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용 무기 훔쳐 마약 조직에 넘기려던 그들 정체는?...허술한 미군 시스템

입력
2021.12.19 16:0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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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간 파병 경력 EOD 전·현직 군인 범죄
무기고 무기 훔쳐 멕시코 조직에 넘기려다 체포
2010년대 미군서 분실한 소총만 1000정 넘어

미군 군용 무기 절도 사건이 발생한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 육군 무기가 놓여 있다. AP 연합뉴스

미군 군용 무기 절도 사건이 발생한 노스캐롤라이나주 포트 브래그에 육군 무기가 놓여 있다. AP 연합뉴스


타일러 섬린과 제이슨 자비스 병장은 아프가니스탄 전쟁 때 현지에서 함께 싸웠던 전우다. 이들은 영화 ‘허트 로커’에 나오는 것과 같은 미군 폭발물처리반(EOD) 대원들이었다. 탈레반이 설치한 급조폭발물(IED) 제거 작업이 그들의 주요 임무였다. 숨 막히는 위험과 긴장 속에서 전우애는 깊어졌다.

섬린은 2017년 2월 제대했다. 하지만 자비스 병장은 군대에 남았다. 그의 근무지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州)에 있는 포트 브래그 무기고였다.

2018년 자비스가 섬린에게 돈을 벌고 싶은 마음이 있냐고 물었다. 자비스는 브래그의 무기고에서 훔친 군사 장비를 팔려고 했다. 섬린은 구매자를 찾아 나섰다. 군용 총기, 부품, 야간보안경, 폭발물 같은 군용 물품이 절도 대상이었다. 자비스는 무기고 안에서 무기 사진을 찍었고 무기를 훔쳐 팔기 시작했다.

판매는 섬린과 공범 앤더슨이 맡았다. 미 육군 공병부대 출신인 앤더슨은 구매자와 연결해줄 사람을 찾다 에반이라는 사람과 연락이 닿았다. 앤더슨은 에반에게 훔친 무기 사진과 야시경, 소총 조준기, 조준용 디자인, 소총 부품 등의 목록을 전달했다. 에반은 멕시코 마약 조직과 관련된 구매자를 찾았다고 이들에게 답했다.

섬린과 자비스는 에반에게 무기를 넘길 계획을 세웠다. 무기의 일련번호를 지워 출처를 숨기고자 했다. 애초 25만 달러를 요구했다 7만5,000달러로 깎아 가격 흥정도 마쳤다. 2018년 11월 텍사스주 엘파소에 도착한 그들은 무기를 넘겨주기 위해 한 창고를 찾았고 총기와 폭발물 등을 내놓았다 경찰특공대에 체포됐다. 무기를 받기로 했던 에반은 사실 미 국토안보부 비밀요원이었다.

체포 이후 두 사람은 총기밀수 등 8가지 혐의로 기소됐지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의 이유로 풀려났고 집행유예 5년이 선고됐다. 에반은 AP에 “그들은 분명히 무기, 폭발물 등 모든 것을 훔칠 계획이었고 멕시코 카르텔에 팔 계획이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미 AP통신이 밝힌 전ㆍ현직 군인들의 군용 무기 절도 판매 사건 전모다. 미 전역에 충격을 줬던 이들의 일탈 뒷얘기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다. 특히 미군이 군대 무기 절도 사건을 막지 못한 데 이어 군용 무기가 민간 범죄에도 이용되는 현실이 확인되고 있다.

AP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미군에서 분실된 소총은 1,179정에 달한다. 권총(694정), 기관총(74정), 수류탄 발사기(36정), 로켓 발사기(34정) 등도 분실 목록에 올랐다. 특히 미 연방수사국(FBI) 범죄정보에 따르면 2010년대 민간 중범죄에 사용된 군용 총기는 22정이나 됐다. 게다가 미 해병대와 해군의 무기 45건 절도와 관련해 55%는 어떤 용의자도 확인하지 못하는 등 미군의 무기 관리와 도난 수사 역시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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