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이 된 '김건희 리스크'... 링에 올리자니 '위태', 감추자니 '역풍'

입력
2021.12.14 21:30
수정
2021.12.14 21:41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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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발 언론 인터뷰에 '리스크' 현실화

지난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열린 검찰총장 임명장 수여식에 참석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와 배우자 김건희씨. 청와대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배우자 김건희씨의 허위 경력 의혹이 불거지면서 '배우자 리스크'가 대선의 중대 변수로 떠올랐다. 김씨의 등판 시점을 둘러싼 윤 후보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게 됐다. 김씨를 링 위에 올리자니 통제 불능의 상태가 될까 두렵고, 신비주의 전략을 유지하니 각종 의혹이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딜레마다. 김씨가 도덕성 의혹을 받게 된 이상 앞으로 행보가 위축되는 것을 불가피하다.

김씨, 조율 안 된 '돌발 인터뷰'... 선대위 "몰랐다"

14일 김씨가 대학 겸임교수 지원서에 허위 경력을 썼다는 의혹을 일파만파 키운 건 본인의 '입'이다. 그는 2007년 수원여대에 낸 지원서에 △2004년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 대상 수상 △2004년 한국게임산업협회 기획팀 기획이사 재직 등의 경력을 기재했는데, 허위이거나 과장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YTN 인터뷰에서 "돋보이려고 한 욕심이었다. 그것도 죄라면 죄" "기억이 안 난다"는 취지의 해명으로 의혹을 사실상 시인했다. "학교 진학 관련도 아니고, 윤 후보와 결혼 전 일인데 무슨 문제냐"는 반박은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김씨의 인터뷰는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와 조율된 것이 아니었다. 윤 후보 최측근인 권성동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CBS 라디오에서 “YTN 인터뷰 과정, 경위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대선후보 배우자의 메시지와 동선은 선대위가 치밀하게 관리하기 마련이지만, 김씨는 룰을 따르지 않은 것이다.

김씨의 돌발 인터뷰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뉴스버스와 인터뷰에서 "쥴리를 하고 싶어도 시간이 없었다"고 말해 '유흥업소 접객원 출신 의혹'을 회자시켰다. 보도 당일 윤 후보는 관련 질문을 받고 전혀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식 등판하면 ①조직 도움받고 ②'숨는다' 인상 불식

김씨는 선대위 관리망에서 벗어나 있다. 선대위 관계자는 "김씨가 아직 선거를 뛰는 게 아니어서 별다른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배우자 김혜경씨를 위해 '배우자실'이란 별도 조직을 마련한 더불어민주당과 대조적이다. 배우자실은 언론 대응을 위한 소통 창구 역할을 하며, 김혜경씨 일정도 따로 공지한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국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전국총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MBC·코리아리서치의 이달 11, 12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의 배우자를 검증해야 한다"는 응답이 80.2%에 달했다. 김씨의 잠행이 길어지는 것이 독이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뜻이다. 민주당은 "무엇이 두려워 커튼 뒤에 꽁꽁 숨어 있느냐"며 김씨의 등판을 거듭 압박하고 있다.


여전한 리스크... "후보, 배우자 의지가 중요"

그런데도 국민의힘이 김씨의 공개 일정을 잡지 않는 것은 득실 여부를 가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는 진행 중이고, 또 다른 허위 경력 의혹과 박사 논문 표절 의혹도 남아 있다. 김씨를 만나 봤다는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중적으로 호감도가 있을 수 있는 인물"이라고 평가했으나, '정치인 배우자'의 전형과는 다른 김씨를 유권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이에 국민의힘은 더 깊이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김씨 등판을 놓고 '12월이냐, 1월이냐'를 저울질해 왔는데, 최근 들어 "리스크 최소화를 위해 더 늦추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선대위 관계자는 "윤 후보 부부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손영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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