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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오류' 무료 변론한 변호사 "생명과학 전공한 나도 2시간 헤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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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을 전공했던 저도 처음에는 문제를 못 풀었어요. 2시간 정도 스터디를 하고 나서야 겨우 풀겠더군요. 그렇게 풀어 보니 이 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걸 100% 확신하게 됐어요. 이 당연한 지적을, 평가원이 받아들이지 않더군요."
그 어렵다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을 상대로 한 대학수학능력(수능) 시험문제 출제오류 소송을 승리로 이끈 전북 익산의 일원법률사무소 소속 김정선(43) 변호사가 16일 밝힌 소회다. 김 변호사의 소회에는 우리 수능의 문제점이 그대로 녹아 있다. 시험 이름처럼 수학 능력만 평가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변별력 높이려 과도하게 어려운 문제를 내고, 문제가 생겼을 때 제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김 변호사가 이 사건을 맡게 된 건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지난달 18일 수능 정답 공개 뒤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이 이상하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래서 직접 풀어 봤다. 그럴 만한 것이 김 변호사는 생명과학 계열 대학을 3학년까지 다니다가 다시 수능을 봐서 한약학을 전공해 석·박사 학위를 땄고, 그 다음 로스쿨 1기 시험을 통과해 2012년 변호사가 됐다.
문이과를 다 겪은, 자기 같은 사람도 제대로 풀 수 없는 문제를 내는가 싶어서 놀랐다. 이거 문제가 잘못된 게 맞다고 확신했는데 평가원이 문제없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고 또 한번 놀랐다. 진행 중인 다른 사건이 많아 짬을 낼 여유가 없었지만, 아는 사람을 통해 이 사건을 맡아 달라는 제안이 왔을 때 거절하지 못한 이유다. 김 변호사는 "이렇게 확실한 오류를 평가원이 인정하지 않으면 앞으로 이런 일이 매번 반복될 것 같았고, 그건 막아야 하지 않겠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수임료를 받지 않고 무료변론했다.
우선 정답 발표를 막기 위해 본안 소송과 함께 가처분 신청을 먼저 냈고, 결국 생명과학Ⅱ 응시생 6,515명에게는 이 과목 점수가 공란으로 처리된 성적표가 발급됐다. 1994년 수능 제도 도입 이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본안 소송에서도 법원은 수험생들의 손을 들어줬다.
김 변호사는 우선 수험생들에게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수험생들과 단톡방을 열었는데, 거기에서 수험생들은 자발적으로 여러 자료를 찾아줬고, 평가원 풀이 방식의 문제점을 하나씩 지적했다.
재판부도 마찬가지다. 김 변호사는 33쪽에 이르는 판결문을 읽었을 때 "아 재판부도 이 문제를 직접 풀어봤구나"라고 생각했다. 판결문 자체가 수험생과 평가원의 문제 풀이 방식을 하나씩 다 비교해둔 것이어서다. 김 변호사는 "재판부도 짧은 시간 안에 공부해서 직접 이 문제를 풀어 봤으니 오류라는 걸 확신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소송의 최대 난관은 '시간'이었다. 정답, 채점, 성적, 입시 전형 등 줄줄이 이어진 일정을 감안하면 최대한 압축적으로 빨리 끝내야 하는 사건이었다. 쪽잠을 자고 샌드위치로 끼니를 때워 가며 보름의 시간을 보냈다.
그렇기에 더더욱 평가원의 대처가 아쉽다고 했다. 김 변호사는 "소송을 진행하면서 보니 평가원이 수능 출제, 검토, 이의제기 처리까지 전 과정을 도맡는 데다 그 내용을 밖에서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구조였다"며 "이의제기를 투명, 공정하게 처리하는 제도가 이번 기회에 꼭 마련돼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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