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 없다” 병원 16곳 거부당한 확진 산모… 구급차서 출산

입력
2021.12.19 09:50
수정
2021.12.1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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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상 찾지 못해 10시간 거리 헤맨 산모도
소방공무원노조 "정부 특단 대책 마련해야"

구급차에서 내리는 환자.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구급차에서 내리는 환자. 기사와는 관련 없음.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 임신부가 구급차에서 출산했다. 산통이 시작됐음에도 불구하고 전담 병상을 구하지 못해 임신부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 문 앞을 전전하다 일어난 일이다.

19일 경기 양주소방서 등에 따르면 전날 0시 49분쯤 30대 A씨가 하혈 증세와 함께 복통을 호소한다는 신고가 소방당국에 접수됐다. A씨는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아 재택 치료 중인 임신부였다.

출산이 임박한 상황이었지만, 코로나 전담 병상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A씨는 당시 코로나19 확진으로 자택에서 격리 중이라, 전담 병원에만 입원이 가능했다.

대원들은 경기북부재난종합지휘센터와 양주시 보건소의 협조를 얻어 16곳의 전담 병원에 연락했으나, 모두 “병상이 없다”며 산모를 받아주지 않았다.

그사이 산모 상태는 더 악화했다. 대원들은 산모의 진통 간격이 짧아지자 더 지체할 수 없다고 판단, 구급차 내 분만 세트를 이용해 산모의 분만을 유도했다. 원격으로 소방의료팀의 지도도 받았다. 아이는 오전 1시 36분쯤 건강하게 태어났다. 대원들은 곧바로 아기의 입과 코를 막은 이물질을 제거해 호흡을 유지하고 체온을 보호한 뒤 서울의료원으로 이송했다.

침착하게 대응한 대원들은 간호사 특채 출신의 박은정 소방사와 응급구조사 2급 자격증 소지자인 최수민 소방교였다. 두 구급대원은 “생명의 소중함과 구급활동을 통한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라는 이유로 10시간 넘게 거리를 헤맨 임신부도 있었다.

13일 오후 10시쯤 출산을 이틀 앞둔 30대 여성 B씨는 하혈이 시작되자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B씨를 구급차에 태운 수원소방서 파장119안전센터 대원들은 곧바로 코로나 전담병원 내 산부인과를 찾아 나섰으나, 병실을 찾는 데 애를 먹었다. 연락을 취한 병원 모두 “확진자 병상이 다 찼다”며 B씨를 받아주지 않았다.

진통이 잦아들어 집으로 갔던 B씨는 다음 날 새벽 2시 35분쯤 다시 진통이 시작돼 재차 구급차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B씨를 받아 줄 수도권 지역 병원은 없었다. 위급상황에 처했던 B씨는 병상이 확보되지 않아 길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중 극적으로 서울의 한 병원으로부터 병상 한 개가 확보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B씨는 최초 신고 후 10시간여 만인 오전 8시 10분쯤 서울의 한 병원에 도착해 출산했다.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응급을 요하는 국민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라”로 촉구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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