달료를 높여 업주에게 부담을 일부 전가하게 된다. 결국 음식값까지 높아지며 고객에게도 피해가 가는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그나마도 현재는 배달앱이 엄청난 규모의 마케팅 비용 적자를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추후 이를 줄인다면 '배달비 폭탄'이 나머지에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내년부터 배달기사 고용보험이 의무화되면서 구인난으로 인한 배달료 인상이 예상된 가운데 내년 들어서도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의 출혈경쟁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단건배달 시장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데다 라이더 수를 갑자기 늘리기도 어려운 상태"라며 "당분간은 두 고래의 치열한 경쟁에 자영업자와 배달대행업체, 소비자 등만 터지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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