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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잠재적 가해자? 젊은 남성 분노 부추긴 건 질 나쁜 정치인이죠"

입력
2021.12.17 13:50
수정
2021.12.17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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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임윤경 연세대 교수 인터뷰

편집자주

한국일보 '허스토리'가 인터뷰 시리즈 '여자를 돕는 여자들(여.돕.여)'을 시작합니다. 정치·대중문화·창업·커리어·리더십·지역 등 각자의 자리에서 여성의 영토를 넓혀나가는 이의 이야기를 10회에 걸쳐 담습니다. 이 개척자들의 서사를 통해 독자 여러분과 더 단단히 연결되려는 취지입니다. 전문은 크라우드펀딩(https://tum.bg/l6H8cX) 후원을 통해 읽으실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삶은 어떨까. 20년 이상 여성학자로 우리 사회에 균열을 낸 그에게 '백래시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무슨 소리예요. 페미니스트의 기본 정신이 백래시 아니에요? 기존의 질서, 기존의 지식, 기존의 감성에 대해 ‘백래시’하는 것이 페미니즘 그 자체인 걸요." 한지은 인턴기자

오랫동안 여성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페미니스트로 정체화하는 삶은 어떨까. 20년 이상 여성학자로 우리 사회에 균열을 낸 그에게 '백래시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에 대해 물었다.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받아쳤다. "무슨 소리예요. 페미니스트의 기본 정신이 백래시 아니에요? 기존의 질서, 기존의 지식, 기존의 감성에 대해 ‘백래시’하는 것이 페미니즘 그 자체인 걸요." 한지은 인턴기자

2021년 한국 사회에서 가장 오독된 채 사용되는 단어를 꼽자면 ‘잠재적 가해자’이지 않을까.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지난해 2월 제작, 공개한 6분짜리 교육 영상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는 지난 4월 이후 안티페미니즘을 공유하는 남초 커뮤니티와 제1야당 정치인들의 공격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당시 양평원장이었던 나임윤경(56) 연세대 교수가 직접 원고를 쓰고 목소리 출연을 한 영상이었다.

‘성별, 연령, 지위 고하에 관계없이 어느 조그마한 권력이라도 가진 누군가는 어떤 약자에게는 잠재적 가해자가 될 수 있으니, 스스로의 위치를 성찰하는 시민으로서 타인과 교제하자.’ 이것이 해당 영상이 담은 본질이었다. 하지만 남초 커뮤니티에 구애하는 성차별적 정치인들이 훑고 지나간 자리에는 ‘남성이 잠재적 가해자냐, 아니냐’라는 납작하고 황폐한 질문만 덩그러니 남았다. 공식홈페이지의 영상은 한동안 남아 있었지만, 나임 교수 퇴임 이후 비공개된 상태다.

올해 7월, 나임 교수는 3년간 양평원장 임기를 마치고 지금은 학교로 돌아갔다. 그는 그 시기를 양평원 직원들이 한마음으로 한국 사회의 백래시에 저항한 때로 기억한다. “기관에 항의 전화 폭탄이 쏟아졌어요. 그런데 관련 없는 부서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제가 담당이니 제게 말씀하세요’라고 전화를 받았어요. 직원들이 버티고 있는데 제가 어떻게 힘들다고 할 수 있겠어요.”

동시에 여성가족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양평원은 여가부 산하 기관이다. “여가부에서 영상을 내리라는 압력이 왔어요. 정작 해야 할 말은 하지 않으면서요. 전 직원에 메시지를 보내 지금의 상황을 설명하고 영상을 절대 내리지 않겠다는 제 판단을 공유했죠. 지금 양평원에서 가장 한가한 사람은 원장이니, 내게 항의 전화를 돌리라면서요. 공공기관이 ‘프런트 라인’에서 버티고 있는데 여가부가 힘들다고 하는 것은 전혀 말이 안 돼요.”

물론 이 사건이 그에게 안긴 깨달음과 교훈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는 성찰하는 여성학자다. 현장에서 사회과학을 기반으로 하는 페미니즘이 너무 대중의 언어와 괴리되어 있다는 것을 목격했다. '잠재적 가해자의 시민적 의무'가 대표적 예다. 학교로 돌아가 더 쉽게, 누구나 자신의 삶에 적용할 수 있게 성평등 언어를 다듬어 나갈 것이라 다짐한 이유다.

20년 이상 학교와 현장에서 다양성을 갖춘 시민을 길어내는 페미니즘 교육을 고민해온 나임윤경 교수를 지난 2일 서울 용산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한때 저도 쫄았어요(졸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우리 모두 후배 여성들에게 ‘야, 아무것도 아니야’라 말하게 될 거라 믿어요. 그 믿음으로 여러분에게 말씀드려요. ‘아무것도 아니야, 쫄지 마.'" 한지은 인턴기자

"한때 저도 쫄았어요(졸았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까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우리 모두 후배 여성들에게 ‘야, 아무것도 아니야’라 말하게 될 거라 믿어요. 그 믿음으로 여러분에게 말씀드려요. ‘아무것도 아니야, 쫄지 마.'" 한지은 인턴기자

■ 허스토리가 발췌한 나임윤경의 말들

1. “디테일에 민주주의의 핵심이 있어요.”

2. “누구도 나의 영혼에 손톱만큼 균열도 낼 수 없어요.”

3. “여러분의 선배 여성들이 그걸 이루어낸 겁니다.”

4. “경계에서 안팎을 볼 수 있는 여성들의 위치는 축복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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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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