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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 방역 ‘플랜 B’ 가동한 英 총리, 정치 역풍…유럽 방역 고삐에 아우성

입력
2021.12.1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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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 의회, 방역 강화 법안 가결...집권당은 반대
강력 규제 방침에 '경제 침체' 등 불만 커져
英 아프리카발 입국 규제 완화...'봉쇄'보다는 '백신'

영국 잉글랜드 브리스톨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 14일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브리스톨=AP 연합뉴스

영국 잉글랜드 브리스톨의 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소에 14일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브리스톨=AP 연합뉴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확산으로 강화된 방역 지침을 발표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정치적 역풍을 맞았다. 고강도 규제에 집권당 내부에서조차 반발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코로나19 방역 고삐를 다시 죄기 시작한 유럽 각국에서 강화된 방역 조치에 대한 아우성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방역 조치 '플랜 B', 집권당 반대 99표

14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영국 하원은 코로나19 방역 강화 조치인 ‘플랜 B’를 찬성 369표 대 반대 126표로 통과시켰다. 압도적인 표차로 하원을 통과했지만, 집권 보수당에서만 반대 99표가 나왔다. 집권당이 현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가디언은 “집권당의 반대 규모는 존슨 총리 임기 내 단연코 가장 컸다”며 “존슨 총리로서는 굴욕적인 반란”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노동당 등 야당의 찬성표로 법안이 통과하자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는 “(존슨 총리는) 최악의 시기에 최악의 지도자”라며 “총리는 스스로 팬데믹에 맞서 국가를 이끌 자격이 되는지 물어야 한다”고 혹평했다. 미리암 케이트 보수당 의원도 “플랜 B는 개인의 자유와 일상에 대한 심각한 침해를 의미한다”며 “새로운 변이가 나타날 때마다 사람들을 계속 공포에 몰아넣어선 안 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존슨 총리가 발표한 ‘플랜 B’에는 마스크 착용 의무 장소 확대, 재택근무 권고, 나이트클럽과 대형 행사장 등에서의 ‘백신 패스(코로나19 음성 증명서)’ 의무화 등이 포함됐다. 영국 내 한 대형 공연장 관계자는 “최근 일주일 사이 수입이 30% 가까이 급감했다”며 “방역 조치 강화로 심각한 경제적 위기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14일 영국 런던 의회 앞에서 한 여성이 '백신 패스 반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14일 영국 런던 의회 앞에서 한 여성이 '백신 패스 반대'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다. 런던=EPA 연합뉴스


'봉쇄'보다는 '백신 접종' 전략 취해야

다른 유럽 국가들도 잇따라 강화된 방역 조치를 내놓고 있다. 이날 덴마크 보건당국은 재택근무 권고, 성탄절 방학 조기 실시, 영업시간 단축 등 방역 규제를 재도입했다. 이탈리아도 이달 종료 예정이었던 코로나19 국가 비상사태를 내년 3월 말까지 연장했다. 또 내년 1월 말까지 유럽연합(EU) 내 입국자 대상 코로나19 검사를 의무화하고, 백신 미접종자는 5일간 격리하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네덜란드도 지난달 말부터 적용 중인 강화된 방역 지침을 다음 달 14일까지 연장하고, 학교 방학을 일주일 더 빨리 하기로 했다.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는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손주들을 껴안지 말라”며 “고령층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강화된 방역 지침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봉쇄보다는 백신 접종에 무게를 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애덤 웨그너 런던 인권변호사는 “팬데믹 초기에 각국이 취했던 봉쇄 조치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과 백신 차별 등으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 있다”며 “봉쇄보다는 백신 접종 확대를 통해 장기 전략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미 오미크론 변이가 영국에 확산됐다고 판단한 영국 정부는 이날 아프리카발 입국자의 입국 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그러면서 백신 접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백신을 맞은 뒤 이상 반응 점검을 위한 15분 대기 절차를 없앴다. 덴마크도 이날 40세 이상 부스터샷(추가 접종) 간격을 기존 6개월에서 4개월로 앞당겼다. 오스트리아도 부스터샷 대상을 12세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달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처음 보고됐지만, 한 달도 채 안돼 전 세계 76개국으로 확산했다. 특히 영국에서만 13일 기준 오미크론 변이 신규 감염자 수가 1,576명에 달하는 등 유럽에서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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