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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진도개법, 불법행위에 되레 면죄부… 탈락견도 보호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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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진도개법이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도개'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 장치로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어 이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진도개(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진도군 내에서 사육하는 진돗개)는 문화재관리법과 한국진도개보호육성법에 따라 보호 받아야 하지만 천연기념물 등록 이후에는 추적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심사에 탈락한 개의 경우 중성화하거나 진도군 밖으로 반출하도록만 되어 있고 제대로 된 관리 체계가 없어 천연기념물을 포함 진돗개들이 식용 개농장에서 발견되는 사례(▶관련기사보기: 진도 개농장서 천연기념물 3마리 추가 발견… 허술한 관리 도마)까지 발생했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과 최인호·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제1세미나실에서 '한국 진도개 보호∙육성법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8월 진도군 식용개농장에서 천연기념물 진도개를 포함 65마리를 구조한 동물보호단체 라이프와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주관한 이날 토론회는 부실한 진돗개 관리 실태 지적과 진돗개 보호 방안 마련을 위해 마련됐다.
심인섭 라이프 대표는 '식용 개농장 내 천연기념물 제53호 적발 이후, 개선 방향은?'이라는 주제로 한 발제에서 "현행 진도개법은 진돗개 보존, 보호가 아닌 증식과 보급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부모견이 천연기념물이라 해도 자견들은 애매한 체형 규정을 근거로 한 심의의원들의 주관적 판단으로 선정되고, 심사에 불합격한 개체에 대해선 어떤 자료도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도개법 50년 시행 결과 진돗개는 식용과 동물쇼에 희생되고 유기견이 되어 보호소에서 죽어가는 처지가 됐다"며 "천연기념물 수를 줄이고,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아닌 국가가 직접 나서 관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후 이항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새로운 진돗개 보호법 제정을 위한 방향성' 토론회에서는 현행 진도개법의 문제와 불합격한 개체 관리 규정에 대한 집중 논의가 이어졌다. 진도군 식용개 농장 구조에 동참했던 김나라 휴메인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HSI) 매니저는 "HSI가 구조한 9개의 식용 개농장과 개시장에서 진도와 진도믹스 비율이 절반 가까이 된다"며 "이는 얼마나 많은 진돗개들이 무분별하게 생산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진돗개의 적정 사육 두수와 번식 가능수의 제한이 시급하다"며 "진돗개 사육환경 등 복지 보장을 위한 새로운 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진도개법에는 예방접종과 구충을 빼고는 진돗개를 동물로서 실질적으로 보호하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며 "입법 목적에 진돗개의 보호를 명시하고 진돗개의 인도적 보호와 관리, 복지 증진에 대한 사항을 추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대에 뒤떨어진 진도개법은 보호에 초점을 맞춘 방향으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합격견, 불합격견의 여부를 떠나 인도적으로 보호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진도개법과 동물보호법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동물보호법상 반려견은 2개월 이상이면 등록대상이지만 진도개의 경우 생후 6개월 이상 경과해야 심사를 받고 등록되는 구조다"며 "진도개의 경우 2~6개월 기간 동안에는 법적으로 불안정적인 지위에 놓이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물보호법은 소유자가 변경된 경우 등 이를 신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지만 진도개법은 등록만 규정하고 있을뿐 변경등록에 대해선 언급하고 있지 않다"며 "입법론적으로 이들 법률 간의 관계를 보다 명확히 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성우 두루 변호사는 "현행 진도개법이 실태조사, 심사 탈락 개체에 대한 관리 등의 측면에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며 "어설픈 보호법이 오히려 불법행위에 대해 면죄부가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실효성 없는 실태조사와 심사 탈락 개체에 대한 후속 관리 시스템 부재로 인해 천연기념물이 식용 개농장에서 발견되는 믿을 수 없는 결과까지 이어졌다"며 "동물보호법과의 정합성, 나아가 동물보호법 자체 내에서도 진돗개에 대한 보호 내용을 담을 수 있도록 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진돗개가 사회문화적으로, 인간동물관계 측면에서 어떤 중요성이 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천명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천연기념물 진도개의 특성은 인간과 동물 관계 안에서 나오는 것이다"며 "지금까지는 사람이 취하는 생산적 가치와 상징성에 초점을 두고 육성해왔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준을 삼아 진도개를 육성한다면 산업과 육성방식에서 나아가 사람과의 관계, 문화적 가치를 고려한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한다"며 "진돗개 보호 방향에는 인간과의 긍정적인 상호작용을 충분히 배려받으며 함께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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