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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가격대에도 주문 폭주…국립중앙박물관 굿즈 인기 비결은?

입력
2021.12.18 04:30
21면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장 인터뷰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 숍에 진열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김미경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장이 지난 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 숍에 진열된 반가사유상 미니어처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현재 주문량 급증으로 홈페이지 접속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용에 불편을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지난 1일 국립중앙박물관 뮤지엄숍 홈페이지에 이런 글이 올라왔다. 이달 초 출시한 ‘자개소반 무선충전기’ 때문이었다. 자개소반 무선충전기는 박물관이 소장 중인 ‘나전칠 빗접(빗 등을 넣어주는 기구)’과 ‘나전 연엽 일주반(연잎 모양 상)’을 모티브로 해 만든 휴대폰 무선충전기다. 현재 이 상품은 주문 폭주로 예약 주문만 가능하다.

고려청자 무늬를 입힌 고려청자 에어팟 케이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에 이어 이번에는 자개소반 무선충전기가 굿즈(기념품) 대란에 합류했다. 박물관 굿즈의 위상이 달라진 요즘, 상품을 기획하고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국립박물관문화재단 문화상품팀의 김미경 팀장을 만났다.

“예전에는 박물관에 방문한 것을 기념하는 목적으로 굿즈를 샀다면, 지금은 상품 자체가 좋아서 사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과거에는 넥타이 같은 상품이 잘나갔다면 현재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용품에 대한 수요가 늘었어요.”

상품의 질이 높아진 게 주효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국립중앙박물관의 굿즈 수준에 놀랐다는 글들이 올라올 정도다. “퀄리티나 디자인이 별로이면 아무리 우리나라 콘텐츠여서 우호적인 마음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선택받지 못할 거예요. 스카프와 같은 패션 소품을 내놓는다고 하면, 샘플을 여러 번 받아봐요. 마음에 들 때까지 확인하고 제작에 들어가는데, 이전에는 이렇게까지 많이 보진 않았죠. 하하.”

상품의 질을 신경 쓰다 보니 가격대가 높아지긴 했다. 자개소반 무선충전기는 무려 6만7,000원이다.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는 4만5,000~9000원, 고려청자 에어팟 케이스는 1만8,000원에 판매되고 있다. 김 팀장은 이에 대해 “아무래도 국내산만 취급하다 보니 제작 단가가 높은 편이며, 특히 수작업이 들어가는 상품은 가격대가 높을 수밖에 없다”며 “그렇다고 시장가를 무시할 순 없기에, 적정선을 찾는 게 쉽지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낮지 않은 가격대에도 박물관 굿즈를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특히 온라인숍을 통해 상품을 구매하는 이들의 비중이 증가했다. 5년 전 온라인숍을 통해 구매한 이들의 비율이 전체 박물관 굿즈 구매자의 5%에 그쳤다면, 현재는 30%에 달한다. 김 팀장은 “박물관 유물이라는 게 어렵고 무겁게 다가올 수 있는데, 상품을 통해 유물을 알릴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박물관 굿즈는 특히 젊은층에게서 인기가 높다. 김 팀장은 “고려청자 관련 상품을 구매한 20대가 ‘미니 고려청자를 들고 다니는 기분’이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쓴 글을 본 적이 있다”며 “개성을 표출하는 게 익숙한 분위기에서, 박물관 굿즈는 유물에 기반하다 보니 의미도 있고 희소성도 있는 상품으로 통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재단 문화상품팀의 행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수년 전 핀란드 항공사 비행기를 탔는데, 핀란드 대표 브랜드인 마리메코 문양이 있는 냅킨을 손님들이 예쁘니까 따로 챙겨가더라고요. 우리도 유물에 있는 문양으로 디자인을 만들 수 있으니, 앞으로 그런 쪽으로도 발전시켜 나가면 좋을 것 같아요.”

채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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