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패스 탓? 공연 강행 탓? 집단행동 나선 대형 공연 관객들

입력
2021.12.19 16: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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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4000여 명 모인 쇼미더머니10 콘서트
방역패스 확인 인력 부족에 50분 지연 시작
일부 출연진은 방역패스 인증 안 돼 '불참'
관객들 환불 요구… 주최사 "후속 조치 논의"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쇼미더머니10 콘서트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12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경기장에서 열린 쇼미더머니10 콘서트를 찾은 시민들이 줄을 서서 입장하고 있다. 뉴스1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는 상황에서 진행된 대형 공연에서 집단 환불 요구 사태가 빚어졌다. 관객들은 방역패스가 한층 강화됐음에도 주최 측이 미숙하게 대처해 행사가 장시간 지연되고 일부 출연자가 불참하는 등 '부실 공연'이 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당국이 다시 방역수칙을 강화하면서도 콘서트 등 공연은 4,000명까지 입장을 허용하면서 비슷한 혼란이 재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말에는 나훈아(24~26일), 그룹 트와이스(25~26일), 쇼미더머니 부산 콘서트(25일) 등 대형 공연이 예정돼 있다.

방역패스 인력 부족에 지연된 공연

11일 '쇼미더머니10 콘서트: THE CLIMAX'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 경기장 케이스포 돔 앞에서 콘서트 관객들이 방역패스 확인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독자 제공

11일 '쇼미더머니10 콘서트: THE CLIMAX'가 열리는 서울 송파구 올림픽 경기장 케이스포 돔 앞에서 콘서트 관객들이 방역패스 확인을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독자 제공

19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 11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 경기장 케이스포 돔(KSPO DOME)에서 열린 '쇼미더머니10 콘서트: THE CLIMAX' 공연장을 찾았던 관객들은 주최 측에 환불을 요구하며 집단행동을 이어가고 있다.

이 콘서트는 정부 지침에 따라 입장 전 모든 관객의 방역패스를 확인하는 '백신 접종 및 PCR 검사 인증'을 실시했다. 하지만 입장객 4,000여 명이 긴 대기줄을 이룬 가운데 방역패스 확인을 위해 마련한 검색대가 12개에 그치면서 혼란이 빚어졌다. 주최 측은 뒤늦게 임시 인력까지 추가 투입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공연 시작 시간인 오후 6시가 되어도 입장은 끝나지 않았다.

주최 측은 오후 6시 30분이 되어서야 뒤늦게 공연 지연 사실을 안내했고, 공연은 예정보다 50분 늦은 6시 50분에 시작됐다. 관객 허모(31)씨는 "1시간을 기다려 오후 6시 20분쯤에야 공연장에 들어설 수 있었다"며 "추운 날씨였는데 대기줄도 엉망이었고 제대로 된 공지도 없어서 기약 없이 기다렸다"고 성토했다.

일정이 1시간 가까이 늦춰지면서 지방에서 올라온 관객은 공연이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떠야 했다. 광주에서 온 박모(27)씨는 "공연 시간이 너무 늦어져서 무대 몇 개를 남겨두고 KTX 막차를 타러 용산역으로 이동했다"고 말했다.

사전 공지 없이 불참한 출연진 5인

콘서트 중 개코가 “코쿤·신스·태버는 개인 사정으로 참여를 못 하게 되었다”고 설명을 해서 처음에는 몰래카메라인 줄 알았어요. 근데 진짜 안 오더라고요.”

11일 공연 관객 배도연(31)

더구나 출연 예정이던 가수들이 예고 없이 무대에 서지 않으면서 관객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주최 측의 사전 설명 없이 염따, 코드쿤스트, 신스, 머쉬베놈, 태버 등이 '개인 사정으로 불참한다'는 사실이 공연 중간 출연진의 입을 통해 알려지자 객석은 술렁였다. 관객 배도연(31)씨는 "출연진이 빠진다는 얘기를 다른 출연진이 공연 중간에 한 것도 어이가 없는데, 머쉬베놈과 염따의 불참에 대해서는 어떤 설명도 없었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제작사는 사과, 관객은 집단 환불 요구

콘서트 제작사인 '빅픽쳐프로덕션'이 13일 저녁에 올린 사과문. 인터파크 티켓 캡처

콘서트 제작사인 '빅픽쳐프로덕션'이 13일 저녁에 올린 사과문. 인터파크 티켓 캡처

콘서트 제작사인 빅픽쳐프로덕션은 13일 사과문을 올렸다. 이 회사는 일부 출연진이 사전 공지 없이 불참한 데 대해서는 "방역 가이드상 공연장에 출입하는 모든 사람의 방역패스가 증명되어야 하는데, 이로 인해 일부 아티스트의 출입이 어려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관객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에 모여 세를 불리면서 한국소비자원에 집단으로 피해구제를 신청했다. 오픈채팅엔 19일 낮 12시 기준 245명이 모였다. 배씨는 "12일 공연에는 (출연진이)빠진 사람 없이 다 오고 공연 시간도 훨씬 길었다던데, 같은 돈을 냈는데 공연의 질이 이 정도로 차이 난다면 사기 아니냐"라며 환불 요구 이유를 밝혔다.

전문가들은 공연 시작 지연과 출연진 변경이 입장료 환급 사유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소비자분쟁해결기준에 따르면 공연자에게 책임이 있는 사유로 인해 공연이 30분 이상 지연된 경우, 중요 출연자 교체 등 공연 내용이 계약과 다른 경우는 입장료 환급이 가능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공연 주최사인 CJ ENM 관계자는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후속 조치에 관해서는 제작사, 관계부서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나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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